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손은 3대가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한 대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영어 제목인 'House of the Seasons'의 뜻 그대로 세번의 계절이 바뀌면서 이야기가 점점 더 얽히고 무거워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충돌, 가부장제로부터 비롯된 남녀차별 등, 영화는 과거 세대의 전통 혹은 악습이라고도 불리는 것들을 끊고자 하는 무언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된 말년이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의 죽음이 균열의 도화선으로 작용하는걸 보면서 어쩌면 이 집안의 실질적인 주축은 할아버지를 비롯한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얼핏 보면 대가족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가족 개개인을 통해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와 차별, 갈등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초반과 후반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데,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가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담담하게 그렸지만 마음 한켠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제사를 자주 접해서 그런가 초반부는 정말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더라구요. 특히 장례식 장면이 작년에 할머니 보내드리면서 봤던 모습들과 너무 똑같아서 눈물이 좀 나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한국이기에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근래 봤던 한국 영화들 중에서 제일 만족스럽게 관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