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이영화를 접했을땐 가끔 '블록버스터'나 보던 시기였고, 주변에서 추천들 해주시길래 보긴 했는데.. "노래 만들고 음반 내고 끝나겠네?" 생각하고 보다보니 정말 영화가 그랬고, "이도저도 아닌 결말에 완전 시시하고 허접한 개노잼 영화!"라고 깠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저도 나이를 먹고 직장인이 됐고..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완전 시시하고 허접한 개노잼 영화!😥"라고 깠던 이영화의 재개봉 소식이 들려와 다시 보게 됐어요
다시금 보니.. 그이전에 놓쳤던 세세한 디테일들이 보였는데, 댄(마크 러팔로)의 캐릭터는 현실에서 중년 남성 직장인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반영했고,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주류에서 벗어난 인디 뮤지션들의 삶을 반영했어요
이 둘은 나이차도 존재하고 언뜻보기엔 다른 듯 하지만, 연출의 흐름을 따라 깊게 살펴보면 여러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댄(마크 러팔로)은 절친과 함께 세운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친에게 실연당하고 버림받고.. 상처받은 이들은 우연히 어느 바(BAR)에서 가수와 청중으로 조우하게 됩니다
흔한 인디 뮤지션의 흔한 노래처럼 들리는 '그레타'가 부르는 노래를 '댄'은 타고난 천재적인 감각으로 잠재력을 감지하고, '그레타'에게 "음반 낼 생각 있냐?"고 제안합니다
과연! 이들은 음반을 제작하고 성공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이영화에 감탄했던 부분이 '그레타'와 '댄'의 관계 묘사였습니다
보통 다른 영화들에선 '공동 주연'이라 할지라도 한쪽에 비중이 좀 더 실리는 경향이 있고, 단독 주연의 영화들에선 서브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의 행동에 의지하는 수동적인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구.. 보통 '기 쎈 여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서 중년 남성은 수동적이고 어리숙하고 무능한 모습으로 나오거나, '핵꼰대' 빌런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영화의 '댄'과 '그레타'는 초면의 대화에서 '기싸움'을 펼치면서 상대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티키타카를 보여주며, 겉보기엔 전혀 달라보이는 두 사람의 내면을 파고 들면 파고 들수록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것을 묘사합니다
다시 말해 '댄'과 '그레타'는 성별과 나이, 외모만 다르게 설정된 동일한 아픔과 감성을 지닌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레타'가 '댄'과 대화중에 의도치 않게 '댄'에게 상처를 주는 씬이 있는데.. '댄'이 크게 상처를 받아 그자리를 떠나자 '그레타'가 곧바로 달려가 뒤에서 '댄'을 껴안아 포옹하며 말없이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데.. 이 장면을 원거리 구도에서 잡은 연출이 감성적이면서 두 인물의 설정을 함축적으로 나타냈다 생각합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씬인데.. '그레타'와 '댄'이 교감하며 같은 정서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명장면이죠
둘 사이엔 이때부터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고, 이는 영화 끝까지 유지되어 #열린결말 형식으로 마무리 됩니다
원래는 '그레타'와 '댄'의 관계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키스 씬이 있었다고 하는데 삭제됐다고 하네요
키스 씬이 삭제된 이유를 제맘대로 추측해 보면요
그 키스 씬이 들어가면 '댄'의 '중년 아내'가 남편의 차 조수석에 앉아 있는 '젊은 그레타'를 보며 복잡한 감정에 휘말리는 씬, 빌딩 옥상에서 '그레타'와 '아내'의 첫 만남때 잠깐 스쳐지나가지만 신경전 펼치는 어색한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오버랩되고..
키스 씬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그레타'가 '데이브(그레타의 전 남친)'의 콘서트를 찾아간 후.. 웃으며 전 남친의 공연을 잠시 지켜보다가, 곧바로 콘서트장을 떠나는 씬과 연결되어 완전히 쐐기를 박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댄'이 그토록 혐오해서 별거까지 하게 된 원인이었던 '아내'의 외도와 동일한 행보를 하게 되니 삭제한 게 아닐까? 합니다
한편으로 영화의 제목 #비긴_어게인.이 퇴색되는.. 음..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이거대로.. 음.. 전처와 이혼하고 새아내를 맞이하는.. 어쨌든 <비긴 어게인> 하는 결말이긴 합니다😑
아무튼.. 키스 씬이 삭제되면서 '댄'과 '그레타'는 별거중인 아내와 전 남친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서, 본인들의 목표를 향해 "다시 시작한다(Begin Again)"는 해석도 가능하고 말이죠
씬 하나의 유무로 인해 영화의 분위기와 감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케이스라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10년전에 봤을때 전혀 몰랐던 이사람😆
"우와.. 헤.. 헤일리다!!😮😵💫🥰" 했어요
그당시 어린 나이임에도 타고난 유전자로 마크 러팔로보다 키도 크고 길쭉길쭉 하던데.. "마크 러팔로가 키가 작나?" 싶어 찾아보니 저보다 2cm 작은 173cm네요
요즘 기준으로 작은 편이라면 작은 편😓
그리구.. 헤일리의 키는 168cm😵💫
비율 때문에 마크 러팔로보다 커보였거나 힐 신었나 봐요
반복된 삶에 지쳤거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라는 푸념이 계속 나오는 상처받고 지친 이들을 위한 힐링 영화 <비긴 어게인> 이었습니다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일이 너무 술술 잘풀리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데, 이영화 기획 의도가 '힐링'인 만큼 납득이 가네요
★★★★☆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 오히려 나이들수록 그냥 이게 어쩔수 없는 현실이야.. 자조와 함께 읊조리는 듯한 <인사이드 르윈>같은 영화가 더 위로를 주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