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포스터만으로 영화를 고르는데요.
이 영화는 우연히 소문으로 들었다가 포스터를 보고 꼭 봐야겠다! 이런 감이 왔습니다. 그런데 상영관이 없어서… 큰마음 먹고 왕복 세 시간 걸려 보고 왔습니다.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호러 영화 좋아하는 저로서는 미친 것 같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공포영화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고, 보는 내내 짜릿하더군요.
도입부 집에서 출발해 법정에 들어가는 장면을 노래와 함께 들어가는 과정부터 "야! 너는 영화 관객이 아니야. 이 재판의 배심원이야!" 이렇게 외치더군요.
그리고 온 사방이 하얀 법정 안 검사와 변호사는 길게 상황 설명에 들어갑니다. 이 설명이 아주 기가 막혀요. 사건에 대한 장면이 일절 없이 배심원의 시선에서 카메라가 돌아갑니다.
체감상 10분 정도였는데요.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건을 상상하며 토대를 쌓아올리기 시작합니다.
이후로 나오는 장면들은 정적이고, 느리며, 색채가 거의 없이 이어집니다. 시각은 완전히 노곤하게 풀어져 지루하다고 느낄 정도로요.
그런데 소리는 전혀 달라요. 스산한 음악이 되풀이되고 생활 소음이 귀를 찌릅니다.
이 구성이 앞에 쌓아온 상상의 토대와 맞물려, 마치 모니터 두 개를 틀어놓은 듯 보고 있는 영화와 내 머릿속 상상을 겹쳐서 보게 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공포 영화는 드문 수준인데 정말 끝내주더군요.
다만 이런 게 반복되니 중반 넘어갔을 때 역겨움에 좀 토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총평은 공포영화 좀 보고, 잔인함 익숙한 분이라면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