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이 영화를 대체 뭐라고 해야할까요?
잘만들었는데 감흥이 남는게 없습니다...
트위터에서 어떤 분이 팬픽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다고 했는데 제 감상이 딱 그렇습니다.
전작들을 버무려놓긴 했는데 아 이건 이 장면이구나 싶을 뿐이지 거기에서 올라오는 감흥이 없달까요.
저는 공포영화를 진짜 못보는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얼마전 서아트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를 보면서도 눈 흐리게 뜨면서 귀막고 보고 그랬습니다.
데이빗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면서도 그 골목길 씬에서 귀막고 봤습니다. 이미 봤었는데도...
그런데 작정하고 벌벌 떨라고 만든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번도 안쫄았습니다.
저도 보면서 왜 이렇게 안놀래지...?? 하고 자신에게 의문을 품었네요.
자문자답을 해보자면 그건 이 영화가 전작들을 인용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 전작의 유명한 장면들은 정확히 모사하기 위해서 주인공의 안전도 똑같이 책임질거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떠올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영화가 뭔가 게임 같습니다. 위기를 어떤 식으로든 넘길거라는 그런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영화가 시종일관 진지한데 이상하게 팝콘무비 같았습니다.
에일리언 1은 팝콘무비가 아니고, 2까지도 팝콘무비로 보기 힘든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작들과 완성도를 비교하려는 게 아니라 작품 속 세계로 빠져들 수 없게 얇다고 해야되나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좋은데... 주제의식이 각각 다른 전편들을 한 작품안에 우겨넣으니 남은 건 에일리언들과의 생존게임뿐인것 같기도 합니다.
구로사와 기요시가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그 로더 슈트를 입고 퀸 에일리언과 싸울 때, 턱주가리의 공격을 피하는 걸 보고 호러를 배신했다!! 라고 했다던데 약간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또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인정할 수 없어하는 원조 팬들의 마음이 이랬겠구나 느꼈고요;;; (저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엄청 좋아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극찬이 계속 공유되고 있는데 심드렁했던 감상도 좀 나눠보고 싶네요 ㅎㅎ
재밌게보려고 1,2도 예습해오고 했는데, 잘 만들었고 재밌긴했지만 뭔가 아쉽더라고요.
공포영화도 못보는 쫄쫄보인데도 그렇게 무섭거나 긴장되지않았다는점도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