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굉장하더군요. 정말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하게 봤을뿐 아니라, 간만에 정말 영화 보면서 전율한 것 같습니다.
결말부에 이를 때까지 연쇄살인마의 공판에 집착하듯 출석하는 주인공의 심리는 극도로 모호하게 표현됩니다. 주인공은 분량의 8할 이상은 본인의 진의를 숨기고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를 지키고 있죠.
그런데 가끔씩 본인의 감정이 섞인듯 보이는 장면이 살짝씩 엿보이기도 하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본인의 비상식적인 욕구를 가감없이 표출하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던져줍니다.
이걸 토대로 제가 주인공의 심리를 추측해본 내용을 끄적여보려고 해요. 이 아래 내용은 전부 저의 사견이고, 저도 확신하진 못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주인공 '켈리앤'은 스너프 필름을 예술 작품으로 탐닉하며, 스너프 필름을 얻기 위해 다크웹을 드나드는 정신병자입니다. 물론 켈리앤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에 한동안 그 음습한 취향과 취미를 숨겨왔습니다.
당연히 스너프 필름을 제작한 연쇄살인마는 그녀에게 있어선 '예술가'가 되고, 그게 본인에게 더없이 강렬한 자극을 준 영상이었는지 그 예술가의 팬이 되어서 언론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 공판에 꼬박꼬박 출석했다고 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그녀와 친분이 생기는 또다른 살인마 지지자 '클레망틴'은 그녀에겐 껄끄러운 존재로 다가옵니다. 클레망틴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그가 무죄라고 굳게 생각하는 시골 여자입니다. 그가 살인마임을 알고, 그가 스너프 필름을 제작했기 때문에 숭배하는 켈리앤과는 정반대에 있는 인물인거죠.
하지만 얼떨결에 생긴 동지(?)와 시간을 보내며, 그 괴물 같은 취향의 주인공도 클레망틴에게 약간은 친구 비슷한 정을 느끼기는 합니다. 그래서 클레망틴이 스너프 필름을 보고싶어할 때 켈리앤은 고민하죠.
이걸 보게 되면 살인마가 진범이라는 것을 알텐데, 그 때도 친구처럼 지낼수 있을까? 그녀는 위험을 감수하고 필름을 보여주지만,
짜잔- 클레망틴은 켈리앤만큼 괴상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켈리앤에게 이루 말할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고 떠나버립니다.
다시 외톨이가 된 켈리앤, 설상가상으로 살인마 재판의 단골이라는 사생활도 결국 드러나면서 잘 이어나가던 모델 활동에도 위기가 닥칩니다.
정말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켈리앤은 이판사판, 법정에서 피해자를 코스프레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러 예술가(살인마)를 비롯한 온 세상의 어그로를 끄는데 성공하고, 아직 누구도 접한적 없는 마지막 희생자의 스너프 필름을 오롯이 소유할 기회도 얻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재산을 털어 야수의 심장으로 베팅을 이어간 끝에 그녀는 일생의 목표였던 마지막 스너프 필름을 거머쥡니다. 이 때가 영화 속에서 그녀의 감정이 가장 격하게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영상을 만족스럽게 씹뜯맛즐한 이후 행적을 설명하려면 초반부터 간간이 이어져온 그녀의 행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극 초반에 세번째 피해자의 어머니가 법원 앞에서 인터뷰하면서 '살인마의 여성팬들'을 가차없이 비난하는데, 이를 들은 켈리앤은 신경질적으로 뒤돌아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립니다. '니들은 짐작도 못할 고차원적 동기를 가진 나를 감히 그딴 골빈 년들이랑 싸잡아 묶어?'
이후 집에 돌아와 그 어머니 신상을 샅샅이 털기 시작해서, 극 중반에는 파해자 집의 와이파이 비번과 집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결말부에 본인이 간절히 원하던 스너프 필름으로 충분히 만족한 이후, 그녀는 그 집으로 슬쩍 들어가 (피해자 방에서 코스프레 인증샷도 야무지게 남기고) 그 영상을 두고 옵니다. 그리고 그 영상은 살인마의 유죄를 확정하는 결정적 물증이 되구요.
이 결말이 상당히 뜻밖이라 저도 고민을 좀 하고 후기들을 찾아봤는데, 제게 가장 합리적으로 다가왔던 해석은 본인에게 있어 '최고의 예술가'였던 사람을 세상도 알기를 원하면서 그의 유죄 판정에 힘을 실었다는 거죠. 덤으로 초반에 그녀를 모욕한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그 딸이 처참히 죽어가는 영상을 남김으로써 잔인한 복수도 했구요.
이러면 애초에 그녀는 살인마의 유무죄 판결 여부에는 관심 없었다고 봅니다. 그저 팬으로서 그의 '작품'을 더없이 탐닉하고, 또 위대한 예술가인 그의 시선 한번에 황홀해한 거였구요.
단 한가지 제가 확신하는 부분이라면, 이 결정에 일말의 정의감과 선의 따위는 없다는 겁니다.
아무튼 제 생각은 이랬는데, 제가 봐도 좀 엉성하고 억지인 부분도 없지 않네요;; ㅎㅎ
여러분은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남겼는지 공유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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