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작성했던 내용 수정 보완해서 다시 적었습니다^^)
더 폴 (The Fall), 영화를 통한 구원의 서사
이 영화는 흔한 표현으로 안(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일단 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영화일 겁니다. 그래서 이미 너무 많은 후기와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이 알려져서 알 사람은 다 아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뒤늦게야 후기를 쓰는 이유는! 네, 저는 이번에 타셈 싱 감독님 GV를 모두 놓친 불운한 사람으로서 ㅠㅠ, 홀로 이 아픔을 달래보고자 청승과 미련에 가까운 후기라도 핑계처럼 담아 쓰고자 합니다.^^
(* 참고로, 일반적 영화 정보와 더불어 제가 들었던 기존 GV에서의 정보도 일부 포함하는 내용이고, 몇몇 부분에서는 영화적 지식이 거의 없기에 지극히 제 개인적인 사심을 담아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작성하려고 쓴 내용이니 감안하고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로케이션을 찾는 데 18년(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도 이 정도면 순애보), 아역배우 찾는 데 9년(카틴카! 너 생각보다 더 엄청난 아이였구나!), 전세계 28개국에서의 촬영에 4년(세계일주한 촬영카메라 복 받았네), 아무도 영화를 사주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감독이 직접 2년 후 개봉하게 된(감독님의 인간 승리!!) 영화 더 폴.
영화 ‘더 폴 (The Fall) 디렉터스 컷’은 2006년도에 개봉된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이라는 인도-미국-영국 합작 영화를 팬들의 성화에 힘입어 드디어 타센 싱 감독이 추가컷을 더해 재개봉한 영화입니다. 요호호(1981) 라는 불가리아 영화가 원작이며, 인도 출신의 뮤직비디오, CF, 영화감독인 타셈 싱이 감독을 맡았고, '리 페이스(로이 및 블랙 밴디트 역, 세상에 태어나 줘서 고마운 1인)', '카틴카 언타루(알렉산드리아 및 꼬마 밴디트 역, 세상에 존재해주고 감독님 눈에 띄어주어서 땡큐베리마치한 1인), '저스틴 와델(에블린 간호사 역)', '줄리안 블리치(틀니 할아버지 역)' 등의 배우들이 출연했습니다.
타셈 싱 감독은 (여기부터 감독님에 대한 설명은 정성일 평론가님이 말씀해주신 내용임) 인도에서 금수저 중 금수저 코스를 밟으셨다고 합니다. 인도의 유명한 비숍 코튼 스쿨(Bishop Cotton School)에서 수학했는데, 이 학교는 1895년 영국 조지 코튼 주교가 인도의 북부 히말라야 산자락 휴양도시인 심라(Shimla)에 설립한 학교로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기숙사형 사립학교 중 하나로 꼽히며, 고풍스러운 영국 학교의 전통과 명성이 대단한 학교여서 아무나 입학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 비숍 스쿨은 교통이 불편한 오지 산자락에 있는데도 인도의 상류층 중 최상류층들은 이런 선선한 기후와 환경조건이 교육환경에 좋다고 판단하여 이런 명문학교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 학교 졸업 후 한스라한스라즈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하버드 대학교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하려고 미국으로 갔으나(이 부분은 감독님 피셜, 경영은 부모의 뜻이었고 본인은 영어를 배우고 싶으셨다고), 예술과 영화를 하고 싶어서 중퇴하고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아트센터 디자인대학의 영화학부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여기서 같은 학과 같은 기수 동문으로 수학한 사람으로는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 잭 스나이더 감독이라고 합니다. (정성일 평론가님 피셜, 강의실에 앉아보니 한쪽엔 마이클 베이가 있고 이쪽엔 잭 스나이더가 앉아있는 거라고^^) 이 학교를 졸업하고 영화보다 먼저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찍었는데 대표 뮤비로는 R.E.M 뮤직비디오(MTV 뮤직비디오 최우수상 수상), 대표 광고로는 앤클라인과 리바이스청바지 광고(칸 국제광고제 대상 수상), 그리고 전세계 가장 영향력있는 감독만 광고를 맡는다는 나이키, 펩시 등의 상업광고로 명성을 날립니다. 이 영화 <더 폴>은 감독이 이렇게 유수한 광고로 모은 수익금 모두와 오랜시간 광고를 찍으며 헌팅한 모든 장소들을 참고 삼아 오랫동안 기획, 제작, 감독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내용은 알다시피, 물리적 심리적으로 추락과 상실에 빠져 죽음을 바라는 로이와, 오렌지 따다가 추락해 팔을 다친 알렉산드리아가 병원에서 만나게 되고, 로이가 들려주는 판타지 이야기를 통해 친해지는데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상실에 대한 치유와 구원을 순수하게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현실과 판타지적 허구 이야기를 오고가는 이중구조이지만 사실 현실 속에 현실을 반영한 판타지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끼여드는 느낌이지요. 초반에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의 이야기를 듣는 단순한 청취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영상으로 펼쳐내 보이는 것은 알렉산드리아의 상상력입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의 이야기에 점점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며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영화 후반부에선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서 상실에 대한 치유와 삶의 가치를 절실하게 찾아가는 내용이 됩니다.
이 영화의 수많은 장점 중 대부분 첫 번째로 일컫는 미장센의 극치라 칭해도 좋을 시각적 완성도는 칭찬을 해도 해도 모자를 지경이지요. 하지만 이에 절대로 가려져선 안 될 중요한 것은 바로 ‘이야기’ 즉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철저하게 ‘영화(시네마)’라는 메커니즘에 대한 기본을 가장 판타지하고 동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나 인정하는 환상적인 시각적 아름다움 외에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서사의 메커니즘, 캐릭터들의 상징, 캐릭터간의 물리적 거리와 서사의 발전, 소품의 미장센, 추락의 장면들에 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어째 좀 길어지겠네요. 벌써 피곤하신 분들은 그만 보셔도 되고 나중에 시간이 남아서 심심하실 때 읽으셔도^^;;;)
1. 영화의 서사와 메커니즘
뛰어나게 잘생겼고!(중요! 그냥 잘생긴게 아니고 홀리함과 섹시함과 친절함과 단단함과 눈치와 민첩함을 모두 겸비했음. 내 기준 정말 그럼. 반박 안받음^^) 영리한 스토리텔러인 로이와, 역시 놀라운 상상력과 각색 능력과 몹시 귀여움(이것도 매우 중요
. 빵빵한데 심하게 귀여움. 원래 귀여움은 세상도 구함. 그러니 로이는 알렉산드리아가 거뜬히 구한 게 맞음. 이것도 반박 안받을거임^^)을 장착하고 대담한 행동력까지 지닌 핵인싸 알렉산드리아. (여기서 비하인드 하나, 알렉산드리아 캐스팅 얘기는 다 아시겠지만, 타셈 싱 감독님이 9년 동안 아역을 찾아다닐 때 남아든 여아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장 반응 좋은 5살 가량의 아이를 찾아보라고 했답니다. 그 중 루마니아에서 찍은 영상에 '카틴카 언타루' 라는 아이가 딱 눈에 들어온거죠. 역시 어릴 때부터 남다른 리액션과 인싸 성향을 타고났나 봅니다. 당시 5살이었고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였고 아이가 크기 전에 빠르게 영화촬영 작업에 들어갔다고.)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이 둘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시나리오(이야기)는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걸 판타지 동화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놀라운 꼬마친구 알렉산드리아는 겨우 5살임에도, 영화에 대해 그 누구에게 배우지도 않았고 접해본 적도 없었는데도, 이미 영화(필름)의 기본 구조와 메커니즘을 너무 잘 이해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텔러는 분명 로이지만, 정작 영상화하여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사람은 알렉산드리아죠. 알렉산드리아는 그야말로 영화라는 게 무언지도 모르고 생전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입니다. 하지만 이미 알렉산드라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영화 이전의 상상력으로 모든 것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순수의 세계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신세계가 이미 알렉산드리아 안에 항상 있었던 것이죠. 알렉산드리아의 상상력은 곧 시네마의 시작이 됩니다.
영화의 시작, 알렉산드리아가 병실에 앉아 있는 장면부터 살펴보면,
알렉산드리아는 항상 모든 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심드렁해 보이기도 하지만) 옆 침상에 누워있는 같은 환우 아이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 병실을 나서 병원 주변을 항상 돌아봅니다. 이건 마치 영화의 카메라의 시선, 카메라의 워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렉산드라가 쉬지 않고 뽈뽈거리며 다니고 바라보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 그것이 곧 영화의 시점이 되는 것입니다.
알렉산드라의 손에서 떠나간 쪽지(편지)를 따라가 로이를 발견하고 편지를 찾으러 오면서도 알렉산드리아의 시선은 항상 무언가를 눈여겨 봅니다. 복도 X-Ray실로 들어서며 무서운 갑옷을 입은 의사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무서운 병사로 각인되고, 간호사 에블린은 어여쁜 공주 여주인공이 되며, 덩치 좋은 듬직한 의사 선생님은 알렉산더 대왕이 되고, 친절한 얼음장수 아저씨는 흑인무사 오타벵가가 되고, 알렉산드리아가 농장 시절부터 알게 된 인도 아저씨(로이의 인디언은 맨 마지막 흑백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람처럼 말 그대로 아메리칸 인디언이었지만, 알렉산드리아에겐 더 친숙한 인도아저씨가 곧 인디언임)는 인디언이 되고, 다윈이 아끼며 애타게 찾는 건 바로 알렉산드리아 자신이 항상 좋아서 찾아다녔던 플루또레, 즉 버터플라이 아메리카나 엑소티카가 됩니다. 이들은 이미 알렉산드리아의 머리 속에서 모두가 영화의 배역들이 이미 되어있는 것입니다. 알렉산드리아는 이미 자신의 가까운 주변인들을 영화 속 배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죠.(거의 천재적인 캐스팅디렉터 수준임) 그래서 로이가 편지와 알렉산드리아의 이름으로 알렉산더 대왕 이야기를 펼쳤을 때, 알렉산드리아는 바로 시네마 필름을 머릿속에서 돌릴 수 있었던 거고, 로이가 밴디트들 인물 소개 때도 이미 자신과 친숙한 오타벵가와 인디언의 소개 때는 ”I like him!“ 이라며 자신의 감정을 이미 드러내게 된 것이죠. 이미 이 꼬마의 머릿속과 세상은 영화 그 자체인 겁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는 열쇠 구멍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와 밖에 있는 말의 상이 거꾸로 벽에 비춰졌을 때 그걸 보면서 지그시 눈을 감는데 그 모습은 바로 영화의 기술적인 원리와 영화의 핵심적인 메커니즘이이 바로 펼쳐지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인 것입니다. 기술적인 상영원리와 그 안의 스토리의 형상화를 이 어린아이가 바로 구현해 내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로이가 불현듯 꺼낸 알렉산더 대왕이 말을 타고 있었을 것이라고 알렉산드리아는 이미 자신의 마음 안에서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장면은 또 한번 보입니다. 바로 알렉산드리아가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사진을 바라볼 때 손가락을 중심으로 양쪽 눈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이쪽 저쪽 상을 바꾸는 장난처럼 보이던 장면. 이 장면 역시 영화의 기술적인 시점 포착을 알렉산드리아는 이미 장난처럼 재밌게 보여주고 있었던 거죠. 개인적으로 이 두 장면에서 엄청 놀라웠습니다. 알렉산드리아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영화적 상상력을 넘어 그대로 실사화되고 표현된다는 것이. 그 시네마의 메커니즘이 알렉산드리아의 어린 시선과 상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녀야말로 이미 가장 훌륭한 영화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는 평소에도 주변인들(인도인 아저씨와 대사 별로 없던 민머리 아저씨에게서 들었던 많은 잡다한 이야기들, 그들이 주었던 선물들, 그리고 또래 언니와 함께 플루또레(버터플라이)를 찾아 뛰놀던 시간들, 모든 것들을 가슴 속에 담고 그것들로부터 모든 상상력을 펼쳐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지닌 아이였을 겁니다. 알렉산드리아가 행동력 넘치는 핵인싸여서 가능했던 부분도 있겠지만 그 아이의 모든 상상력은 마치 현실의 작은 것에서도 영화적 상상력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로 그 자체인 셈이죠. 바로 허구를 ‘허구를 믿고 그 허구에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 그 자체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CGV 아트하우스 진 <The Fall> 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다가왔던 글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허구를 믿고 그 허구에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작은 사람의 머리 속에서
영화 이전의 상상력을 창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CGV 아트하우스 진 내용의 모든 부분에 동감했지만 유독 더 마음이 갔던 부분이었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시각적 미장센 뿐만 아니라 영화의 기본인 서사와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돌아가 동화처럼 판타지로 보여주면서도 그 기본을 잃지 않는 훌륭한 영화라는 점이지요! (알렉산드리아는 정말 천재소녀 맞음^^)
그리고 또하나 서사 구성의 중요한 점은, 로이가 맨처음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었던 <알렉산더 대왕의 메시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될 이야기 서사는 이 이야기처럼 흘러갈 거라는 힌트이자 복선이죠.
로이는 처음에 그저 알렉산드리아에게 말을 걸고 관심을 끌고자 이름을 떠올리며 알렉산더 대왕도 메시지를 받았다며 연결 카테고리 제시어 하나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이야기 무척 좋아하는 알렉산드리아는 여기에 턱 걸려들어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죠. 이때 알렉산드리아는 열쇠구멍 사이로 비치는 빛을 보며 밖에 있는 말의 상이 거꾸로 벽에 비치는 걸 보면서 동시에 눈을 감고 상상에 빠집니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의 상상 속에선 말을 탄 알렉산더 대왕의 모습이 떠오른 거죠. 왜 말 타고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로이는 무슨 소린가 싶더니 말을 없애고 배경을 사막 한가운데로 바꾸어 버립니다. 그 이야기를 또 따라오던 알렉산드리아는 대왕이 물을 버리자 why? 라며 이야기로 끼어들게 되죠. 이렇듯 연결고리 제시어 하나로 로이가 스토리텔링을 시작하면 알렉산드리아의 머릿속 상상이 구현되어 영상화로 펼쳐지고, 그 이야기의 흐름은 로이만이 아닌 알렉산드리아의 개입으로 수정, 전환, 보완되어 둘의 합작이 되어가죠. 이 서사구조는 영화 내내 이어지는 밴디트들의 모험이야기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로이는 감각있게 소재를 캐치하여 뛰어나고 재치있게 이야기를 펼치는 스토리텔러이고, 알렉산드라는 상상력의 귀재이자 엄청난 각색가이자 뛰어난 캐스팅 디렉터인거죠. 이들의 소재 찾기와 캐릭터 선정은 그야말로 최측근의 눈앞에 있는 것들부터 시작이지만 그 펼쳐지는 이야기는 장대한 판타지가 됩니다. (정말 둘은 찰떡궁합이네요^^)
2. 알렉산드리아와 로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 변화와 서사의 변화
알렉산드리아와 로이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둘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지고(당연) 이에 따라 이야기 서사의 내용에서 알렉산드리아의 개입도 점점 늘어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1) 첫 번째 만남과 첫 번째 이야기
-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 : 자신의 편지의 행방을 찾아 로이 병실에 들렀다가 로이가 읽은 걸 보고 휙 뺏어가던 알렉산드리아가 어느새 로이의 <알렉산더 대왕의 메시지> 이야기라는 낚시바늘에 걸려^^ 시키는 대로 의자까지 들고와서 로의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죠. 심지어 자신의 보물상자까지 열어서 보여줍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궁금한 그런 사이인거죠. 아이의 호기심은 장벽이 없습니다.
-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 : 알렉산더 대왕이 전쟁 도중 메시지를 전해 받는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야기의 진행방식이 어째 개연성 보다는 듣고 있는 알렉산드리아의 개입이 가능해 보입니다. 처음 시작에서 말타고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물을 버리니까 왜 버리냐고 끼어드는 것도 그렇고요. 앞으로 이야기들은 이런 구조로 진행될 것을 넌지시, 간단히 보여주는 것이죠.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이와 관련된 카테고리를 소재 삼아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하면 알렉산드라는 거기에 몰두하며 직접 끼어들어 함께 참여하며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방식인거죠. (사담으로 이 알렉산더 대왕 에피소드에서, 물을 든 투구 가지고 말타고 달려오는 병사가 가만히 보면 처음엔 투구를 안가지고 막 다려오다가 카메라가 줌인 하면 말에서 내릴 때 갑자기 없던 투구가 생깁니다. 이거 마술인가? 싶었네요^^ 아이의 동화적 상상력에 기인하여 급조한 이야기여서 가능한 것이겠죠^^)
- 로이의 끊기와 티저신공 : 매 만남마다 로이는 이야기 끊기와 스포의 티저 신공을 발휘합니다. 첫 번째 만남 때는 의사가 왔으니 다음에 오라며, 다음엔 인도 배경의 사랑과 복수의 대서사시를 들려주겠노라 예고편을 날립니다. 역시 로이는 보통의 스토리텔러가 아닙니다.
2-2) 두 번째 만남과 두 번째 이야기
-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 : 알렉산드리아는 룰루랄라 나오면서 얼음도 핥아먹으며 얼음아저씨와 인사도 나누고 로이의 병실로 향합니다. 그러다 병실 안 손님인 루이지를 보고는 병실 밖 의자에 앉아 또 그림자 놀이를 합니다. 게다가 옆에 있는 신부님이 오렌지를 들고오자 변명도 하죠. 그렇게 할 거 다하고 여유있게 병실로 들어오더니 로이 침대에 슬쩍 폴짝 걸터 앉습니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그러면서 한쪽 다리가 없던 로이의 방문객 루이지가 해적이냐고 먼저 묻죠. 아이답게 정말 궁금한 거 절대 안 참습니다. 그리고 역시 궁금한 거 못참고 방문 목적을 바로 말합니다. Tell me the story, the epic! 이라며 먼저 요구하자, 잊고 있던 로이는 급 스토리텔링을 시작하죠. 관심과 궁금함과 호기심! 이것이 바로 영화 서사의 중요한 포인트인거죠! 알렉산드리아와 로이는 영화서사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조금 가까워집니다.
- 들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 : 다섯 명의 밴디트를 결성하여 블루 밴디트를 구하려 가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나비섬을 탈출하고 주술사도 만나서 동생을 찾아가지만 동생 밴디트는 이미 죽은 후입니다.
- 로이의 끊기와 티저신공 :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로이가 자신의 신공을 발휘합니다. 복수하러 가다가 갑자기 리틀 테스트 시작! 하면서 자신의 발가락 맞추기 테스트를 해달라고 하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법을 가르치는 로이.. 아님^^) 알렉산드리아의 답변에 믿음이 가지 않으니까 정말 맞게 한 거냐고 무섭게 따지기도 합니다. 이때 같은 병실의 성격나쁜 아저씨 월터?의 버럭질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여기서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이 장면 찍을 때 알렉산드리아역의 카틴카가 로이 역의 리 페이스와 이미 너무 친해져 있어서 리페이스가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말해도 장난으로 알고 웃으며 노여움을 타지 않아서, 나중엔 감독님이 리페이스 배우에게 알렉산드리아 말고 본명인 카틴카!라고 무섭게 불러서 환기시켜 보라고 지시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영화 내내 맑고 밝은 알렉산드리아가 이 장면에서는 로이의 정색하는 표정(본명으로 카틴카! 라고 부르며 똑바로 대답하라고 정색했겠죠)을 보고 정말 놀라고 멍~하며 어색해하는 표정을 짓는데, 이 표정에는 이런 비하인드가 있었다고 합니다.-이건 황석희 번역가 GV때와 감독님 미니 GV때 들은 내용임, 더불어 감독님이 미니 GV 때도 잠깐깐 언급하심. 그리고 또 하나! 원래는 악당 역을 병실에서 아프다며 짜증내고 버럭질해대는 그 월터? 아저씨로 하려다가 나중에 말끔하게 생겨서 남의 여친 가로채 간 영화배우 아저씨로 변경했다고 하네요. 이것도 감독님 미니 GV 때 의상 얘기하다 잠깐 나온 얘기임.)
2-3) 세 번째 만남과 세 번째 이야기
-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 : 알렉산드리아가 성당에서 성체를 훔쳐와서는 로이 침대 위로 깡총 올라와 심지어 로이 무릎 위에 폴짝 뛰어 올라 앉아서는 허공 키스도 무아!쪽! 날리는 애교 신공을 펼칩니다. (악! 귀여워!!
)그야말로 초고속 발전이죠. 이미 알렉산드리아 입장에선 로이가 베스트 프렌드, 절친 반열에 올랐습니다. 로이에게 푸드 성체^^도 먹여주며 발장난도 칩니다. 그러다 커피를 엎지르고 그걸 본 로이는 불경스럽게도^^ 성채를 먹었음에도 아이를 통해 약을 훔칠 것을 계획하고는 스물스물 의미심장한 미소 띄며 괜찮다고 하는데 이 미소가 조금 소름 돋기까지 했습니다. 본색이 드러나는거죠. 흐흐흐.
- 들려주는 세 번째 이야기 : 동생 죽음에 복수를 맹세하며 그 유명한 “I WILL DISTROY HIM!!”을 사막이 울리도록 왕왕 거리며 외치는데, 이때는 웅장해 보이더니 갑자기 너 스패니쉬 아니냐는 알렉산드리아의 개입에 프렌치로 급선회하여 프랑스식 손가락 맹세 고쳐들고서 불어로 “위, 몽 캐피탄(예썰, 캡틴)”을 외칠 땐 웃겼습니다. 이 영화 처음 볼 때 가장 많이 웃었던 두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이 그 중 하나였어요, 전. 그리고 주술사 인체지도 보고 악당 오디세이 찾아 세계여행을 떠나는데, 여기서 전세계 28개국의 명장면이 원주민들의 리드미컬한 랩과 춤사위에 맞추어 0.1초 단위로 휙휙 바뀌는데 속으로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답니다.^^ (감독님 그렇게 전세계를 초고속으로 다니실 거였나요? 우리집 인터넷 속도보다 빨라요. 쫌 더 길게 보여주심 안될까요?? 속으로 외치며) 그리고 드디어 오디세이 마차 발견하고 노예 구출하러 가다 말고 또 갑자기 얘기를 끝내죠.
- 로이의 끊기와 티저신공 : 이번 신공은 “너 영어 읽을 줄 아니?” 라며 급 이야기를 끊지요. 알렉산드리아는 "You always stop the same part in very beautiful and interesting!" 이라며 꼭 중요한 데서 매번 이야기를 끊는다고 뾰루퉁 화를 내죠. 그러자 잠 못자서 이야기가 생각 안난다는 어리광으로 약을 훔쳐달라며 아이에게 사주를 합니다. (아이 앞에서 불쌍한 연기 정말 잘하던 로이^^) 이야기 듣고 싶고 로이에게 도움도 주고 싶은 마음에 수락을 하는 알렉산드리아. 이 장면에서 "Morphin3" 에 대한 일화는 모두들 아실테니! (원래 대본엔 그냥 morphine이었는데 마지막 e를 카틴카가 3로 읽자 감독이 대본을 급수정 해서 그대로 3로 진행했다고 하죠. 원래는 약이 거의 없는 약병을 들고 오는 거였는데, 아이의 방식대로 아이가 약을 3알만 남기고 버릴 것을 예상하고서 약병 가득 채워놓았고, 그래야 로이가 3알 뿐인 약병을 받아들었을 때의 실망감이 더 클거라 생각해서 바로 바꾸어 진행했다는 이야기!)
2-4) 네 번째 만남과 네 번째 이야기
-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 : 얼음아저씨 인사도 뒤로하고 전속력으로 조제실로 달려가서 들킬 뻔한 아슬아슬한 위험도 이겨내고 약 훔치다가 실성한 아줌마의 위협에 오줌까지 쌌으면서도, 그 와중에 할아버지에게서 습득한 주문 “구글리 구글리” 말하느라 정신없는 알렉산드라는 로이에게 자신의 모험담 말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와중에 이 영화 맨처음 소개 올라갈 때 프로덕션 Googly production 이라고 써 있던 거 기억나서 웃음, 맨날 이거 나만 웃김?^^) 그 와중에 약만 기대하고 있는 로이의 비열한(?) 생각과 거친(?) 눈빛과 그걸 드러내는 벌렁이는 콧평수라니!!! 그리고는 약이 3알 뿐이어서 충격받은 로이 앞에서 태연하게 '니가 3알이랬어' 시전하며 먼저 하품까지 하는 알렉산드리아 보며 만만치 않은 친구네 생각했던.^^
-네 번째 이야기 : 노예해방 후 마차에서 공주가 내리는데 이 때 공주의 눈색깔, 좋아하는 음식, 책 모두 알렉산드리아가 에블린 기준으로 딱 정해 버립니다. 이쯤되면 캐릭터 설정은 당연하고 이야기의 반은 이미 알렉산드리아 지분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주 데리고 아지트 섬에 와서 공주와 통성명하고 마스크 벗어서 얼굴까지 페이스 투 페이스 해버리는 로이. 그리고 이때부터 에블린 공주의 대사와 현실의 알렉산드리아 대사는 겹쳐서 나옵니다.
-로이의 끊기와 티저신공 : 화장실 가고 싶은데 억지로 참고 있는 알렉산드리아를 화장실로 추방해 버립니다. 그 와중에 알렉산드리아가 신부님께 오렌지 던지고 노는 걸 즐기는 비밀까지 공개해 버리죠. 알렉산드리아가 더 이상 두 말하지 못하게요. 정말 고단수입니다^^
2-5) 다섯 번째 만남
-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 : 이제는 주변에서 인사를 하거나 말거나 오로지 머릿속에 로이 뿐인 알렉산드리아는 심혈을 기울여 로이에게 줄 그림까지 그립니다. 5살 평생의 역작 <휠체어 탄 로이>까지 그려서 얼른 이야기 들으러 전력질주로 달려다가 드디어 로이 전여친을 마주칩니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는 곧 전여친의 미모보다는 뷰디풀 마시나~ 노래를 하며 자동차에 감탄합니다. (역시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드디어 악당 오디세이 인물로 캐스팅할만한 나쁜 놈 캐릭터를 현실에서 발견하고는 너 유명하다며? 하고 윙크도 날리고 덧붙여 마스크까지 득템하게 되죠. 여기서 알렉산드라는 로이의 전여친과 누가 전여친을 가로챘는지를 바로 눈치채죠.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의 그림을 보며 평생 간직하겠다고 하고(꼭 그래야 함!) 알렉산드리아는 자기 낫는거 싫다고 아저씨랑 더 있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하이고 얘야, 더 좋아하면 지는 거란다...) 그걸 들은 로이는 지난번 끊기와 티저 신공 제대로 못 날린 댓가로 이번에는 시작부터 날리기 시작합니다.(너무 한거 아니냐고!) 앞자리 성격 더러운 월터 아저씨(둘다 친구 아니라 적극 부정^^) 캐비넷에서 약 가져오면 이야기 들려주겠다며, 심지어 지금부터 재밌는거 시작이라고 이 얘기 못듣고 나가면 너만 손해라고 애를 꼬십니다. (로이 진짜 그렇게까지 안봤는데... 하아...) 할 수 없이 약병 가져오자 그거 먹고 잠들 준비하며 잠들면 가라고까지 함. 근데 이때 알렉산드리아는 알겠다며 이제는 아예 로이 곁에 침대에 누워서는 침대는 과학임을 증명하듯 아주 로이 옆으로 발까지 척 걸치면서 편안한 자세잡고 이야기 경청하고 있지요.^^
-다섯 번째 이야기 : 블랙 밴디트 로이와 공주가 밀회를 나누는 장면에서, 아름다운 폭포수 흐르는 궁전을 배경으로 공주가 로이에게 자기 납치했다고 미안해 말라며 당신은 나의 구원자라고 말하는데, 이때 BGM으로 작게 소녀의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들립니다. 그게 아마도 알렉산드리아의 노래였을 것 같습니다. 이 장면이 사실 저는 엄청 아름다웠거든요.
이때부터 공주 에블린과 알렉산드리아가 동기화 되어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공주 에블린이 오딧세이 약혼자라는 거 알고 총살하려다 운명적으로 살려 주고나서, 키스하라고 독촉하는 알렉산드리아에게 결혼이 먼저라며, 요즘 동방예의지국에서도 안하는 예절을 갑자기 지켜버리는 로이. 이 결혼식 장면이 엄청 예쁘고 몽환적이죠. 로이가 약에 취해 비몽사몽하는 것과 비례해서 춤추는 남자 무희들도 몽환적으로 잠든 듯 고개를 비스듬히 한 채로 빙글빙글 도는데 이때의 미장센도 굉장하고 그걸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도 굉장하고 음악마저 환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환상과 별개로 신부의 배신으로 밴디트들은 잡혀갑니다. 그리고 약 먹고 정신 못차리는 로이에게 드디어 직접 나서기로 작정한 리틀 밴디트 알렉산드리아 등장! 야심차게 "슛! 슛! 슛댐대디"를 외치지만 로이는 잠들어 버리고, 아직 잘 타임이 아니라며 키스 공세를 날립니다. (정작 공주는 키스 못하고 리틀밴디트만 키스함! 왜인지 무척 흐뭇합니다.^^)
(여기서 황석희 번역가 GV때 사담 하나-대여섯살 꼬마들은 자기가 이뻐하는 여자 캐릭터나 남자 캐릭터를 보면 무조건 둘이 뽀뽀를 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게 그 아이들의 최고의 표현이라고. 본인의 딸이 그런다고^^)
-로이의 끊기와 티저신공 : 로이 자느라 이야기 끊기 숙제 못합니다. 알렉산드리아 키스까지 받고 아주 그냥 푹 딥슬립 하십니다^^
2-6) 여섯 번째 만남
-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 : 이제는 둘의 거리감 따위는 의미가 없습니다. 로이의 생존이 걱정인 알렉산드리아는 로이 병실쪽에서 나오는 시체를 보고는 로이인 줄 알고 기겁하며 달려가죠.
- 이 장면에서 이야기는 딱히 없지만, 로이를 위해 다시 약병을 훔치기로 결심했다가 또 떨어져버린 알렉산드리아가 꿈 속에서도 로이와의 일을 지키는데 그 장면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부분이 딱 아이의 시선 같아서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2-7) 일곱 번째 만남
-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 : 이번에는 거꾸로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의 병실로 찾아와서 그동안 이용한 것을 고백합니다. 심지어 알렉산드리아 앞에서 눈물까지 흘립니다.(너무 홀리해 보여서 두눈 똑바로 뜨고 절대 놓치지 않을 거란 결심하며 뚫어지게 봤습니다.^^)
- 여섯 번째 마지막 이야기 : 밴디트 인물들을 하나씩 죽음으로 마무리하고 자신도 죽으려 하는 로이에게 알렉산드리아가 진심으로 애원하며 로이를 살리고야 맙니다. 이 작은 구원의 위대함이라니!
- 드디어 "We’re a strange pair. aren’t we?" 라며 자신들의 이야기와 인생의 구원을 인정하는 로이!
3. 캐릭터간의 상관관계-인물들의 시작과 끝
로이의 밴디트 복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상징과 의미가 있고, 이것이 마지막까지 그 상징대로 일관되게 마무리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1) 첫 번째로 다윈.
다윈은 알렉산드리아의 대변적인 인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니다. 알렉산드리아가 밴디트 이야기 속에서 살아숨쉬며 실제로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알렉산드리아가 항상 몸의 일부처럼 지니고 다니는 보물상자가 있듯 다윈은 항상 커다란 가방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가방 안에는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들어있고 그 중에는 알렉산드리아 것과 똑같은 보물상자를 가지고 있지요. 그 안에 들은 내용물도 알렉산드리아의 편지처럼 펀칭된 지도가 있습니다. 온갖 소중한 물건들을 그 안에 다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알렉산드리아가 그림그리는 걸 좋아했던 것처럼 다윈도 그림을 자주 그리곤 합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가 여기저기 뽈뽈? 거리고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인사하고 다니는 것처럼 다윈은 여러 말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전달자로 등장합니다. 주술사의 주술같은 언어도 수화로 풀어내기까지 하니까요. 그리고 알렉산드리아가 열쇠 구멍 사이로 비치는 빛과 말의 형상을 주시하듯 다윈 역시 적진을 열쇠구멍을 통해 유심히 바라봅니다. 그 장면에서의 다윈이 열쇠구멍을 통해 적진의 전투장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알렉산드리아의 시선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라아가 항상 플루또레라고 말하며 쫓고 좋아하는 나비를 이야기 속 다윈은 아메리카나 엑소티카라 부르며 항상 찾아다니고 있지요. 그래서 심지어 입은 의상마저도 나비문양의 화려한 무늬 코트를 입고 다닙니다. (땀을 닦으면서까지... 극한직업) 그리고 알렉산드리아가 간호사 애블린을 가장 예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것처럼, 다윈도 이야기 속에서 공주 에블린을 보자마자 마치 나비같다며 "just like a butterfly" 라고 넋 나간 듯 바라봅니다. 그리고 마차에서 공주 납치해서 도망갈 때 신부가 “다윈!”이라고 유독 다윈만을 부르죠. 그건 바로 알렉산드리아가 평소 신부님에게 오렌지를 던지며 장난을 쳤던 것이 양심상 마음에 걸려서 신부가 자신을 향해 호통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랬을 겁니다. 모든 시선과 행동과 소지품과 취향이 알렉산드리아의 그것들과 동일하지요. 그러다 마지막에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 속에 작은 밴디트로 직접 등장하게 되자 다윈은 가장 먼저 이야기 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한 이야기 속에 같은 인물이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 부분은 정성일 평론가님의 라이브러리 토크때 평론가님도 똑같이 말씀해 주셔서 완전 깜놀했던 기억이!! 드디어 나도 영화 속 인물을 제대로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인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거기까지 ㅎㅎㅎ 제가 그럴 리가요. 평론가님께서 이어서 영화사조와 문학사조 말씀하시자마자 바로 멍~한 표정의 디폴트값으로 신속히 제자리를 찾았답니다.^^) 그리고 월레스와 다윈은 ‘추락’의 이미지로 마지막을 맞이하지요.
그리고 다윈과 관련해서 타셈 감독님이 미니 gv 때 해주신 말씀!
다윈이란 캐릭터가 왜 밴디트들 구성원 중 한명으로 등장했느냐는 질문에,
원래 감독님이 다윈에 대해 언젠가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계속 알아보고 있었는데, 나중에 영화를 따로 만들기엔 여러 문제가 있어서 그만두었다가 이 영화에 하나의 캐릭터로 넣으면 좋을 것 같아 넣었다고. 월레스라는 원숭이는 사실 실제 다윈이 공동연구하단 실제 인물이었는데 다윈이 그의 이론과 아이디어를 많이 사용했었는데 그걸 소재로 원숭이 설정을 넣었고, 처음엔 다윈 어깨에 올려놓고 다니는 설정이었는데 원숭이가 자꾸 목을 물어서 그냥 가방 속에 넣어 다니는 걸로 바꿨다고 하시네요.
3-2) 두 번째로 루이지-폭탄에서 폭탄으로
루이지는 폭탄전문가입니다. 마지막에 로이의 심정을 대신하는 인물로 이야기 속에 비춰집니다. 루이지가 적에게 쫓기다가 오른발에 총을 맞고 더 이상 도망할 수 없게 되자 포기하고 폭탄을 끌어안고 죽음을 택합니다. 이야기를 듣던 알렉산드리아가 왜 죽었느냐고 물을 때 로이는 ‘반쪽자리 인생(half man)’을 사느니 죽음을 택했다고 말합니다. 로이 자신이 반신불수로 더 이상 살아가고 싶지 않은 심정을 루이지에 대입해서 표현한 것이죠. 이때부터 눈치 백단인 알렉산드리아는 두 눈에 힘 빡 주고서 맘에 안든다고 칭얼대기 시작하는거죠. 죽고자 하는 로이가 싫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 거죠. (이건 사담인데, 루이지가 오른발에 총 맞고서 도망칠 때 왼발로 디딤발을 하고 뛰어야 하는데 장면 바뀔 때 중가에 다친 오른발을 디디면서 뛰어가는 장면이 자꾸 보입니다. 루이지 아조씨, 그런 걸로 웃기지 말아주세요~ 하며 속으로 내적 웃음을^^;;;) 무튼, 폭탄전문가 루이지는 폭탄으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3-3) 세 번째로 오타벵가-활에서 활로.
흑인 무사 오타벵가는 현실에서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밝게 인사와 안부를 건네주고 얼음 핥으면 배아프다며 걱정해주는 친절하고 상냥한 아저씨이죠. 이런 아저씨가 밴디트 이야기 속에서는 듬직한 (근육 짱짱!!) 흑인무사이자 활의 달인?으로 등장합니다. 처음에 나비섬에서 인물소개 때도 알렉산드리아는 오타벵가 설명을 들으며 “I like him!” 이라고 했을 정도로 이 인물을 알렉산드리아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주술사를 구하려 뛰어든 알렉산드리아를 구하려 온몸에 활을 맞고도 알렉산드리아를 끌어안아 살리는 희생을 보여줍니다. (이때 정작 블랙 밴디트는 술병 병째로 들이키며 자기 도망가기에 바쁜... 하아, 알코올이 이렇게 해롭습..^^;;) 무튼, 활의 전사 오타벵가는 활로서 자신의 마지막 생을 맞이합니다.
3-4) 네 번째로 주술사-나무에서 나무로
주술사(mystic)는 등장 때 불타는 신성한 나무에서 마치 타버린 까만 비너스같은 자세?로 등장하더니 알 수 없는 주문같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불타버렸고 새들은 자기의 배속에 숨겼다고도 하고 5 밴디트들에 합류할 뜻을 보이지요. 그리고는 어느새 적진으로 뛰어들어 놀라운 전투력(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막 날라감)으로 자신의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증명합니다. 주술사의 힘의 원천은 바로 틀니에서 나오는데-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준 것처럼 이에는 spirit과 strength가 있다고-이걸 굳게 믿은 알렉산드리아의 머릿속에는 이 주술사야말로 신비함 그 자체였을거고 그 원천은 당연 틀니에 있다고 믿었을 겁니다. 원래는 틀니 할아버지를 밴디트 팀으로 등장시켜야 했으나 노인 공경 사상마저 탁월했던(아님^^) 우리 알렉산드리아는 할아버지 힘들까봐 평소 과수원에서 자기가 알고 지냈던 말이 별로 없던 친한 아저씨를 등장인물로 불러옵니다. 대신 틀니를 장착시켜서요. 정말 알렉산드리아 다운 캐스팅이죠! 이 주술사는 마지막에 틀니가 빠지면서 힘을 잃고 쓰러지며 적군에 의해 나무에 기대진 채 태형을 당하는데, 이때 뱃속에 숨겨둔 새들이 다 빠져나오고 자신은 그렇게 나무 밑으로 쓰러집니다. (이것도 여담인데, 주술사가 뿔피리 가지고 초원으로 달려갈 때 갑자기 그 뿔피리는 어디서 나타난건지, 난 그게 궁금해가지고... ^^) 무튼 주술사도 나무에서 나타나 나무로 돌아가는 마지막을 맞이하지요.
3-5) 다섯 번째로 인디안-아내처럼 추락
사실 이 인디언은 로이의 생각으로는 자신과 함께 영화를 찍었던 진짜 아메리칸 인디언을 생각했을텐데, 알렉산드리아는 자신과 과수원에서 함께 일했던 친근한 인도아저씨(인도남자니까 인디안!)를 상상 속에서 캐스팅해버립니다. 그리고는 이 사람도 맘에 든다던 알렉산드리아^^(나참 귀여워서) 이 인디언은 과묵하지만 결단력있는 행동으로 초지일관하지요. 이 인디언의 행동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알렉산드리아가 suiside 가 뭐냐고 묻자 목을 쓰윽 그어버리며 휙 사라지던 모습과 마차에서 공주 에블린이 처음 등장했을 때 바로 고개돌리고 그때부터 쳐다도 안보던 일관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초지일관 인디언 아저씨! 특히나 칼솜씨가 좋아서 전투 때도 칼을 잘 휘두릅니다. (이건 여담인데, 황석희 번역가 GV 때 듣기로는 실제로 이 영화를 촬영할 때 인도에서 이 아저씨가 개인이 소장한 말 5마리를 지원해서 영화를 찍었다고도 합니다.) 무튼, 이 인디언은 마지막엔 그 칼로 줄을 자르고 희생의 추락을 선택합니다. 마치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가 추락했듯 자신도 칼로 줄을 끊고 추락을 선택하며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4. 캐릭터와 소품의 미장센
4-1) 알렉산드리아의 보물상자와 다윈의 애착상자
알렉산드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모아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바로 그 상자. 앞서 말했듯 이 상자는 영화에서 중요한 소품이자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들을 제공해주는 그야말로 마술상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안쪽에 붙은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의 그림, 가족사진, 같이 일했던 농장 아저씨들이 있는 사진, 그 중 인도아저씨 친구가 준 것으로 보이는 코끼리 모형, 스푼 등등이 들어있죠. 알렉산드라의 이 보물상자는 곧 알렉산드라의 상상력의 집결체이자 이 동화같은 이야기의 근원이 됩니다.
상자의 뚜껑을 열면 우선 안쪽에 대놓고 천일야화(Arabian Nights) 그림이 버젓이 붙어있습니다. 이미 이 영화의 형식은 천일야화 이야기 형식처럼 흘러갈 거라고 대놓고 힌트를 주는 셈입니다.(이런 친절함이라니 +.+ bb) 게다가 그 상자 안의 모든 물건들, 즉 알렉산드리아가 모은 보물들은 이 영화의 소재로 나타납니다. 코끼리 형상 조각과 사진들, 사진 속의 인물들, 알렉산드리아의 쪽지(편지) 등등.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드가 왕에게 밤새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침이 되면 재밌던 이야기를 끊어버리고 다음 에피소드는 더 재밌을 거라며 기대 스포를 날리면서 마무리해버리는 최고수의 절단신공을 내보이는 것처럼, 스토리텔러인 로이는 머리 좋게도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심지어는 맞은 편 환자의 캐비닛에서 약병을 꺼내달라는 부탁을 하면서도 이제부터 재미있는데 너는 이제 못 듣게 되어서 안타깝다는 듯이 알렉산드리아의 약을 올리는 티저 신공을 발휘하기도 하지요. 오죽하면 그 착한 알렉산드리아가 “꼭 재밌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끊더라!” 라며 불만을 찌릿 버럭하는 장면까지 있을까요. (이때 알렉산드리아맘=내맘)
4-2) 플루또레, 버터플라이
알렉산드리아가 평소 과수원에서 뛰어 놀 때부터 나비(플루또레)를 쫗아다니며 노는 걸 좋아했다는 걸 영화 마지막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취향은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됩니다. 다윈이란 인물을 통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찾아다니는데 그게 바로 버터플라이, 아메리카나 엑소티카인것이죠. 그리고 이건 중요한 영화의 장소로도 이어집니다. 바로 나비섬이죠.
알렉산드리아가 좋아하는 나비는 나비섬이라는 장소를 만들어내고 여기서 탈출할 때는 알렉산드리아의 보물상자에 있는 검은 코끼리 형상이 코끼리가 되어 이들을 섬으로부터 탈출하게 합니다.
4-3) 편지와 마스크
사실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를 이어 준 건 바로 이 편지 덕분이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편지가 로이에게 ‘추락’했기에 둘의 만남이 가능해진거구요.
그리고 로이가 마스크를 벗고나서 알렉산드리아는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에 직접 등장하게 됩니다. 마치 마스크를 이어받은 것처럼, 마치 스토리텔링의 주서술자가 이동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가 작은 밴디트로 등장하면서부터는 알렉산드리아의 주관이 더욱 강하게 이야기 속에 개입합니다. 로이의 절망과 불안의 서사를 구원하기 위한 진짜 전사로서의 등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수많은 추락의 장면들과 마지막 상영회 장면
이 영화에는 로이의 물리적, 심리적 추락과 알렉산드리아의 2번의 물리적 추락 뿐만아니라 영화 내내 수없이 많은 추락의 장면과 이미지들이 숱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맨 첫장면 흑백 화면의 추락장면부터 로스엔젤레스 병원 첫장면의 야자수 나뭇잎의 추락, 알렉산드리아의 편지의 추락, 공주에블린과 블랙밴디트가 밀회를 나누던 장소에서도 작은 물줄기들의 추락, 원숭이 월레스의 추락에 이은 다윈의 추락, 주술사 틀니의 추락, 인디언의 추락, 말에서 뛰어내리던 병사의 추락, 풀장으로 가라앉던 블랙밴디트의 추락 등등 거의 모든 장면에서 추락의 장면이 보입니다. 이 수많은 추락들은 단순한 이미지로 보일 때도 있지만 그 의미가 단순히 추락만으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결정적 역할을 바로 알렉산드리아가 하고 있는 것이죠. 로이가 절망과 포기라는 추락의 길을 선택할 때, 이야기 속에서 “그녀(작은 밴디트)는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애원하며 소리치기도 하고, 그 마저도 통하지 않자 완벽하게 현실세계로 돌아와 “나는 아저씨기 죽기를 바라지 않아요!” 라고 말합니다. 그 말로 결국 로이는 추락을 멈추고 다시 일어서는 선택을 하게 되지요. 이 장면에서의 알렉산드리아는 ‘작은 밴디트’가 아닌 ‘작은 구원자’ 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상영회 장면. 로이가 기획사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병원에서 상영회 개최를 약속 받았죠. 그래서 병원 식구들과 함께 자신이 참여한 영화 상영회를 가집니다.
여기서 가장 심쿵했던 장면은 마지막 즈음 로이 자신이 등장했을 때 어쩌면 본인에게는 트라우마였을 그 장면을 보며 뛰는 심장을 느끼며 직시하려고 노력하는 로이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정작 자신이 뛰어내리는 장면이 모두 담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나왔던 그 짧은 순간을 혹시라도 알렉산드라가 봤을까 싶어서 얼른 알렉산드라의 표정을 살피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모습에서 로이의 진심이 느껴져서 눈물이 났습니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신이 존재하는 그 순간을 자신이 아끼는 사람은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당장은 모른다 하더라도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서 다시 자신의 길을 가고자 결심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언젠가 결국 알렉산드리아는 자신을 알아봐 줄거라고, 그래서 다시 일어설 의미를 굳혔을 것이라 저는 믿고 싶었습니다.
두서 없이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정말 길어졌네요.
(하지만 사실 쓰고 싶은 말은 더 많았습니다. 쓰다가 파일 날려버려서 여기서 줄이려구요^^)
추락으로부터의 구원, 거창한 신의 뜻이 아니더라도 넘어진 자를 일으키는 건 작은 손길이나 진심 어린 걱정이나 작은 미소일 수도 있음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배운 느낌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봐주고 함께 해주는 이가 있다면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실 말이죠.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물었던 질문 “Are you trying to save my soul? 내 영혼을 구해 주려는거니?” 라는 질문에 알렉산드리아는 그 뜻을 잘 몰라 베시시 웃기만 했지만, 결국은 마지막에 던진 구원의 한마디 “난 아저씨가 죽길 바라지 않아요.”는 절망으로 넘어진 로이에게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한마디로 로이는 이제 다시는 넘어지더라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또다시 일어나 힘차게 뛰어내릴 것이구요. 알렉산드리아가 그런 자신을 보며 웃으며 환호하고 응원하고 함께 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보여주는 흑백영화의 장면들은 마치 알렉산드리아의 대사처럼 그 모든 액션의 주인공이 로이처럼 다가옵니다. 화면의 액션배우는 아무리 추락하고 넘어지고 맞아도 다시 일어나 달리고 뛰어내리고 오르고 다시 맞습니다. 이미 로이에게는 알렉산드리아 라는 소중한 관객 친구가 있고, 그 친구는 자신의 절망과 포기를 원하지 않으며 항상 함께 응원하고 바라봐준다는 것을 굳게 믿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로이라는 세상의 구원자, 알렉산드리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대사 “We’re a strange pair, aren’t we?” 처럼 이들은 참 이상한 짝꿍인 동시에 구원자(savior)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매개로 로이는 알렉산드리아라는 구원의 세상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세상에 나를 응원하고 지켜보고 웃어주는 누군가가 빛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안 이상, 넘어지고 있을 수만은 없죠. 이 영화는 이렇게 영화의 존재 이유와 영화인(배우, 스턴트)의 존재 이유를 당연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곁에 알렉산드리아처럼 바라봐주고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알렉산드리아에게도 로이는 자신에게 영화의 세계를 알려주고 열심히 생을 살아가는 위대한 어른!이었을 것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Thank you. Thank you. Thank you very much!”라고 외치는 알렉산드리아의 외침은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외치는 구원에 대한 감사였을 것이고, 영화인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보내는 진심의 thank you였거나 영화가 관객에게 보내는 감사였을지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대사 중에 알렉산드리아의 어머니가 했던 대사, ‘로이는 다른 배우들이 하지 못하는 걸 한다’는 그 대사가 참 좋았습니다. 내가 나아가는 한 걸음이 비록 주목받지 못하고 외면 당하고 심지어 하찮게 여겨진다해도, 어쩌면 다른 면에서는 나의 그 한 걸음이 남들은 하지 않지만 내가 했기에 더 의미있고 특별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세상 어딘가에는 나에게 힘을 주는 작은 구원자가 있을 것이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구원의 손을 내밀 수 있기를. 그래서 남은 하지 못하지만 내가 해내면서 그것이 행복임을 알게 되기를 오늘도 생각해 봅니다.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 대신 GV 가신 분들 유익하고 뜻 깊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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