감독의 전작들과는 결이 많이 다른 영화입니다. 워낙 과작의 대명사라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섹시비스트나 언더더스킨과 같은 영화보단 호불호가 심하게 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적인 어법이 독특합니다. 인공조명 없이 자연광 촬영을 비롯 전작인 언더더스킨에서도 그랬듯 열대의 소형 카메라가 캐릭터를 주시하지 않고 자연스런 행위에 컷을 담습니다. 배우 본인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으며 일상스러운 연기를 행하구요.
이 행태는 전작을 넘어 이미지와 사운드의 충돌로까지 이어집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주인공 회스 부부 저택 사이의 벽(이미지)을 내내 상기시킵니다. 이로 인해 가해자의 시점으로 보게 되는 우리의 귀엔 나즈막히 깔리는 수용소내의 절규는 벽을 기점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과 저택의 풍경에 대수롭지 않게 묻혀 버립니다.
카메라는 영화 구조상 3자와 다를 바 없는 피사체도 핵심 인물들 보다 주요구도로 찍기도 하고 혹은 오히려 앞서 나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중요 인물들의 대사를 흘리며 관객들을 화면보단 스토리를 따라가게 만들며 의도적으로 충돌을 일으킵니다.
영화 중간 마다 열화상 카메라 촬영 기법도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 씬들은 언택트톡을 확실히 보길 잘했다 싶을정도인데 영화 내 유일하다 싶은 감동적인 뒷 얘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못 본 분이 많아 자세히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엔딩 부 주인공 회스의 헛구역질 연출은 굳이 넣어야 했나 싶긴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짜친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워낙 섬세하고 주도면밀한 감독이기도 하고 사운드도 섬뜩해 영화가 날카롭고 차갑다고도 느껴졌네요.
작년부터 기다려왔던 영화라 내심 개인적으론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대보단 살짝 아쉬웠습니다.
저에겐 클로즈 유어 아이즈, 쇼잉업, 노 베어스 등과 같은 영화들이 더 와닿았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자주 보기 힘든 작품입니다. 외적으론 수상 이후 논쟁의 대상이 됐지만 걸작임엔 동의할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