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3원색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아이디어가 감독의 뇌리에 번뜩였나봅니다. 하지만 찰나에 뇌리를 스쳐간 섬광을 붙잡지 못할 거라면 그냥 놓는 게 어땠을까요.
대부분의 영화는 마지막 컷은 암전된 화면인데, 이 영화의 마지막 컷은 새하얗습니다. 빛의 3원색(토츠코의 빨강, 루이의 녹색, 키미의 파랑)이 어우러진 하얀 빛(시로네코당)을 보여주겠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한 컷 한 씬에만 국한된 것이고, [너의 색]은 10분짜리 단편이 아니라 100분짜리 장편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머지 90분을 10분과 전혀 상관없는, 그나마도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하고 닳디닳은 클리셰로 채웠습니다.
새삼스리 58분으로 짧고 굵고 강렬했던 [룩백]이 대단했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네요. 그리고 스토리 전개 형식은 유사하지만 한 가지 색으로 우직하게 끌고간 [블루 자이언트]가 얼마나 명작이었는지 되새겨봅니다.
좋은 아이디어, 아이디어와 전혀 상관없는 클리셰 스토리, 아이디어와 전혀 상관없는 음악을 섞었더니 아쉽다못해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빛의 3원색을 기대했는데 색의 3원색이 나왔네요.
+ 극 중간에 자막 오타(시라네코당)도 한번 나오는게 아쉽네요.
하지만 이 모든 기대를 놓고 가면, 딱히 할 일이 없이 무료한 시간에 가볍게 보러간다면, 그리고 할인권으로 1만원 이하로 보신다면 무난하고 무난하게 볼 만합니다.
그리고 어쨌든 노래는 취향이었습니다. 앞부분이 평범했든 지루했든 어쨌든 마지막이 마음에 들었으니 한번 봐줄까 하는 기분이 살짝 들었네요. 하지만 역시 안되겠습니다.
2.0 / 5.0
정말 1시간 조금 못되는 시간으로 한편을 온전히 담아낸 룩백이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