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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룩백은 어떤 만화인가?
룩백은 후지노와 쿄모토라는 두 여학생의 성장 스토리이자, 원작자인 후지모토 타츠키의 자서전격인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추측으로는 쿄 애니(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에 대한 추모작이라고도 하죠. 작가가 밝히기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본인이 하는 일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을 느꼈고, 과거의 이 감정을 발산하기 위해서 "룩백"을 집필했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친구와 그림을 그리던 추억들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작가 개인의 삶을 살펴보면 - 순수 미술을 전공했지만, 미술 재료비를 사기 위해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 - (만화)그림을 잘그리는 사람이 많아서 4년동안 이 사람들을 뛰어넘지 못하면 죽이겠다는 각오로 연습했다 - 라고 하며, 17세에 만화상에 첫 투고를 했습니다. 저는 작가의 여러 부분을 후지노와 쿄모토에 나누어 준 것으로 보입니다.
- 애니메이션 속 포인트
1. 장면의 대비.
(곳곳의 장면에 대비가 정말 많습니다.)
후지노와 쿄모토가 함께 만화를 그리기 시작 한 뒤에, 쿄모토가 후지노의 손에 이끌려 따라 달리는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요. 첫 번째는 만화를 투고하고 시내로 놀러갈 때이고, 두 번째는 단편들을 계속 집필하는 장면과 도서관에서 쿄모토가 배경미술에 대한 책을 보는 장면 사이입니다. 첫째 장면은 손을 놓치지 않고 뛰어가는 반면, 둘째 장면은 후지노의 속도에 못 따라가고 손가락을 하나 둘씩 놓치는 모습이 나옵니다. 후지노는 만화 작가로서 스토리도 작화도 성장하고 달려나가고 있지만 쿄모토 자신은 배경만 그려왔지 후지노 없이 자기 혼자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쿄모토는 후지노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쿄모토가 이런 뒤처짐을 느낀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이유로 쿄모토는 자신만의 길을 혼자 힘으로 가고 싶다는 소망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적으로, 손잡고 뛰어가는 두 장면이 대비되듯, 후지노가 쿄모토의 그림 실력을 보고 그림을 엄청나게 연습하게 된 것처럼, 쿄모토도 후지노를 보고 혼자서 미술을 더 잘그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대인기피증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죠.
해당 장면은 원작에 없던 장면인데, 애니메이션에서 이러한 세세한 장면을 추가함으로써 작품 전체의 흐름은 유지하면서 인과관계의 연결을 더욱 단단히 하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님께서 메가토크에서 말씀하시길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원작과 비교해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후지노의 가스라이팅?
쿄모토가 혼자 힘으로 살아보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후지노는 자기 없이 어떻게 살아가겠냐고 따지죠. 이 부분을 보고 가스라이팅이라고 느껴져서 보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후지노의 성격을 보면 자존심이 강하고 솔직한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쿄모토가 왜 6학년 중반 이후 만화를 그리지 않았냐는 말에, 자신보다 뛰어난 쿄모토의 그림 실력에 만화 그리기를 포기한 것과 달리, 만화상에 투고할 만화를 구상하느라 그랬다고 자존심에 거짓말을 치죠. 그리곤 쿄모토가 자신의 팬이라는 것을 알고 신나서 빗길에 힘차고 괴상한 동작을 취하며 뛰어갑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참 그 나이대 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좋게 보았는데요. 후에 후지노와 쿄모토가 갈등을 맞는 장면에서도, 후지노의 가스라이팅이 오히려 자신은 쿄모토 없이는 안된다는 절규처럼 느껴졌습니다. 쿄모토를 설득하고 싶지만 솔직하게는 말하지 못하고, 쿄모토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반대로 말하고 있는 것이죠. 가스라이팅이라면 가스라이팅이겠지만, 이 역시 아직 사춘기인 자존심 강한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좋아한다는 게 부끄럽고 자존심 상해서, 좋아하는 애한테 반대로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추가. 위의 갈등을 맞는 장면 이후, 후지노의 장기연재가 시작되고, 연재 담당자와 통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후지노가 만족할 만한 그림을 그릴 어시스턴트를 구하지 못해 이야기를 하고 있죠. 후지노에게는 쿄모토가 그만큼 필요했고, 쿄모토가 좋은 배경 그림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쿄모토의 실력 때문에 쿄모토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게. 결말 부분의 회상에서 후지노는 만화 그리는 게 귀찮고 힘든 일이라고 하자, 쿄모토가 그럼 후지노는 왜 만화를 그리냐고 질문을 하니, 두 사람이 만화를 그리던 수많은 추억들이 흘러갑니다.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즐거움과 행복이 만화를 그리는 이유인 것이죠.)
3. 후지노가 쿄모토의 죽음을 자기 탓이라고 여긴 결정적인 이유.
상식적인 인과관계로 보면 후지노가 쿄모토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것이, 쿄모토 죽음의 결정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후지노가 자기탓으로 여기고 죄책감을 가진 이유는, 졸업장을 전달하기 위해 쿄모토에 집에 방문한 날 후지노가 그렸던 개그만화에서 쿄모토가 집밖에 나오지 않아 죽은 것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였는데, 개그만화의 소재로 쿄모토의 죽음을 이미 한번 표현한 입장에서 정말로 쿄모토가 죽게 되니, 그 만화가 만화 내용과는 반대로 히키코모리로서 집밖에 나오지 않았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여기는 트리거가 된 것 입니다. 4컷 만화에서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장난에서 현실이 되면서 후지노가 느끼는 절망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4. if 세계관은 무엇인가? 후지노의 망상? 평행세계?
쿄모토 사후, 후지노가 쿄모토의 죽음을 자책하며 절망하는 장면에서 다른 시간대로 넘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는 후지노가 머릿속으로 쿄모토를 구해주는 만화를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쿄모토와 처음 만난 장면에서 후지노는 시나리오는 이미 자기 머릿속에 있다고 하는데요. 평소 후지노의 창작 방식은 일단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이고, 머리 속에서 그린 것을 손으로 옮겨 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절망하는 후지노에게 전달되는 "룩백(룩백 또는 내 등을 봐라고 번역... 4컷 부분에서 개그적 연출로 등에 곡괭이가 꽂혀있고, 후지노의 스타일로 쿄모토가 그린 만화입니다.)"이라는 4컷 개그만화가 있죠. 다른 시간선에서 쿄모토가 후지노를 만난 후 미소지으며 "룩백"을 그리는 장면이 있는데, 애니메이션 안에서 특이하게 만화처럼 한 장면에 툭툭툭 컷분할을 하는 연출을 넣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아주 작게 페이지 귀퉁이 부분에 표현된 부분인데요. 감독이 이러한 연출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종합해보면, 이는 해당 시간선이 기본적으로는 후지노의 머릿속 만화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룩백"이라는 4컷 만화가 바람에 날려오며, 후지노의 머릿속 시간선과 현실의 시간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출을 하면서 작품에 시간여행 영화 같은 미스테리한 느낌을 가져오죠. 개인적으로 원작을 읽을 때 이 부분이 정말 천재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굳이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고, 후지노와 쿄모토가 서로를 생각하며 그린 만화가 문틈을 넘나들며, 서로에게 세상 밖으로 나아갈 힘을 주게 되었거든요.
5. 룩백의 의미.
Look back은 보통 "뒤를 돌아보라"는 의미인데, back을 신체 "등"으로 해석하면 "내 등을 봐"가 됩니다. 쿄모토의 죽음 이후 쿄모토와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가 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과거로만 되짚는("뒤를 돌아보는") 후지노를 쿄모토가 그린 룩백이라는 4컷 만화가 다시 후지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데, 등을 보라는 말의 의미를 구도적으로 상상해 보면 앞에 서있는 나의 등으로 보라, 앞을 보라는 중의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서있을 때 앞사람이 내 등을 보라고 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면, 뒷사람은 그 순간 당연하게 앞을 보게 되겠죠. 추가로 서로의 등을 보며 성장한다는 의미의 힌트를 회상 장면에서 겨울날 후지노가 쿄모토에게 "쿄모토도 내 등을 보며 성장하는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원작자가 영화광이기에 룩백이란 단어의 구도적인 점과 룩백이라는 제목이 오아시스의 노래 Don't Look Back in Anger라는 노래의 제목에서 따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일에 분노/절망 하지 말고, 앞을 보자는 메세지와 서로의 등을 보며 성장하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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