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자면,

망작은 아닙니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삐걱거리는 것은 아니고

유치한 대사가 있지만 그게 영화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출적으로 잘못 된 연출을 했다거나

각본적으로 갈피를 못 잡는 호흡감이나 정리감에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래도 과연 최동훈은 최동훈이구나 하는 부분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주 크게 오점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마블과의 비교는 하지 않을 겁니다.

마블과의 비교는 의미도 없을 뿐더러 현대 SF영화에서 마블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난 영화도 찾기 힘들기도 하니까요.

레퍼런스 표현일 뿐이었다고 봅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오점은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기획, 관객 포지셔닝이 잘못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먼, 경북 의성군 한복판에 3층 짜리 대형 퓨전 파스타 식당을 연 것과 같습니다.

부지선정과 시장조사가 잘못 되었죠.

만약 백종원 대표가 영화를 하는 사람이었으면 권총들고 말렸을 겁니다.

 

장르를 합치는 것에만 집중했고, 장르에 대해서 관객이 기대하는 이야기들, 그림들, 캐릭터들을

감독이 오해를 했거나, 혹은 자기가 생각했던 게 관객과는 너무 달랐던 겁니다.

이런 장르가 믹스 되었을 때 관객들의 반응, 시장조사와 포지셔닝도 너무 간과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동훈 감독은 국내 최고의 흥행 감독입니다. 특히 최동훈 감독의 주 장기인 부분,

하이스트, 느와르 장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 할 감각이 있음은 인정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장르는 아닙니다.

물론, 무협과 SF의 결합이기 때문에 시간대가 교묘하게 뒤틀려 벌어지는 상황과 설정은 재밌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두 장르가 결합되었다면, 두 장르에서 기대되는 모습이 나왔어야 합니다.

그 모습과 매력은 우리가 클리셰라고 불릴 정도로 이제는 정도(正道)의 모습이죠.

무협에서 항상 우리가 기대하는 건 와이어 액션이 아닙니다.

주인공의 성장+ 우연 +인연 거기에 사상적으로 뿌리내리는 충,의,예. 스승과 제자,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지존으로 향해 다가가는 주인공의 발자취 등등.

SF에서 기대되는 건 레이저 건물 철거가 아닙니다.

SF로 비유하려고 하는 현실의 비윤리성, 장르적 비틀림, 비 현실적인 그림들 속에서 나오는 고뇌 특히 사회적, 개인적인 딜레마, 갈등, 

무엇보다 간지가 있어야 되요. 간지가. 근원적인 로망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사이버펑크 장르가 아닌 이상..

 

물론 고려 파트에서는 무협의 그런 공식에 부분은 반영하려는 움직임 정도는 보이지만,

주인공의 설정들은 무협에서 기대하는 큰 것을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현대 파트는 더 나아가서 SF의 고민은 보이지 않고 그저 배경 설정으로만 기능적으로 작동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냥 영화가 전우치2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우치는 최소한 무협 장르에서 기대되는 그림들을 보여 줬습니다.

이에 반해 외계+인 1부는 무협물에서 기대되는 그림들이 현대 파트의 설정에 의해 휘발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부실한 지지대 위에 이야기를 세우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빌드업이 없이 찍혀진 어벤져스처럼 보이죠.

저는 각개에 이야기로 나왔으면 좋을 뻔했다는 말에는 생각이 다릅니다.

이렇게 포지셔닝을 잘못 잡았다면, 외계인이 나오는 현대파트는 SF로서 매력이 없습니다.

아예 그건 배경설정, 플래시 백 수준으로 더 축소를 시키고 고려파트에 시점을 고정했어야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것과 비슷한, 하지만 정 반대의 영화가 있습니다.

<신과 함께>가 바로 그것이죠.

영화의 완성도는 그렇게 높게 평가가 되지 않지만 엄연히 오컬트와 법정물과의 결합입니다.

영화 각본의 가시성과 신파성 연출로 욕을 먹었다고 해도,

장르적 기대감 만큼은 대중적으로 충족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두 장르에서 기대되는 키워드는 공교롭게도 "죄"였죠.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소를 원합니다.

영리하게도 김용화 감독은 이런 장르적 믹스에서 다수의 관객이 뭘 원하는 지 정도는 정확하게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원죄라는 부분를 가족애로 포장하고 가시적인 인과응보로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흔히 신파라며 이 영화를 평가절하하곤 하지만 

하지만 정말 상업영화 기획의 눈으로 보면 적어도 자기 가야 될 길은 가는 영화인 거죠.

 

<외계+인>은 정 반대입니다. 유치한 대사가 있지만 적어도 신파나 가시적인 인과응보는 없죠.

하지만, 그럼에도 장르에서 기대되는 충족을 주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고 시각적,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물론, 독립영화라면 그것도 미학이고 매력이겠지만

상업영화에서 그것을 기획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못 벌었다는 자본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라 대중에게 충족을 줘야한다는 영화 원론 부분에서요)

 

 

앞서 말했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작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출발점에 잘못 쓴 턱에 대중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흥행 실패라는 댓가를 치뤘을 뿐,

분명이 흥미로운 부분은 있는 영화에요. 물론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무결하진 않지만

세계관을 창립하고 그것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에도 

노련한 미덕은 있습니다.

정리하면 특정 인물에게 그런 몰이를 받을 만큼 질 떨어진 작품은 아닙니다.

팬들이 실망을 할 지언정 세력의 비난을 받을 작품이 아닙니다.

 

저는 2부가 나온다면 일단은 볼 것 같습니다.

물론 워낙 이런 장르에 애착이 있어서 보겠지요.

하지만, 이것을 전부 수습할 만큼 큰 숙제를 2부가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참 어려운 숙제가 최동훈 감독에게 남겨진 것 같군요.

 

 

 

 

 


profile 주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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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듄매니아 2022.08.24 20:23
    공감되는 리뷰글이네요... 2부에서 수습을 잘해줫으면... ㅠㅠ 1부가 넘 아쉬워서..
  • profile
    STORY 2022.08.24 20:45

    참 난감하게된 영화네요. 저도 그럭저럭 재밌게 봤는데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profile
    CalKestis 2022.08.25 00:31
    공감합니다 저는 차라리 고려파트 이야기만 쭉 보여주고 마지막에 이안이가 쓰던 무기 정체가 현대의 총인걸 보여주면서 호수에 우주선이 떠오르는 엔딩을 했더라면 싶었어요
  • 언더덧 2022.08.25 15:49

    망작도 아니고 못만든 작품도 아니라는 점에서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스토리인데 시대에 뒤떨어진 스타일이 촌스럽게 느껴졌어요. 2부가 달라질 여지는 별로 없어보이고 여전히 유치할 것 같지만 보긴 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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