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좋아합니다.
그의 평소 미담이나, 인품도 좋아하고요.
개인적으로 한국영화 역사상 나오기 힘든 특이한 캐릭터고 배우입니다.
유니크하고, 매력과 동시에 실력도 갖춘 배우라고 생각해요.
범죄도시4는 그런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힘으로 밀고 가는 영화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극장에서 범죄도시4를 보진 않았고
뒤늦게 집에서 결재해서 봤습니다.
결론은. 극장에서 안 본 나의 승리다 싶습니다.
영화가 안일 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졌습니다.
반복된 패턴, 억지 고민, 억지 동기, 고착화된 캐릭터, 몇몇 포인트는 억지로 넣은 것 같은 코미디.
냉정하게 말하면, 저는 이 영화가 왜 천만이 왔는지 이해는 되는 데, 납득은 안 됩니다.
확실히 흥행은 영화의 맻음새하고는 상관이 없구나 싶어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삐걱거립니다.
허명행 감독이 아주 훌륭한 액션감독인 건 인정합니다. 아주 유명한 장도리신을 만들어냈고
영화적인 열정도 공감해요.
하지만, 감독에 어울리는 적성을 가진 감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맻음새가 심각하게 삐걱거립니다. 신인감독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할 정도로
연출력이 안 좋아서, 저는 아침 드라마 보는 것 같았어요.
허명행 감독은 분명하게 업계에서 베테랑 오브 베테랑이고
탑 클래스 액션 감독 중 한 명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는 커버를 칠 수가 없어요.
촬영도 엉망, 드라마 빌드업이나 편집 정리감도 엉망, 감정선에 대한 빌드업도 엉망
톤앤 매너는 더 엉망이에요.
감독이 이 영화는 어떤 톤을 잡고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 지 모를 정도로 너무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근데, 영화에 대한 디스는 여기 까지만 할 게요.
어차피 영화에 대한 욕은 유튜버들 평론가들이 많이 했고
동어 반복할 순 없잖아요.
저는 다른 지점을 이야기 하고 짚어보려 합니다.
어쩌다가, 범죄도시4같은 영화가 나왔을 까.
범죄도시 4는 지금 무너진 한국영화 인프라 시스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예. 한국영화의 인프라와 균형은 무너졌습니다.
한국영화는 3가지 균형을 가지고 있었죠.
감독과 제작사의 제작파트, 배우의 엔터테인먼트파트, 투자 배급의 경영파트.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그 감독은 제작자의 예술입니다.
배우는 투자자와 관객을 끌어올 수 있지만, 스스로 작품을 만들 수 없어 기다려야죠.
투자 배급사는 영화를 만들어줄 제작사와 영화에 나올 배우가 있어야 돈을 법니다.
2010년대 까지 그럭저럭 이 미묘한 균형은 독과점으로 점철된 극장시장에서
밸런스를 맞춰왔었죠.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사실 그 즘 시작된 문제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투자 배급사의 파워가 너무 강해서 제작자를 하도청 으로 만들고
배우의 몸값과 네임벨류가 시장에서 너무 강해져서, 감독을 역으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상황에 봉착합니다.
(물론 이 점은 헐리우드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이 타이밍에 코로나19와 OTT의 시장변화는
감독 인프라의 씨를 말려버렸어요.
어느 누가 자기가 찍고자 하는 대로 찍을 수도 없고, 책임만 온전히 져야하는 감독을 하고 싶으며
심지어 투자자는 흥행한 적이 있는 기성 감독만, 배우도 흥행한 적이 있는 기성 감독만 고집하는
자연스러운 쏠림 현상이 생겼는데
젊은 신인감독이 영화를 찍을 수나 있겠습니까?
허명행 감독이 나이가 45이에요. 나이 45살이 업계에서 신인감독 소리를 들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이게 특이 한 게 아닙니다. 그 정도 허명행 감독 같은 이력이 되야 데뷔를 할 수 있다는 소리에요.
그리고 영화에서는 그게 보입니다.
영화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소하게 낮구나 싶습니다.
말 그대로 바지 사장에 가까울 정도의 권한 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촬영과 조명, 색보정이 심각하게 튀어 이건 분명 불량한 신인데 상영했다면
감독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냥 "예스맨"이 되었어야 했다는 말이거든요.
아니면 관련 스탭이 대놓고 태업을 했거나요.
그럼에도 범죄도시4가 천만이 되었다는 점에 대해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기획의 승리고, 시장의 방향이라면 방향이죠.
저는 그 영화의 흥행보다,
어쩌다가 한국영화의 시스템이 이렇게 되었지 한탄할 뿐입니다.
영화 본연의 재미가 아니라
배우의 흥행력,인지도에만 의지하는 시장이 되어 버렸고
감독들의 갈라파고스화는 매우 심각해졌습니다.
흡사 모습이 과거 쇠락하기 직전 홍콩영화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영화, 창조적인 작품, 충격적인 시도 같은 건 이제 없습니다.
그걸 만들 인프라 계층이 없어요. 다 드라마나 유튜브 갔지.
아니나 다를까, 암울하게도 이제는 한국영화 기성 감독들이 죄다 영화계가 힘들다며
드라마 판으로 가고 있죠. (드라마판도 다를바 없지만)
사람들은 쉬쉬 하지만, 냉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영화는 디폴트선언 해야 됩니다.
시장 자체가 이제 망가져서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영화계가 IMF때보다 어렵다고 하죠?
IMF도 최소한 시장의 구조조정이라는 걸 했습니다.
구조조정 없는 갈라파고스 극복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잘 만드는 감독을 그동안 안 키웠다가
아니, 감독이 영화를 잘만들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안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라, 저렇게 만들어라 개입하니 이제 영화가 망가지고,
영화가 망가지니까 돈이 안 벌리고,
돈이 안 벌리니까 배우 티켓파워에만 의지하고,
그래도 적자나니까 티켓값 올리고.
악순환 반복입니다. 악순환.
(생각해보니 헐리우드라고 다르지 않군요. 마블과 스타워즈 꼬라지만 보더라도 디즈니가 지금 한국영화계의 전철을 밟고 있죠)
저출산의 늪에 빠진 것처럼 영화계는 저인프라 늪에 빠졌습니다.
한국도 IMF때 대우가 망하고 구조조정했 듯
한국영화계도 그정도의 시장변화가 있기 전까진
이 암울한 상황이 바뀌진 않을 겁니다.
범죄도시 4가 천만이 된 게 한국 영화 시장의 입장에선 비극의 상징과도 같은 느낌?
영화를 욕하고 싶은 건 아니고...
말마따나 작성자님처럼 한국영화 산업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안타깝더라고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