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를 전주에서 처음 공개했을때 수많은 비평가들과 씨네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었죠.
그 작은 불씨를 시작으로 처음엔 전국 몇개의 관에서 시작했던 영화가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제치고 점차 관을 확보해 나가더니 수십개의 관에서 상영되는 기염을 토했고요.
당시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수준의 폭발적인 흥행성적이였죠. 영화 좀 좋아한다 싶으면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없을 정도였으니깐요.
영화 학교를 나오지 않은, 이렇다할 인맥도, 입증된 능력도 없던 20대 초짜 감독 류승완이 오늘날 한국영화계 거장의 반열로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류승완에게조차 기회가 왔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기회를 부여해준 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라는 영화를 선택해준 관객들일 것이고 관객들이 이 초짜 감독의 위대한 데뷔작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기 때문일테고요.
지금 극장이 많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극장이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도 아주 이해가 안가는 상황은 아닙니다.
" 잘 팔리는 거 많이 걸어 두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 " 다양성 영화 그거 관 좀 배정해줘도 사람들이 보기나 해? 안 볼 거 같은데? "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이렇게 외면받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작품들이 많다는 것도 어느정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