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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전히 포스터를 받고 싶다는 얍삽한 마음에(... ...) 서울까지 가서 압구정에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니 이 영화 상당히 깊은 영화더라고요. 그래서 (게을러서) 엔간하면 안 올리는 긴 영화평을 올려봅니다. 

 

일단 이 영화는 제 기준에서는 패미니즘 로맨스라는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에  #거꾸로가는남자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소설 #이갈리아의딸들 과 같은 부류의 패미니즘 블랙코미디 영화로, 한 남성이 정신을 차려보니 여성과 남성이 역전된 세계로 빨려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사누최"는 그와 비슷한 미러링을 다룹니다. 다만 그 배경이 지금 현재, '율리에의 시선으로 보는 사회'일 뿐입니다. 이에 관한 포석은 앞쪽에서 율리에가 악셀과 함께 친지 파티에 초대되었을 때 깔려 있습니다.

 

악셀과 함께 친지 모임에 초청된 율리에. 그곳에서 율리에는 혼자 20대입니다. 40대, 가정을 꾸리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들 사이에서 율리에는 혼자 결혼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갖지 않는다, 정확한 직업은 아직 없다는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는 것이 나오면 어떻게든 화제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데요, 이런 율리에에 대해 "맨스플레인"처럼 "우먼스플레인"을 해보라고 빈정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후 율리에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정말 '우먼스 플레인'이더라고요.  

 

 

영화에서는 율리에를 중심으로 두 남자가 나옵니다. 악셀과 에이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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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은 율리에보다 나이가 많고, 자신의 꿈을 이룬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입니다. 카투니스트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그린 카툰으로 애니메이션도 나올 예정이죠. 다른 남자 에이빈드는 딱히 꿈 없이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근육질의 남자 바리스타입니다. 정형화된 두 남성 캐릭터 사이에서 율리에는 주체성을 갖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일일이 따지며 말 그대로 남자를 갖고 놉니다. 율리에의 캐릭터는 "나쁜 여자"라고 보기보다는, 미러링된 남성 중심의 로맨스 영화에서의 주인공 캐릭터에 가까워 보입니다. 예를 들자면,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졸업"이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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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대학을 갓 졸업한 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던 중, 로빈슨 부인과 엘레인을 만나게 되며 서서히 자신의 길을 찾아갑니다. 이는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흔히 보이는 장치인데요, 이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서 율리에는 그러한 서사의 방식을 그대로 따릅니다.

 

영화의 시작에서 율리에는 의대를 다니는 매우 뛰어난 여성이었으나,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갑자기 대학을 그만두는 등의 행동을 하죠. 이런 율리에의 시선에 따라 분명 사회적으로는 남성이나 영화 안에서는 율리에와 함께 있을 때엔 서서히 '사랑의 약자'가 되어가는 두 남성을 그려내면서 패미니즘적으로 분석이 가능한 로맨스의 서사를 이끌어냅니다. 

 

특히 악셀의 캐릭터가 흥미롭습니다. 악셀은 처음에는 가부장적인 남성, 사회적으로 강자인 전형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율리에를 만나면서 악셀은 서서히 자신의 남성성을 거세당하고, 후에는 췌장암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릅니다. 그런 악셀은 결국 자신의 입으로 나약함을 드러냄으로써 완벽하게 자신의 약자인 입장을 인정합니다. 


이런 악셀은 율리에가 저항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율리에는 자신을 버리고 나가 새로운 가정을 꾸민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드러내고 표현하지 못하는 반면, 악셀에게는 조금씩 약한 모습과 여러 감정을 드러냅니다.

 

후에 악셀에게서 벗어나려는 율리에의 모습과 그가 하는 말을 보자면, 악셀에게서 그가 바란 것이 부성애라는 것을 더더욱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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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율리에는 악셀에게서 벗어난 후, 스스로 유혹하여 선택한 남자, 에이빈드와 함께 머쉬룸을 먹고 환상을 봅니다. 율리에는 환상속에서 여러 남자를 본 끝에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에 이어 악셀의 환상을 보고, 자신의 거대해진 모습(다산성의 상징적 비너스), 그리고 아기를 가진 모습 등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자신이 어떻게 억압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율리에는 억압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악셀과 헤어진 후에 바로 에이빈드와 연애를 하고 그와 함께 동거를 합니다.이는 디즈니를 비롯한 여러 동화에서 공주가 왕(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왕자와 결혼하면서 해피엔딩을 하는 서사와 딱 맞아떨어집니다. 중세 시대까지만 해도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했던 여성이 한 남성의 소유에서 다른 남성의 소유로 되는 과정과 같이 보입니다. 영화 #라스트듀얼 에는 이런 중세시대의 여성상의 비극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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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에는 에이빈드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어도 헤어질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좌절을 합니다. 그런데 이 때 율리에의 선택이 흥미롭습니다. 율리에는 임신한 상태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다시 악셀을 찾아갑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상당히 이기적인 행동입니디만, 한 걸음 깊이 들어가 보자면 이는 다른 남자 것에서 아버지의 것으로 스스로 돌아가려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여성 자아의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셀은 이 영화에서 바른 아버지상, 율리에가 어린 시절 받고 싶었던 올바른 부성애를 보이는 인물입니다. 이런 악셀은 말기 암 상태, 즉 거세된 남성으로서 완벽한 아버지의 자애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율리에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너 자신'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런 악셀의 응원을 통해 마침내 율리에는 홀로 서기를 결심합니다. 더는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고, 누구와 함께 살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을 인정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마음 먹는 것입니다. 이 순간, 아버지의 딸에서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로서의 공식이 완벽하게 깨지면서 그녀는 패미니즘적 자아를 가진 여주인공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를 보여주는 표상이 바로, 아랫도리로 흐르는 피입니다. 율리에가 보다 이기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려고 하는 순간, 유산이 되면서 그는 완벽하게 오롯한 존재가 됩니다. 

 

 


사실 영화가 패미니즘으로 분류되는 기준은 "여성이 성적인 대상으로 나오지 않는다" 등이기에 이 영화는 그런 기준에서는 패미니즘 영화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율리에는 충분히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니깐요. 

 

그렇기에 이건 어디까지나 제 나름대로 생각나는대로 적어본 느낌을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라는 점, 다시 한 번 강조해 봅니다. 

 

이상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은 패미니즘 로맨스인가? 라는 의문을 갖고 풀어본 이야기였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할땐누구나최악이된다 #사누최 #추억돋는이야기 #지금사랑하는사람 #우리모두 #빳띵 #힘내용 #영화리뷰 #패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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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약해 2022.09.22 23:41
    영화에 깊게 파고들어 장면 하나하나 되새김하신게 느껴지네요. 여러 영화와 연결되는것도 흥미롭습니다 👍
  • @미약해님에게 보내는 답글
    Maetel 2022.09.22 23:45
    ㅎㅎㅎ 영화에 푹 빠져들어 보고 나니 이것저것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길게 적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profile
    샤일로 2022.09.23 09:41
    오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샤일로님에게 보내는 답글
    Maetel 2022.09.23 09:49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profile
    뚜두뚜두 2022.09.23 10:22
    잘 보고 갑니다 ㅎㅎ
  • @뚜두뚜두님에게 보내는 답글
    Maetel 2022.09.23 10:34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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