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팀 버튼과 관련해 농담 섞인 논쟁(?)을 웹에서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SNS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시절, 인터넷 게시판에서였죠.

바로 팀 버튼의 페르소나가 누구인가라는 것이었는데

조니 뎁과 마이클 키튼 두 배우가 후보였죠.

물론 조니 뎁이 거의 공인된 감독의 페르소나였지만

팀 버튼의 초기 필모에서 마이클 키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배우였거든요.

결국 결론은 키튼도 점오급 페르소나는 되지 않겠나...였던 거로 기억합니다.

(뎁이 감독이 스스로를 이입하는 페르소나였다면 키튼은 그것의 거울상인 

우울했던 어린 시절의 환경 또는 우울 그 자체를 투영하는 인물이란 얘기도 나왔어요

이와 관련한 용어도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까먹... ㅠㅠ)

 

아무튼,

팀 버튼의 초기작인 88년 [비틀쥬스]의 신작을 봤습니다.

전작 [비틀쥬스]는 이번에 재차 복습하면서 느꼈지만 서사보다 이미지로 만들어진 작품이었어요.

이야기만 요약해놓고 보면 정말 별 것이 없지요. 좋게 말해 동화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앙상합니다.

대신 감독 특유의 기괴한 이미지들이 빈 자리들을 채우고 있어서

버튼의 꿈 속을 살짝 엿보는 느낌마저 들었던 영화였어요.

그런 연유일까요, 타이틀롤인 키튼의 비틀쥬스는 영화상에서 분량이 매우 적습니다.

대신 당시의 뮤즈라고 할 수 있을 위노나 라이더 분량이 많아졌죠.

 

새롭게 나온 [비틀쥬스]의 속편은 30여년의 세월이 지나 

우울하고 특이한 소년의 자아가 줄어들고 세파에 찌든 어른이 된 감독의 내면이 엿보입니다.

이야기는 풍성하고 복잡해졌고 반전과 서프라이즈가 가득한데다 캐릭터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최신 기술로 업스케일된 저승세계와 유령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전작의 재탕이지요.

이야기에 더 관심을 쏟는 저로서는 오히려 좋아라고 느꼈지만

전편의 팬들이라면 좋으면서 한 편으로 약간 실망했을 수도 있겠어요.

 

영화 속 시간도 현실만큼이 흘렀음에도 출연진은 전작에서 그대로 이어집니다.

비틀쥬스의 키튼, 리디아의 위노나, 새엄마 역의 캐서린 오하라까지

배우가 연결되지 않아도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활용되기도 하고요

예컨데 전작에서의 부동산 중계인은 그 딸이 이어받아서 같은 일을 한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어른의 사정으로 나오지 못하는 역할들을 처리하는 방식이었어요.

일단 위노나의 리디아만큼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메잇랜드 부부 유령은 깔끔하게 성불시켜버립니다.

인간 캐릭터들과 달리 노화를 겪지 않는 유령이기에 그대로 캐스트를 유지할 수 없었던 거겠죠.

덕분에 최근 살벌한 안건으로 법정에 매여있는 알렉 볼드윈의 문제를 피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랄지...

그보다 흥미로운 건 리디아의 아버지 찰스 역인 제프리 존즈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었어요.

당연하게도 죽은 것으로 처리하지만 사후세계를 다루는 작품이니 그런다고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거든요.

심지어 이야기의 1막은 찰스의 사망과 장례로부터 시작된단 말이죠.

그렇다고 완전히 나락 가버린 배우를 쓸 수도 없으니 다른 배우를 캐스팅 하려나 했는데

감독의 소년적 자아의 악동적 면모가 긍정적으로 발휘되어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독특한 죽음의 방식으로

이 한계를 오히려 이야기의 재미로 이끌어내면서 작품의 분위기와도 제대로 융합을 시켰어요.

배우로서는 불만이겠지만... 어쩌겠어요 자기가 저지른 잘못은 알아서 감당해야죠.

 

새롭게 등장한 주요 캐릭터 둘은 이야기의 위기를 만들며

전작에선 그저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악역 비틀쥬스보다 오히려 더욱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제나 오르테가와 엮이는 캐릭터가 서사적 재미를 엮어낸다면

보다 전면에 나서는 모니카 벨루치의 악역은 이미지로서 풍성함을 더합니다.

양쪽 모두 각각의 재미가 있어서 저는 흥미롭게 받아들였습니다.

 

마지막은 팀 버튼의 환타지들이 언제나 그렇듯 좀 얼렁뚱땅 마무리 되는 느낌은 있는데요.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부분은 거의 대부분 해결을 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다합니다.

다만 일종의 쿠키처럼 덧붙는 악몽 장면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그 쬐끄만 캐릭터를 그려낸 시점에서 감독은 반드시 이걸 해보고 싶었을 거라 짐작해봅니다.

(캐릭터 상품으로 은근 잘 팔릴 거 같단 말이죠.. 미니미 그녀석)

 

+

 

마이클 키튼은 [배트맨]에 이어서 이번까지, 옛날 작품의 연금을 쏙쏙 짤 빼먹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작품적으로나 회계적으로도 말이지요.

흥행적으로 성공한 [스파이더맨]에서 역이나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던 [버드맨]에서의 역할도

[배트맨]으로서 경력에 상당부분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키튼옹은 감독에게 명절마다 쇠고기 정도는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

 

++

 

명계의 수사팀장으로 뜬금없이 윌리언 데포가 출연합니다.

이로서 스파이더맨의 강적인 '벌쳐'와 '그린고블린'이 한 작품에 출연한 셈이네요.

 

+++

 

88년 작품의 속편이다보니 출연진 평균연령이 상당히 높습니다만,

배우들의 나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각각 고희, 환갑이신 캐서린 오 하라나 모니카 벨루치야 원체 안 늙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물론 키튼도)

리디아 역의 위노나 라이더도 이 작품에선 고스 분장 때문인지 회춘한 느낌입니다.

순간순간 30년전 모습이 보일 지경이니.... 감독의 애정 덕분인 건지.

 

++++

 

제나 오르테가는 [웬즈데이]에 이어 이번에도 잠깐이나마 신들린(?) 춤을 보여줍니다.

 

 


클랜시

글쓰고 영화보는 인생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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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해주신 내용을 보니까 영화의 감상이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에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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