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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을 60%쯤 보았을 때, 이 영화는 데칼코마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선대칭은 아니지만 거의 대칭이에요. 차이가 있다면 데칼코마니의 오른쪽은 왼쪽과 구조는 동일하되 색 반전을 즐 느낌입니다.

 

스토리에 따른 사건 전개 양상을 보면 C' - B' - A' - A - B - C의 구조입니다. 자동차 사고가 났고 - 가족회의를 했고 - 자녀들이 중년의 노숙자를 구타했고 - 자녀들과 대화했고 - 노숙자가 죽었고 -/- 교통사고 피해 아동이 죽고 - 자녀들과 대화하고 - 자녀들이 갓난 아기와 놀고 - 가족회의를 하고 - 자동차 사고가 나면서 끝납니다.

 

차이가 있다면 분기점 이전과 이후가 구도는 똑같지만 인물들의 반응은 매우 대조적이고 철저히 이중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복선들을 영화 내내 대놓고 보여줍니다. 재환 재규 연경(설경구 장동건 김희애)은 공통적으로 '남들은 그래도 되지만 내 자식은 안돼'라는 이중성을 보여주죠. 연경이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지수(수현)만 그런 이중성이 없고요.

 

재환은 교통사고 의뢰인이 피해자에게 사과하러 가는 것을 거부할 때부터 조짐이 있었습니다. 인륜적으로 저런 악마같은 인성을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타인이니까 그 이상을 간섭하지 않지요. 하지만 자신의 딸이 저런 악마같은 인성을 가진걸 알게 되자, 간섭하는 것이고요.

 

재규는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자신의 아들을 자수시켜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아파트 입구에서 차단봉이 내려오고 물리적인 진행이 막혔을 때, 그리고 그 곳에서 범죄자를 연행해가는 경찰의 모습을 보았을 때, 심리적인 진행마저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병원 내 예배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것과 애엄마가 들어오자 몰래 숨어서 그 곳을 나가는 것도 본인의 이런 이중성을 부끄러워한다고 봤어요. 그리고 결국 남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법의 심판을 받는게 맞지만 내 내 아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반성했으니 법의 심판을 받으면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죠.

 

연경 또한 NGO단체의 영상에 나오는, 부모에게 아동폭력을 당한 아프리카 소녀의 이야기에는 오열힌며 연민을 갖지만, 자신의 아들의 폭력에 사망한 노숙자는 가치 없는 생명이었다, 우리는 그래도 된다라고 말하는 철저한 이중성을 보여주죠.

 

오히려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이 아니라서, 그 어떤 혈연관계도 없는 지수만이 그런 이중적인 태도가 없지요. 대신 관객들에게 이중적인 이미지인 것처럼 보이게 연기했고요.

 

인물들이 사건 한두개로 확 변했다기보다는, 감독님이 오히려 강박적이리만큼 인물 변화의 복선을 대놓고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의 범죄사실을 알고 집에서 열린 가족회의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던 재환이 "그냥 일시불로 줘! 되로 막을 걸 말로 막지 말고!"라며 화를 버럭 냅니다. 이것 또한 당장 자수해서 되로 막을 것을 괜히 숨기다가 영화 엔딩 이후에 노숙자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거나 혹은 인성 삐뚫어진 자녀들이 더 큰 범죄를 저지르거나 해서 말로 막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복선이라고 봐요.)

 

 

영화를 보는 내내 허진호 감독이 거의 강박적으로 이중성의 복선을 숨기지 않으면서 + 플롯을 대칭적으로 만들려고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여서, 어느 순간 영화 전개가 너무 뻔하고 지루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형미를 의도했지만 인조적인 성형미가 너무 두드러져서 거북하달까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자극적입니다. 하지만 '매우' 자극적이지는 않아요. 홍보 문구에서는 [기생충], [헤어질 결심]에 이은 최고의 문제작이라고 하지만, 지나친 과장을 허풍이라고 하죠. 허풍이 심하네요. 어떻게 보면 정말 제목 그대로 보통의 자극이에요. 마라탕이 처음 나왔을 때는 그 얼얼함과 향이 주는 새로운 자극에 열광했지만 요즘은 일상에서 즐겨먹는 매운 요리 바리에이션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는데, [보통의 가족]도 그런 느낌입니다.

 

 

여기에 앞에서 언급한, 강박적일만큼 과도하게 인공적인 대칭미를 조합하니, 이 영화는 인공감미료를 팍팍 넣어서 맛을 낸 편의점 마라탕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싸구려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편의점 음식 중에도 혜자 도시락이나 다른 제품들처럼 가성비 쩌는 의외의 제품들이 많아요. [보통의 가족]도 마라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만족할만한 마라탕이었습니다. 단지, 퀄리티나 독창성이 좀 더 두드러지는 식당 요리라기보다는 대량 생산과 대중성에 좀 더 치중한 편의점 제품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네요.

 

 

 

2.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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