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아름다운 이야기로 평가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좋아해' '사랑해' 이런 대사들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러 대사와 분위기로 만들어가는데 그게 정말 동화같이 다가와요.
그래서 박찬욱 영화 중 '헤어질 결심'이 유독 여운이 깊지 않았나 생각해요.
실제 정서경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직설적 표현은 쓰지 않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는 인터뷰도 했고요.
봉준호 작품을 보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뒤에 숨겨두는 경우가 많고, 특히 코엔 형제의 '노나없' 또한 마찬가진데 이럴 때 그 영화가 돋보이는 면이 있고,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를 찾을 때 희열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1. 주제를 대사를 통해 직접 얘기한다던지
2. 메시지가 너무 강하다던지
(그 유명한 말 있잖아요. 메시지를 원하면 우체국에 가서 전보를 쳐라)
3. 노골적인 연출로 보여준다던지
이런 선 굵은 영화는 쉽게 다가올지 몰라도 매력이 금세 매말라요. (사실, 이번 '가여운 것들'이 그랬어요)
반면 올해 제일 좋게 본 (옛날) 영화 '디 아워스'는 처음에는 뭘 말하려는지 잘 모르겠지만 겹겹이 쌓여가는 이야기를 통해 나중에 모든 것이 껴맞춰지고 자연스레 이 영화가 뭘 말하려는지 알게 되며 젖어들었죠.
마치, 나그네의 옷을 벗게 만든 건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빛 때문이라는 이솝우화처럼요.
사실 은유(메타포)가 메세지만 잘 이해하면 덜 부담이 되는 화법이고 평론가들은 매우 선호하죠.
그런데 대중들은 직관적이고 확실한 메세지를 좋아합니다.
상업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생각없이 보고 기분 좋게 나오면 그 날 영화관 잘 갔다 왔다로 끝인겁니다.
대부분 천만영화가 그러하구요.
예로 드신 헤어질 결심의 성적이 그걸 대표적으로 대변하는 케이스가 돼버렸는데, 결국 예술영화를 표방하더라도 상업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그 이후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할 기회 조차 없어지는거죠. (그래도 박찬욱 감독은 그 경계를 잘 타고 커리어가 탄탄해서 기회는 여전히 많습니다)
어려운 난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