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적인 억압에 내재된 바디 호러의 충격적 시청각화
바디 호러는 호러 장르 중에서도 특히나 피곤하고 역겨운 장르입니다. 신체 변형에 의한 공포는 단순히 흉기를 든 괴한이나, 반투명한 유령처럼 외부적 대상으로 끝맺는게 아니라 관객들이 몰입하는 주인공 내면에 강한 영향을 주기에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서브스턴스는 그런 불쾌감과 노골적인 욕망을 직조하며 관객들을 내면의 거울 앞에 세우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카메라와 사운드를 통해 인간 본능의 가장 밑바닥을 스스로 대면하게 만드는 한편, 감히 시선을 돌리고, 귀를 틀어막고 싶어지는 강렬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작품은 초현실적인 구성과 좌우 대칭적 화면의 반복적 사용을 통해 초현실적인 우화의 틀을 공고히 합니다. 특유의 좌우 대칭형 화면 구조는 웨스 앤더슨이 연상될 정도이지만, 역으로 대칭을 깨뜨려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차별점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비 연출은 현실과 심리적 공간의 대비를 강하게 하며 관객들을 주인공의 내면 세계로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특히 주인공 자아의 주도권을 각 자아의 사진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집이라는 공간을 내면적 감옥으로 변모시키며, 후술할 클라이맥스와 엮여 다른 자아(Alter Ego)와의 내적 대립을 시각화 합니다.
반면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이하 엔터 업계)는 여성의 외면적 감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엔터 업계는 남성들의 시선과 평가를 통해 여성의 에로티시즘을 맹렬히 소모합니다. 모멸적인 시선과 평가를 받으면서도 업계에 남아 사랑 받으려는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에게 여성 차별적 시선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는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등장인물들이 이런 성차별적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외면하는 태도 그 자체입니다. 이는 업계의 차별적 관행과 작품이 내세우는 공포의 근간이 '늙는다'는 거부권없는 태생적 바디호러에서 비롯되어 있음을 알려주며 본작의 시청각적 폭력을 외면하고픈 관객들의 심리와도 연결되어있습니다. 멈출수 없다고(I can't stop) 독백하는 그녀의 작은 비명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애처롭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작품은 이처럼 강렬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지나치게 피상적인 메시지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뻔하다면 뻔한 차별적 관행에 대한 풍자가 같은 방식으로 남발되다 보니 이야기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게 전개됩니다. 여성의 외,내면을 억압하는 감옥의 잔혹성을 고발하기 위해 2차례에 걸친 거진 20분짜리 클라이맥스의 길이감 또한 강렬한 자극에 지쳐 몰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그 끝없는 폭력성과 미학적 경계를 탐험하며 바디 호러 장르에 강렬한 피보라를 일으킵니다. 별(star)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펼쳐지는 차가운 결말 역시 예상치 못한 서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서브스턴스'(2024)는 관객을 소모시키는 동시에, 영화적 자극의 끝을 탐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 (4/5)
무코에 처음 올려보는 글입니다.
종종 꽂히는 영화 보면 리뷰글 올려보겠습니다^^~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 👍 |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