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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갑작스러운 반전이 있었는데, 사실 영화 내내 진행되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저는 좀 뜬금없다고도 느꼈습니다. 저 같은 분이 또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뜬금없는(?) 반전에 그래도 설득력을 부여하는 몇몇 떡밥이 있었기에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혹시 이 힌트들을 보고 결말을 미리 눈치채셨는지 한번 비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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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노윤서가 스쿠터를 직접 운전하는 장면
종종 스쿠터 뒤에 김민주를 태우고 운전하는데, 항상 운전은 노윤서가 담당함.
(물론 청각장애인도 일반인과 똑같이 운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의 설정에 비춰 볼 때, 청각장애인이 스쿠터 같은 이륜차를 운전하기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점, 김민주가 꽤 큰 소리조차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청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 김민주의 언니인 노윤서는 정상인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스쿠터를 김민주가 아닌 노윤서만 운전하는 장면도 결말을 위한 복선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도 이 부분부터 미심쩍었고요.)
② 클럽에서의 연출
홍경 노윤서 김민주 셋이 클럽에 들어가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홍경과 노윤서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는 아무 변화가 없다가 김민주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나서야 클럽 노랫소리가 작아짐.
③ 클럽에서 나와 홍경이 노윤서와 김민주를 집까지 바래다줄 때의 장면
김민주가 먼저 집에 들어가고 둘만 남아서 같이 걸을 때 뒤에서 자동차가 다가옴. 이때 노윤서가 먼저 홍경에게 길 가장자리로 끌어줌.
(여기서 두 번째로 의심했습니다. 비록 노윤서가 자동차 소리가 아니라 전조등 불빛을 보고 알아챈 것일 수도 있지만요.)
④ 홍경과 노윤서가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 가운데 하나
노윤서가 홍경에게 지금 무슨 소리를 가장 듣고 싶냐는 질문에 홍경이 '네 목소리'라고 답장하려다 지움.
⑤ 병원에서 퇴원한 김민주가 밤늦게 집에 들어올 때의 장면
김민주가 현관 자물쇠 번호 키를 누르자,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노윤서가 침대에 돌아누움.
(제가 3차 의심을 한 장면입니다.)
⑥ 홍경이 오토바이 정비사 친구와 친구 집에서 대화하는 장면
홍경이 여자친구에게 차였다고 홍경 친구에게 고백하자, 친구가 홍경에게 여자친구에게 직접 전화해서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게 어떻겠냐고 함. 이에 홍경은 여자친구가 청각장애인임을 이야기하자, 친구는 '개진상 남동생(노윤서의 여동생 김민주를 가리킴)'도 청각장애인인지 홍경에게 물음. 아마도 청각장애의 유전을 염두에 두고 질문한 듯함.
(이것까지도 복선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했지만, 아예 관련 없는 장면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둘 중 김민주만 청각장애인이었으니까요.)
+ TMI를 조금 덧붙여 보자면, 청각장애가 유전 때문에 나타날 확률은 극히 드뭅니다. 청각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부모의 장애 유무에 따라 자녀가 장애를 안고 태어날 확률이 미미하게 바뀌긴 하나, 워낙 많은 유전 인자의 조합에 따라 사람의 형질이 결정되다 보니 수학적 확률로 정확하게 나타내는 게 쉽지 않고, 실제 확률 또한 매우 낮습니다. 즉, 부모가 청각장애인인 것과 자녀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것은 적어도 유전적으로는 서로 연관이 없는 것이죠.
⑦ 노윤서와 부모님이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
노윤서가 엄마에게 자기를 낳을 때 장애가 두렵지 않았냐고 물음.
(질문의 의미가 그대로 드러날까 봐 일부러 중의적으로 처리한 자막 같았습니다. '장애가 두렵지 않았냐?'는 뜻을 자기도 장애를 안고 태어날까 봐 두렵지 않았냐는 의미로도 볼 수 있죠.)
⑧ 수영장 한복판에 들어간 노윤서 뒤로 홍경이 혼잣말하는 장면
홍경은 노윤서도 당연히 청각장애가 있는 줄 알고 혼잣말하듯 자기 마음을 말로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이때 노윤서가 홍경의 독백을 경청하는 듯한 표정 변화를 강조하여 보여줌.
(노윤서가 청각장애가 없다는 가장 강력한 단서로 볼 수 있죠. 이 장면에서만큼은 그래도 마지막의 반전을 예측하신 분이 많으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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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단서가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바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포인트들을 곳곳에 심어둔 건 꽤 괜찮았습니다. 영화 보신 분들은 한번 내용 상기하시면서 생각해 보시면 나름 재밌으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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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반전이든 뭐든 다른 건 다 그럴 수 있다 쳐도 그 반전 이후의 전개가 너무 이해할 수 없더라고요. 뭐 홍경네 가족들이야 그날 노윤서를 처음 본 입장이니 그럴 수 있다만, 홍경 본인은 그 순간에 그냥 놀라는 것에서 그칠 게 아니라 "띠용~~" 수준까지는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 저도 '응? 뭐야?' 했는데, 충격받기는커녕 '오 그렇구나!' 하고 그냥 자연스러운 듯 흘러가는 게...... 개인적으로 이 장면만큼은 개연성이 심하게 떨어져 보여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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