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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던 필의 이번 신작 놉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면,비행체 UFO가 사실은 무생물이나 기계가 아닌 생물 그 자체라는 사실과 함께 이 외계 생물체를 해치우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이 워낙 자신의 작품에 많은 은유와 비유들을 함축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해석의 접근 방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메타포, 모티프들을 많은 층을 쌓으며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다층적인 심리, 의미와 메세지를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 중 저는 한가지 중심 키워드를 잡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핵심으로 봤던 키워드는 바로 '본다는 행위'입니다. 
 우선 OJ의 아버지가 사망할 때 그는 하늘로 부터 내려온 동전에 의해 눈을 관통하는 부상을 당합니다. 광고현장에 나간 럭키는 스탭이 들고 있던 거울에 자신의 눈을 비추어 보며 깜짝 놀라 뒷발을 걷어찹니다. 어렸을 때 말 진 재킷을 조련 하기로 했던 에메랄드 대신 훈련을 맡게 된 OJ는 에메랄드를 지켜보고 있다는 제스쳐를 행합니다. 주프는 쇼에서 외계인을 '뷰어'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계생물체를 바라보면 안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바라본다는 것은 구경거리, 엔터테인먼트와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 나훔 3장 6절 구절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 거리가 되게 하리"라는 구절에서 구경거리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감독은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침팬지인 고디와 진재킷을 구경거리로서 소비하고자 했습니다. OJ에게도 일어난 "bad miracle" 그것은 주프에게도 일어났습니다. 고디가 난동을 피우며 사상자가 나오는 도중 신발이 일자로 세워지는 일이 있었죠. 그리고 그 사건으로부터 주프는 신체적 부상없이 그 일을 넘기게 됩니다. 하지만 주프는 현재엔 이 일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생각합니다. 어린 날에 잘나갔던 자신의 모습을 잊지 못하며 이 외계인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자신이 그 주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결국 그는 '뷰어'라고 지칭하는 외계인들이 자신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과신하게 되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가 진자켓에게 빨려 들어가기 전에 하늘을 바라보는 표정이 굉장히 미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고디 사건에서 주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엔젤이 행운처럼 비닐이 얼굴을이 가려져 진자켓에게 살았던것 처럼 탁자 밑에서 천으로 고디의 눈을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고디를 자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프는 근본 없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뷰어라고 지칭하는 외계인에게 신뢰를 받고 있고 자신은 고디 사건처럼 자신만은 안전할 것이라는 오만을 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다는 행위'는 카메라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외계인에 대항하는 일종의 방법은 바로 카메라로 진자켓을 잡아 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장면을 포착해내는 일종의 또 다른 인공적인 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을 타고 있는 흑인 기수의 후손인 그들, 특히 엠은 바로 그 진자켓을 촬영합니다. 영상을 촬영한 마이브릿지는 역사에 기록됐지만 그들의 조상인 기수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구조에 대항하는, 그리고 사람들을 잡아 먹는 외계생명체인 진자켓에 대항하는 방식이 카메라로 촬영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중요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엔젤 OJ 에메랄드 이 셋 만이 외계인을 직접 조우한 자들, 촬영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그들은 단순히 돈, 흥미 목적으로만 진 자켓을 카메라로 담으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그들은 이 외계 생물체로부터 사람들을 더 이상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목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엔젤이 작중 그런 대사를 하죠. 이건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기도 하다고요. 반면 TMZ기자는 이 영화에서 경고하고자 하는 태도로 진자켓을 대하다가 목숨을 잃게 되고, 홀스트도 자신의 예술적 욕망을 탐닉하고자 폭주하다가 목숨을 잃죠. 엔젤은 호기심으로 시작하기는 했으나 단순한 흥미 목적 그 이상의 동기를 두 남매와 공유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엔젤"로 "earth"라는 티셔츠를 입고 등장합니다. 그는 어쩌면 일종의 세상에 닥친 고난, 시련에 대항하는 두 남매의 지상에서의 조력자, 수호자라고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중 농장에 카메라를 설치해주고, 촬영하는 것을 도와주고, 위험에 빠진 그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 셋이 어떻게 외계인 진 자켓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좀 더 디테일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진자켓을 통제하는 자가 말의 존재 자체를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OJ이기 때문입니다. 주프는 외계인을 끌어내기 위해 단순히 말이라는 먹이, 희생양, 제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자켓을 통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오만한 태도를 지닙니다. 자신은 선택된 자고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거라고요. OJ는 이런 주프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진자켓으로 인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말인 럭키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외계인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말들을 돌봐야 한다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홀스트가 말을 제물로 진자켓을 낚자고 하지만 엔젤은 이 둘은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안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OJ는 작중 가장 빠르게 비행접시가 단순히 UFO가 아닌 외계생명체 그 자체라는 것을 눈치를 챕니다. OJ는 외계생명체를 하나의 맹수인 것처럼 그의 습성을 이용해 그를 통제하고자 합니다. OJ는 이런 외계인의 이름을 "진자켓"이라고 부릅니다. 이 진자켓의 이름은 동생 에메랄드가처음 맡기로 한 말의 이름으로, 아버지 오스틴이 갑자기 맘을 바꾸고 에메랄드가 아닌 OJ가 진자켓을 맡게 됩니다. 이 때 OJ 는 엠에게 I'm watching you 제스쳐를 보냅니다. 그리고 작중 후반 위험에 처한 엠에게 동일한 제스쳐를 보냅니다. 이후 이 진자켓은 엠의 손으로 처단하게 됩니다. 저는 이 문맥이 어린시절의  그 제스쳐는 OJ가 엠에게 진자켓을 언젠간 너에게 꼭 돌려주겠다, 후반부의 제스쳐는 드디어 때가 왔어 내가 진자켓을 조련할게 너는 진자켓을 카메라로 찍어서 공격해라고 들렸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은 OJ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찍으려 진자켓을 몰고 다니는 역할을 할 때 주황색 스콜피온 킹 후드티를 입게 됩니다. 말 진자켓을 OJ가 훈련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스콜피온 킹에 출연시키기 위해서였다는 점에서 OJ가 말 진자켓처럼 외계인 진자켓을 잘 조련하겠다는 의지를 진자켓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말 진자켓처럼 외계인을 다루고 실제로 그것을 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또 마이브릿지의 영상에 대입해 본다면 흑인 기수의 역할을 OJ가 해내고 있고, 영상과 사진을 찍는 것이 에메랄드의 몫으로 자신들의 조상들이 영화산업에서 영향력을 충분히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전 세대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 세태에 대항하는 것이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부터 극복해내는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시절 트라우마는 주프의 어린시절 소년 보안관 마스코트 풍선을 통해 진자켓을 물리치는 점에서도 맥락을 같이 하는듯 보입니다. 그리고 우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자켓이 아버지를 죽게 만든 바로 동전이라는 것 입니다. 그건 초반 Money shot에 대한 언어유희도 동시에 있어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보면 남매가 주프와 아버지의 복수를 대신 한다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회차 관람을 하면서 나름 세세한 부분들까지 캐치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글의 초고를 완성하고 어제 올라온 이동진 평론가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오니 제가 바라본 관점들과 예상한 것 이상으로 다양한 관점과 시선에서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 오후에 3회차 관람을 하는데 이번에는 이동진 평론가들이 제시해준 관점들까지 함께 고려하며 관람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지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조던필 감독 영화의 특성상 이야기 안에 다른 이야기를 숨겨 내는데, 겟아웃은 그 1차적인 이야기 그 자체로 스릴넘치고, 깔끔한 구조를 보입니다. 다만 놉은 그에 비해서 1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는 다소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야기 안에서 감독이 제시하는 이야기들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저는 굉장한 작품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지점이 호불호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1회차에서 난해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번 재관람하면서 그런 요소들을 탐색하는 일종의 게임같이 관람해보시는 것도 재밌게 관람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여기서 마치며 아무쪼록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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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디카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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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서래씨 2022.08.18 13:20
    잘 봤습니다!
  • @서래씨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8 13:56
    감사합니다~
  • profile
    스턴트맨마이크 2022.08.18 13:42
    좋은 해석과 리뷰 잘 보았습니다 ㅎㅎ 이런 글들 읽을수록 재관람의 욕구가 올라오네요
  • @스턴트맨마이크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8 13:57
    다른 분들 글이랑 영상 보고 나면 어 이런게 있었는데 확인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저는 곧 있다 재관람하러 갈 예정입니다!
  • 베이비그루트 2022.08.18 14:50
    와.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하트 백개 눌러드리고 싮네요!
  • @베이비그루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8 17:51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갯보리 2022.08.19 00:33

    선추천 후감상!

  • @고갯보리님에게 보내는 답글
    고갯보리 2022.08.19 00:44
    다 읽었습니다. Money shot 언어유희 부분이 확실히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와... 진짜 리뷰 대박이신데요?? 소름 돋았어요!! 놉 리뷰 찾아서 보고있는데 최고!!!!
  • @비리부정부패독재타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21 22:15
    아유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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