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1983년 작<나비 품에서 울었다>는 낯선 도시에 함께 하게 된 두 남녀의 우연치 않은 만남과 감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조용한 해안도로가에서 택시를 잡고 있는 현주(나영희)는 오지 마을을 가려고 하지만 아무도 태워주지 않습니다. 잠시 뒤 곧 망가질 것 같은 택시를 운전하는 순호(이영하)가 그녀를 오지 마을로 태워줍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지 마을에 도착하게 된 현주는 12년 만에 첫사랑을 찾아온 목적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갖기 때문이죠. 그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현주는 망가진 택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보내게 된 순호와 술자리를 갖습니다.
다음 날 현주는 또 다시 순호의 택시를 타게 되고 현주는 아예 순호의 택시를 전세 내 첫사랑의 행방을 함께 찾게 됩니다. 그 와중 둘은 묘한 감정이 싹트게 됩니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80년대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나비 품에서 울었다>는 당대의 스타였던 이영하, 나영희를 캐스팅해 본격적인 로케이션 무비를 보여줍니다. 아마도 현재엔 없어진 사북에서 동해안 바닷가로 이어지는 곳을 촬영지로 잡은 것 같은데요. 결혼한 여성이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는 이 내용은 고전 스토리의 향기를 풍깁니다. 그리고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는 예기치 않은 남자와의 로맨스가 추가되고요.
자극적인 소재가 의외로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 살짝 놀라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영화의 재미를 보장하는 임권택 감독의 연출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두 배우의 훌륭한 케미스트리도 빛나고요. 다만 80년대 연기법이나 더빙 사운드가 불편한 요즘 관객에겐 어떻게 소구될 진 잘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 고령으로 인해 더 이상 작품 활동을 못하고 계신 임권택 감독의 80년대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보니 새삼 세월의 무게와 동시에 그의 전성기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