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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웅 감독의 <아침바다 갈매기는>입니다. 뒤늦게 알았지만 감독 전작을 이미 본 적이 있더라구요.
<불도저에 탄 소녀>란 영화였는데, 펄펄 끓는 에너지로 힘있게 나아가긴 하지만 너무 억지스럽고 투박해서 개인적으로 썩 좋게 보진 못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많은 면에서 훨씬 좋아졌습니다. 투박함보다 우직함의 미덕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굳게 닫혀서 생기를 잃어가는 어촌 마을의 문제적 현실을 생생한 결로 나타냈고, 공동체의 폐쇄성이나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 여러 이슈를 부자연스럽지 않게 잘 엮어서 영화에 담았습니다.
윤주상 배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귀에 익은 뛰어난 성우임에도 연기를 보는건 거의 처음이었는데, 늙고 상처입었지만 여전히 사나운 호랑이 같은 얼굴을 하고 굉장한 명연기를 펼쳤습니다. 개인적으론 주요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양희경 배우와 베트남 배우 카작의 연기도 일품이었구요.
김태양 감독의 <미망>입니다. 영화 보기 전에 홍상수 영화 같다는 얘기를 많이 봤는데, 그보다는 좀 더 감성적이고 낭만적으로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인연과 기억, 크게 보면 인생에 대한 소소한 대화들로 꽉 차 있는 영화였는데, 비일상적인 대사들이 꽤 있음에도 그다지 부담스럽거나 튀지 않고 물흐르듯 따라가기 좋게 잘 쓴 각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주된 정서는 역시 '향수'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변해버린 것들, 사라져버린 것들, 아직은 그대로지만 언젠가 변해갈 것들에 대한 아련한 슬픔이 영화 전반에 녹아있습니다.
이명하, 하성국 등 처음 보는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도 나무랄 데 없었고, 깨알 같이 나오는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도 영화의 감성과 참 잘 어울리더군요.
제가 더 어렸을 때 봤다면 '이게 뭐야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하면서 넘겨버렸을 영화일 것 같은데, 이걸 보면서 촉촉히 마음이 젖어서 멜랑꼴리해지는걸 보니까 저도 나이를 먹긴 했나보다 싶습니다. 몇년 후에 다시 보면 느낌이 또 다를 것 같네요.
정해일 감독의 <언니, 유정>입니다. 앞선 두 영화에 비해 불호에 가까웠습니다.
다소 방관적이었던 언니가 어떤 사건 이후 자신이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동생에 대해 배워가는 드라마인데요, 좀 허술하고 개연성에 문제가 있어서 핵심이 되는 사건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영화일 듯 합니다.
제가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정말 싫어하는 게 특별한 이유 없이 진상을 보여주지 않고 꼭꼭 숨기다 돌아돌아 밝혀지는 상황인데, 이것이 영화 줄거리를 사실만 뽑아 요약한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어서 제겐 너무 안 맞았습니다.
꽤 무거운 소재로 출발하는 초중반의 미스터리한 전개에서는 '대체 왜??'라는 의문이 흥미를 돋구었다면, 중반을 지나며 그 의문이 점점 짜증스럽게 변하다 결국 결말부까지도 해소되지 못하고 황망하게 흩어져버립니다. 대체 왜??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야 할 대사의 품질도 부족하고 다소 평면적이라 깊게 몰입하지 못하고 답답함만 느껴졌습니다. 촬영도 인물 클로즈업이 엄청 많아 더 답답했어요ㅠㅠ 박예영 배우 개인의 연기력에 크게 의존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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