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주장을 하면 아마 관객의 지출과 극장의 수익이라는 부분에서 껄끄러워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예매취소는 관객의 당연한 권리인데 왜 추가적 지출을 해야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물론 저도 극장의 영화 서비스 공급이 결코 만족스럽지는 않고, 관객이 예매취소를 무료로 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맥스 같은 경우 취소 수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관객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날리기 때문이죠.
위 캡쳐이미지는 8월 15일 19:00 [트위스터즈]의 용아맥 회차 예매현황입니다. 저는 별로 안좋은 자리를 예매했었기에 좋은 자리 취소표가 나오지 않을까 계속해서 예매현황을 확인해보고 있었죠. 그런데 이 때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오후 5시에서 6시로 기억하는데, 이 때 빈 좌석이 갑자기 30여개 정도가 나온 겁니다. 그것도 한 가운데에 일렬로 있는 좌석들이 말이죠. (저 캡쳐에서는 가운데 한 열의 두 좌석은 예매가 되었는데 맨 처음에는 아예 일렬로 쫙 비어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인기 있는 어떤 용아맥 영화의 상영회차에 한 사람이 열석 이상의 가운데 꿀자리를 예매했다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취소를 하는 게 과연 말이 될까요. 그리고 어떤 좌석을 예매했던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변덕을 부려서 한꺼번에 취소를 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합리적으로 이 취소표는 '되팔램'들이라고 봐야죠. 일단 인기있어보이는 회차의 아이맥스 좌석을 선점해놓고 어디선가 거래를 하려다가 그게 생각보다 안팔리니까 취소를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 이 영화를 선점되었던 좌석에서 원래 보고 싶었던 관객들이 볼 수 없는 피해가 생깁니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관객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면 다행이겠습니다만... 이 경우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모든 사람들이 걸어서 5~10분 거리를 그냥 터덜터덜오는 게 아니죠. 어떤 사람은 용아맥 등의 특정 관에서 꼭 영화를 보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먼 거리에서 영화를 보러 옵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외출을 하고 데이트나 식사를 하는 겸 그 동선에 영화관람 계획을 추가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잠재적 관객들은 저렇게 한두시간 남았을 때 취소가 되면 예매를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저 예매현황에 갑자기 '꿀좌석'들이 와르르 생기는데 좋은 좌석을 예매하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보니 참 화가 나더군요... 도대체 왜 누군가의 푼돈벌이에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고 싶어하는 순수한 관객들이 이렇게 포기를 해야하는가...? 저런 빈 좌석이 다 안채워지면 극장도 결국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제일 좋은 상황은 영화를 좋은 좌석에서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좌석을 꽉 채워서 극장도 관객도 손해를 안보는 것이겠죠. 그런데 저런 '되팔램'들 때문에 극장도 고객도 손해를 봅니다. (저런 취소표가 생길 걸 알아서 기다리는 것 또한 대단한 심력소모죠)
저는 그래서 일단 용산 아이맥스 관, 특히나 저런 공휴일이나 평일 오후 7시 8시의 예매 시간대들은 취소에 대한 수수료를 좀 쎄게 물려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되팔렘들이 저런 예매 후 취소를 하면서 공석들을 만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요. 최소한 한 좌석에 3000원~5000원의 수수료는 물려야 되팔이들이 저런 짓을 덜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건 엄연히 암표장사이고 저런 걸 못하게 하려면 결국 선점했던 표가 안팔렸을 경우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손해를 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한테 용아맥 영화 관람은 좋아하는 스타의 콘서트나 팬미팅을 하는 것과 같은 체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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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여러 질문이 따라붙을 수 있겠습니다. 일반 관객이 그냥 예매했다가 사정이 생겨서 취소를 하는 경우에도 수수료를 물어야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 저는 이 경우에도 예외없이 취소수수료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가져왔을 때 좋은 좌석을 선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 좌석을 예매할 기회를 박탈한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죠. 얼마 전 영상자료원에 데이빗 린치 기획전을 보러 갔을 때 빈 좌석이 많아서 좀 짜증이 났습니다. 밖에서 표를 못구했던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거든요. 어떤 소비는 혼자서 구매와 취소가 끝나는 게 아니라 반드시 타인의 기회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저도 영화 보러 가기직전에 취소도 해본 적이 있고 또 사람 사정이란 건 알 수 없기 때문에 취소가 아예 불가해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수수료는 물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취소 수수료의 기본논리는 타인의 기회입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자리만 바꾸고 싶어서 취소하고 다시 예매하는 경우에는 수수료를 물면 안되지 않아야한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좌석 바꾸기'라는 시스템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좌석에서 영화를 보고 싶긴 하잖아요. 이건 좀 시스템 구현이 까다로울 순 있다고 생각하고, 관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니 멀티플렉스 예매시스템이 이렇게까지 배려를 할 지는 좀 회의적입니다만...
모든 영화 예매 취소에 이런 취소수수료를 적용해야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어떤 영화들은 그런 수수료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좌석이 널널하고 타인의 예매 기회를 제한하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용아맥이나 특별한 회차에서는 취소수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20분전, 15분전까지 취소가 가능하다는 기존의 조건은 되팔램들을 도저히 막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다양한 의견 환영합니다.
@ 무대인사 회차 같은 경우에는 아예 당일에 현장에서만 취소가 가능하게끔 되어있더군요. 평론가 gv 같은 경우에도 당일 취소 불가로 된 경우가 많은데 아맥도 조금 특별한 리스크를 줘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권리와 공중도덕을 혼동하시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