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인 위주 캐스팅과 연기 디렉팅의 부재

아예 새로움을 불어넣기를 바랐는지는 몰라도 이런 초대형 콘텐츠에 중심을 잡고 이끌어갈 네임드 배우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메인 롤 경험이 적은 조연, 단역, 무명 출신 배우들의 문제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아니라 자기가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는 것이고, 이건 결과적으로 열에 여섯은 오버액팅, 즉 발연기가 됩니다. 연륜이 쌓인 배우들은 이미 자기가 극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알고 연기를 해내는 반면 이들은 화면에 메인으로 비춰져서 대사를 치는 경험이 부족하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물론 <반지의 제왕>도 비교적 덜 알려진 배우들이 주역으로 기용된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걸 보완해줄 이안 맥켈런, 크리스토퍼 리 등의 원로배우들과 피터 잭슨 감독의 연기 디렉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의 반지>엔 그게 없는 거 같고, 다양성과는 별개로 인물의 마스크도 안 어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정의 경우 귀만 뾰족하고 수염만 없다뿐이지 인간이랑 차이가 하등 없는 거 같아요. 다른 판타지의 엘프와 비교해도 실마릴리온 세계관의 요정들은 특히나 노화를 안 먹는 설정인데 중년 아저씨가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했는데도 매력 있는 인물을 굳이 콕 찝어야 할 정도입니다.

 

2. CG 빼면 시체인 비주얼과 연출

4억 6천만 달러 제작비는 정말 CG에 몰빵한 모양입니다. 웨타와 ILM을 포함해서 20개 업체가 뛰어들었다고 하니 퀄리티 면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CG가 상대적으로 덜 들어간 나머지 화면의 연출도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1,2화는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라는 걸출한 감독의 연출이 그나마 안정적이었지만 3화부터는 이마저도 영 아닙니다. 헤어스타일, 의상이나 소품 구현도도 실망스럽습니다. 그 시대의 인물들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머리 좀 정리하고 잡티 하나 없는 공산품을 걸친 느낌이랄까요?

 

시즌 1이 8화까지 예정되었으니 절반에 가까운 때까지 왔건만 팬들이 기대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아무 의미 없는 장면에 슬로모션과 음악으로 폼만 잡고 정작 중요한 장면의 톤 앤 매너는 TV드라마 수준의 연출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경중이 하나도 없습니다. 편집 산만한 건 또 어떻고요. 1화 전투장면만 빼면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연기가 발연기로 느껴지고 연출이 산만한 근본적인 이유는 보다 큰 세 번째 단점에 있습니다.

 

3. 민망함 투성이의 각본

가장 많이 보이는 말이 'Cringeworthy', 즉 민망하다는 소리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3화까지만 봤는데도 벌써부터 <호빗> 실사 3부작이 마스터피스로 보일 수준입니다. 이 드라마가 5시즌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작이 이 정도면 정말 심각한 문제죠. 원작과 비교하려면 셀 수 없이 많은 오류가 있지만, 드라마 자체로만 놓고 봐도 각본 완성도가 처참합니다. 이걸 진짜 5시즌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상황 설정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는 데 반해 사건 진행도는 너무 느리고, 떡밥만 뿌리면서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설명을 자기들끼리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경 설명이나 세계관 구성에서 빌드업이 하나도 없는 채 무턱대고 보여줍니다. 프롤로그에서 모르고스와 분노의 전쟁에 치중하다가 2화에서부터는 갑자기 일언반구도 없던 페아노르와 실마릴 설명을 늘어놓질 않나, 3화에서는 또 2화까지는 아무 언급이 없던 누메노르를 보여주지 않나. 영상버전만의 빌드업이 없으니 원작을 모르는 라이트 팬층의 경우 이 드라마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사가 정말, 쓸데없이 너무 길고 조악합니다. 톨킨을 따라잡으려 한 것인지 몰라도, 각본가들이 길고 장황하고 무의미한 대사를 '시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나 봅니다. 이걸 치는 캐릭터들도 자연히 심각하고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묘사되어서 정서적으로도 불쾌합니다. 글쎄요, 그게 몰입에 방해될 정도로 많다는 생각은 안 해봤을까요? 게다가 이건 영상매체지 문자매체가 아니잖아요. 이런 민망함이 도저히 못 견딜 수준까지 치솟는 부분은 오히려 톨킨이 가장 아꼈던 호빗족의 '조상'이랍시고 내놓은 털발족입니다. 얘네들은 도대체 왜 만들었나요? 간달프 보여주려고?

 

결론:

 

다양성 문제를 배제하고 봐도, <반지의 제왕>이라는 이름값에 (CG를 빼면) 전혀 못 미치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똑같이 중세 판타지고, 똑같이 블랙워싱이 들어갔고, 똑같이 여성서사가 중심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 이 작품을 비교하는 게 미안한 수준입니다. 옷차림과 연기, 캐릭터 설정과 화면 연출에서 느끼는 아우라가 진짜... 차원이 다릅니다. 말만 많이 늘어놓는다고 예사가 아니라, 얼마나 임팩트 있게 장면을 뽑아내느냐가 중요한 건데 <하오드>는 3화 동안에도 임팩트 있는 장면이 꼭 한 번 이상 등장합니다(CG가 아니라 연기와 연출력의 힘으로요). <하오드>가 왕겜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캐치한 반면, <힘의 반지>는 자기들이 뭘 만들어야 하는지 기획단계부터도 감을 못 잡은 아마추어들의 결과물인 거 같습니다.

 

근데, 이 말이 사실입니다. 존 D. 페인과 패트릭 맥케이, 작품의 쇼러너라는 두 양반들부터 아마추어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 경력이라 해 봤자 <스타트렉 비욘드>와 <정글 크루즈> 각본이 전부입니다(게다가 메인 각본가도 아니었습니다). 왕겜의 무리수 엔딩으로 욕을 한가득 먹었던 데이빗 베니오프와 D.B. 웨이스도 작품을 맡기 전까진 영화 각본가와 감독,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었고 얼불노 원작이 아직 남아 있던 상황에서는 시리즈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훌륭한 각본을 보여줬었습니다.

 

대형도 보통 대형이 아니라 판타지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프랜차이즈를 이런 초보들한테 맡기는 건 완전히 모험이었을 텐데, 아마존은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돈과 다양성 문제라는 방패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드라마의 품질을 결정하는 건 결국 돈이 아니라 각본과 제작진의 역량 차이라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있네요. 개인적으로 보다가 민망한 느낌이 들면 기분이 나빠져서 돌려버리거나 넘겨가면서 보는데, 다른 드라마도 아니고 <반지의 제왕>의 이름을 단 드라마가 그 정도입니다. <힘의 반지>로 상한 기분 <하우스 오브 드래곤>으로 푸는 중이네요.


profile 아스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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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서래씨 2022.09.11 15:28
    그냥 재미없다는 평이 많더라구요
  • 미약해 2022.09.11 15:59
    궁금했는데 이정도라면.. 너무 아쉽네요 ㅠ
  • Maetel 2022.09.11 17:04
    ㅎㅎ;; 이런 드라마도 있었군요. 지금 알았습니다.
  • profile
    영화는위대하다 2022.09.13 03:18
    개봉전부터 역대급 제작비(1억 5000만달러)에 반자의 제왕이라는 이름으로 무척 기대되었던 드라마였는데 안타깝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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