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12124484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어거스트 버진>을 연출했던 스페인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신작입니다

개인적으로 <어거스트 버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올해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에 언뜻 관심이 있었는데

그때는 결국 보지 못하고 나중에 보게 되었네요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 가능합니다

14년을 같이 살았던 한 젊은 부부가 자신들의 이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무슨 이상한 이야기인가 싶으면 그게 맞습니다..ㅎ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별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막상 보니 감탄하게 되는 그런 영화들이 있죠

<어거스트 버진>이 저한테는 그런 작품이었는데요

그런데 <이제 다시 시작하려도 해>도 예상치 못한 감흥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아직 보지는 못해서 이 감독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제 다시 시작하려도 해>에서 그의 영화적, 철학적 스펙트럼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극중극'이라는 형식은 장 뤽 고다르나 웨스 앤더슨 등등 수많은 감독들이 활용을 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정말 흔해빠진 형식이죠

그래서 이 영화가 그 형식을 드러낼 때는 별로 큰 감흥은 없었는데요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 수록 '극중극'이라는 형식을 활용하는 방식이 독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형식이 영화 자체에 대한 메타 유머가 되기도 하고 인물의 심리와 정확하게 연결되기도 하면서

삶에 대한 철학적인 깊이를 잘 받쳐주고 있습니다

깊이로만 비교하자면 빅토르 에리세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 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더니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를 감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장 뤽 고다르,에릭 로메르,잉마르 베리만이 나란히 떠올랐습니다

<어거스트 버진>이 에릭 로메르의 영향 아래에서 벗어나지 있는 영화라면

<이젠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그 셋의 교집합에 있는 영화 같습니다

(홍상수가 떠올랐기도 했는데 이분도 에릭 로메르의 영향을 받은 감독이라 뺐습니다)

또한 덴마크의 철학가 키르케고스를 극중의 대화에 끌어들이면서 영화에 지적인 풍부함을 붇돋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어려운 영화는 아닙니다

지성과 통찰력과 공감력을 같이 겸비한 영화이고

이 영화에 나오는 레퍼런스를 몰라도 감수성과 풍부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따라서 <어거스트 버진>과는 좀 다른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명백하게 대비되는 점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어거스트 버진>은 인물의 대사가 적은 영화인데

<이젠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대사가 많은 영화입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이 영화가 우디 앨런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올해 부국제에 상영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시네필이라면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원래 제가 추천글을 잘 안 쓰는데

이 영화는 제가 올해 본 영화 TOP 10에 들어갈 법한 영화여서

흥분한 상태로 글을 썼습니다

 

우연이겠지만 한국어 제목이 찰리 카우프만 감독의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연상시키는 것도 재밌네요

 

ux2PasKMaBuYNTVQRYNqGTfs89d.jpg


Atachment
첨부 '1'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profile
    서래씨 10분 전
    이거 엠엔엠이 수입했더라구요
    보니깐 관심생기는데 부국제때 기회되면 한번 봐볼께요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59943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43] file Bob 2022.09.18 469515 144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5] file admin 2022.08.18 803373 204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5] admin 2022.08.17 551225 150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6] admin 2022.08.16 1210315 143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417209 173
더보기
칼럼 Tim Burton의 저평가 받는 진짜 명작 [30] updatefile 5kids2feed 2024.09.06 4736 15
칼럼 <원맨> 누가 성인이고 누가 죄인인가 [6] file 카시모프 2024.09.05 2611 7
불판 9월 10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6] update 너의영화는 09:51 5966 17
불판 9월 9일 (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61] update 합법 2024.09.06 17113 43
이벤트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 GV시사회 초대 이벤트 [7] updatefile 마노 파트너 15:53 1280 13
후기/리뷰 힙다미로전 미스터노바디 후기(대강추) [2]
2024.04.16 1309 5
영화잡담 힙노틱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 5편 [1] file
image
2023.09.23 963 1
후기/리뷰 힙노틱(Hypnotic, 2023) 감상평
2023.09.22 1043 3
영화잡담 힙노틱 좀 혼란스러운 영화네요 [4]
2023.09.26 1271 6
영화잡담 힙노틱 에그지수 file
image
2023.09.20 844 1
영화잡담 힙노틱 보신 분 계신가요? [14]
2023.09.20 1239 3
영화잡담 힙노시스 에그지수 [2] file
image
2024.05.03 1166 5
후기/리뷰 힙노시스 단상 [3] file
image
2024.05.06 1627 4
후기/리뷰 힘을 내요 미스터리 스포 후기: 관객들 입맛에만 생각하면 그건 영화가 아니다. [2] file
image
2022.12.05 876 0
영화잡담 힐링하고 왔어요!(영화 두 편 관람!) [1]
2022.10.13 885 5
영화추천 힐링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였던 영화 [3] file
image
2023.08.11 2671 9
영화잡담 힌국이 싫어서 무인 봤습니다 [3] file
image
2024.08.31 740 6
영화잡담 히히 용산 슬램덩크 오전엔 줄이 길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file
image
2023.03.01 891 0
후기/리뷰 히트맨(2024) 노스포 후기 [9] file
image
2024.06.08 2477 1
영화잡담 히치콕 사보타주 봤어요! [3] file
image
2022.08.19 986 5
영화정보 히치콕 감독님 현기증 리메이크 되나보네요 [6] file
image
2023.03.24 1280 8
영화관잡담 히어로 영화가 인기 좋다지만 크리드 3 아맥 나왔으면 좋겠어요. [3]
2023.02.22 883 2
영화잡담 히어로 랜딩 실패한 스파이더맨 file
image
2022.09.21 634 0
영화잡담 히사이시조 음악 좋아하시는 무코님들 보세요!
2023.03.24 682 1
영화잡담 히사이시조 영화음악 콘서트
2022.10.11 622 2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