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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지만 가차없이 혹평을 좀 퍼부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양해 바랍니다. 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신상 VVIP 쿠폰으로 본 영화이긴 하나, 솔직히 영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마 이 정도 수준의 각본 가지고 강탈 이슈가 발생했다고?'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각본이 이 모양인 건지, 각색으로 각본을 망쳐놓은 건지, 아니면 둘 다 문제인 건지. 확실한 건 누가 감독했어도 도토리 키 재기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에 맛이 없습니다. 섹스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는 것 같지만 깨어났던 음란마귀도 다시 잠들 정도로 정체성이 애매한 영화입니다.
초반부 설정은 꽤 신선합니다. 동화작가 지망생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취직하여 음란물을 심의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흥미를 유발합니다. 딱 거기까지였네요. 아니 조금 더 너그럽게 봐서, 우연한 사고로 어쩔 수 없이 성인 로맨스물을 써야하는 입장으로 확장되는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까지도 용납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부터는 그냥 재미가 없네요.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로 보기에도 미흡하고, 풋풋한 남녀의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로 보기에도 미흡하고, 성인용 창작물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반기를 들거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및 2차 가해를 따끔하게 비판하는 블랙 코미디로 보기에도 미흡합니다. 나름 진지하게 덕지덕지 갖다붙인 메시지들도 뭉툭하기 그지 없습니다. 즉 설정만 잘해놓고 이야기를 어찌 풀어갈지 이리저리 헤매는 모양새입니다.
무엇보다 '청불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있다는 사실이 민망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별로 야하지도 않은 섹드립을 하면서 인물들이 먼저 호들갑을 떨면 관객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요? 시치미 뚝 떼고 더 발칙해도 모자랄 판에 '동화'라는 요소에 발목 잡혀 시종일관 나이브함을 유지하려는 것 같은데 그저 주책없어 보일 뿐입니다. CG를 활용한 영화적 장치들로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려는 시도도 여러번 반복되니 유치하고 따분할 뿐입니다. 영화 속 이야기로 등장하는 성적 판타지들 또한 낡고 너절한데요. 최시원이 연기한 캐릭터의 반응(?)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하나도 야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베드신이라도 좀 과감하게 만들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사전 검열이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 수위에 발목 잡힌 인상입니다. 게다가 난데없이 신파는 또 왜 욱여넣었을까요? 여러모로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연출이 할 말을 잃게 하는데, 90년대 코미디 영화도 이보다는 세련되었을 것 같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디렉팅 탓인지 맛깔스럽지가 않습니다. 박지현은 배우 자체가 가진 고유의 매력과 에너지로 영화를 끌고 갈 뿐이지 캐릭터는 당위성도 개성도 부족합니다. 고로 인물이 아닌 배우만 보입니다. 정말 나쁜 의미에서 주연 배우만 도드라지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리액션이 왜 이렇게 과장스럽고 부산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각본과 연출이 방향성을 잃어버리니 연기도 갈 길을 잃어버리는데요. 무대 연기와 달리 영상 연기에서 만큼은 연기의 실패까지 감독이 오롯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나마 성동일씨와 박철민씨 특유의 코믹 연기에 몇 번 피식 웃었을 뿐입니다.
엔딩 크레딧의 '도움 주신 분들'에 윤제균 감독 이름이 보이던데 연출의 노하우라도 좀 배웠어야 했습니다. 이 영화에 비하면 <색즉시공>은 엄청난 수작으로 느껴질 정도니까요.
☆별점 및 한줄평:
●○(1.5/5) 동화든 청불이든 총체적 난국 속에서 주연 배우가 동분서주해 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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