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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그리고 원피스. 이 셋의 공통점은 코로나 이후 일본 극장가에서 다른 세상에 사나 싶을정도의 괴물같은 흥행을 한 작품이다. 셋 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소년 점프 만화 극장판이지만, 내가 보고 느낀점은 다음과 같다. 주술회전은 액션의 탈을 쓴 고혹적인 멜로 영화였고, 귀멸의 칼날은 가족 가운데 한명이 VOD로 보고 <다운폴>속 히틀러같이 극대노하며 단점을 조목조목 따졌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럼 원피스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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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지막으로 본 원피스는 12년도 전의 스트롱월드가 유일했다. 워낙 어릴때 본지라 자세한 기억은 안나지만 지금 생각하면 <테이큰> <익스트랙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원피스 버전을 보는것만 같았다. (그러게 주인공은 함부로 건들지 말아야 한다) 만약 나에게 원피스는 '적당히 몰입가능한 스토리에 일행이 해코지당하자 개빡친 주인공이 중무장해서 악당들 오장육부를 모조리 작살내는 애니' 라는 기억만 가지고 이번 필름 레드를 보라한다면 굉장히 당혹스러울것이다. 이건 마치 마이클 베이가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도전한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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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떨까? 스토리는 요약하자면 제리 브룩하이머가 최근 주력하고있는 "아버지와 자식" 블록버스터에 매우 가깝다. <제미니맨>과 <나쁜녀석들 포에버>의 윌 스미스가 그랬던것처럼, <탑건: 매버릭>의 톰 크루즈와 마일즈 텔러가 그랬던것처럼 말이다. 잠시 이 영화 셋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제미니맨>에서 헨리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주니어는 두 '아버지' 사이에서 병기가 될것인지 거기에서 벗어날지 나름 고뇌한다. <나쁜녀석들 포에버>의 마이크는 자기가 싸지른 실수를 정리하기 위해 감히 친아들에게 맞선다. <탑건: 매버릭>은 창공속 엇갈릴수밖에 없었던 유사 부자(父子)가 화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번 원피스조차 아버지를 오해하고 원망했던 딸의 실수를 그 '못난' 아버지가 만회하는 스토리이다. 사실은 이게 원피스에서 느낄수 있었던 거의 몇 안되는 장점이다.
 
그나마 이조차도 일반 관객에겐 이런게 있다하고 휙휙 지나가버리니 당혹스러울수밖에 없다. 게다가 러닝타임이 2시간도 안되어 빨리감기를 하고있는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걸 알고있기라고 한듯 영화는 자주 우타의 라이브 장면을 심어 관객들로 하여금 아드레날린 폭발과 카타르시스를 유도한다. 4DX로 본만큼 라이브는 광장히 신나고 몇몇은 인도 영화 <RRR>에 버금가기까지 했지만, 자세히 보면 쓸수 있는 이펙트는 모조리 동원해 관객들의 시신경을 마비시키는것에 가깝다. 마이클 베이의 연출처럼 시야안에 정보량과 자극이 너무 많으니, 아이돌이나 락밴드 콘서트장이 그런것처럼. 극중 우타가 어떤식으로 노래로 사람을 꾀는지 보이는것처럼 말이다.
 
초반부와 중반부의 드문드문 라이브씬, 클라이맥스 이외의 구간에선 흡사 <테넷>을 연상케하는 협공 첩보(?) 작전으로 지친 눈을 환기시키지만 너무 빠른 영화의 템포로 인해 이것마저도 피로함이 느껴졌다. 컷마다 이전 TV 시리즈에서 나온 지역들과 오마주, 온갖 개성을 자랑하는 조연들이 여기에서 튀어나오고 저기에서 튀어나오는데 쉴틈없이 집어넣는바람에 종국엔 해탈하면서 봐야할 지경까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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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들이 불어날때마다 느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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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원피스나 가수 아도(ado)의 충성팬이 아니라면 이번 극장판은 자칫 우타라는 캐릭터의 공갈협박 생떼쇼로 비춰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말로 북쪽 나라의 '기록영화'처럼 이건 단 한 캐릭터를 위해 정말 모든걸 쏟아부은 작품이다. 우타로 대표되는 뮤지컬 정서와 나머지 캐릭터로 대표되는 극영화의 정서가 정면 충돌하는 기분이었다. 아예 뮤지컬로 노선을 바꾸어 뮤지컬 곡으로 합을 주고받는등 장르를 바꿨다면 "그건 그나마 이런 영화였다." 라고 명확히 정리되기도 했겠지만 노선이 다른 두 장르를 한꺼번에 집어넣고 거기에 러닝타임과 템포가 너무 짧고 빠르니 "뭔가 계속 재미있는것을 보고있다는 착각"이 들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3시간이라도 좋으니 관객이 한숨 돌릴만한 편집과 지점을 넣어 감독판으로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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