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가 모두 보았답니다.
-굳이 가사로 보자면 인조에게 대입해볼 수는 있을텐데, 분위기가 어울려 첨부해보았다. 사극풍의 노래는 잘 알지 못하는 터라...
최근 씨네큐에 푹 빠지게 되었다. CGV를 오랫동안 드나들었다지만, 리클라이너관 한 번 맛보니, 심지어 CGV 일반관과 가격이 같은 그곳을 한 번 맛보니 더는 CGV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애인은 대학원 학회 일정으로 바빠 서울로 올라갔었고, 나 홀로 퇴근한 뒤 관람하였다.
최무성 배우가 출연한다하여 본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영화는 몰입도가 높았다.
마저 치십시오.
야맹증은 이전부터 알고 있는 증상이었는데, 주맹증에 대해서는 그 단어 자체가 낯설어 새로웠다.
하루의 반 정도만 봉사인 경수는, 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위해 궁의 내의원으로서 출셋길 시작에 발을 들인다. 앞만 안 보이지, 실력 자체가 출중했기에 딱히 어려울 것도 없었다.
오히려 얼추 보이는 것을 숨기고 약한 체, 비굴히 사는 것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빛이 없는 곳에 더 잘 보이는, 항상 조용히, 날갯짓 소리조차 내지 말아야 할 아주 약한 올빼미로 말이다.
대가리 가장 많이 박은 왕.
나이 먹고 판단력 흐려진, 노쇠한 왕 그 자체로 등장하는 인조. 보는 내내 얼마나 갑갑하고, 직접 역모를 꾀하고 싶을 수준이었다.
실제로 인조는 어쩌면, 대가리를 박게 한 그 수모 탓에 명을 버릴 수 없다고 위선을 부리던 것이 아니었을까. 참으로 약했기에 슬프기만 한 시대상이다.
전 고통을 준 후에 즐거움을 줍니다.
영화를 관람한 유일한 이유였다. 최무성 배우는 그 마스크가 사극에도 안 어울릴 수 없는 자의 것이었는데, 본작에서는 은근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비중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신분계급상 뭔가 어중간한 중간 위치라서 적잖이 쪼는 모습에 아쉬웠다.
이래서 사극을 기피했었거늘!
그렇게 짧은 러닝타임도 아녔기에 중간중간 개그요소가 잦아 늘어지는 경향도 없잖아 보였다. 딱 그 진상을 목격한 순간을 기점으로, 작품의 장르는 완전히 바뀌는데 연출이 굉장히 오싹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얼굴.
정의를 택하기에는, 그 이전의 캐릭터 소개부터 한 치 앞이 다 보이는 인물였다. 결국 조금 더 편한 길로 타협을 보아 진실을 묻어버리고, 부하 관리도 제대로 못해 모든 것을 아는 천한 이를 놓아주게 된다.
진실을 말하면 무너져버리는 세상에서 눈 감고 귀 막은 듯이 살아가는 낮은 이들.
처음의 외침이 어려웠지, 두번부터는 거칠게 없어졌었지.
동생을 위한다지만, 내 몸뚱이 하나 보전한다고 진실을 덮어둘텐가?
혹시 저 꼬마가 왕이 되어 내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지도 모를텐데?
그래서 벌레 주제에 용기를 내보았는데,
역시 벌레는 벌레라고, 만용에 불과했네.
영화를 보고 홀린 듯 써본 글귀.
ps. 음 너무 멋있고.
pps. 인스타에 쓴 짤막 리뷰다.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