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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인 '크리퍼'는 왜 징그럽게 만들어졌을까, 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미키 17> 후기 중에서 어떤 분들은 크리퍼가 귀엽다고 느끼지만, 또 어떤 분들은 곤충 등을 연상시켜 징그럽다거나 불쾌감도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크리퍼가 공벌레처럼도 생겼고 촉수(?) 같은 것도 있어서,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이름도 '크리퍼'라고 극 중 마크 러팔로가 명명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주제를 날카롭게 담은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크리퍼는 원래 니플하임에 살던 일종의 '원주민'인데, 그 니플하임을 식민화하려는 인간의 미적 기준에는 맞지 않는 외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점점 알아갈수록 크리퍼가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되죠. 인간들은 자신들 대신 위험한 일을 할 사람을 아무나 하나 골라 사람 1, 사람 2, 사람3 ... 이런 식으로 사물화하는데, 그에 반해 크리퍼들은 모든 개체가 다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개체의 존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장면이 나오죠.
저는 이 영화가 크리퍼를 통해 던지는 질문은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귀여워야(외양이 호감이어야) 그들과 공존할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일까?" 크리퍼의 징그러움과 귀여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캐릭터 디자인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서로 다른 종과의 공존의 가능성을 묻고 있는 것은 아닐지. 처음부터 크리퍼가 누가봐도 귀엽게/예쁘게 생겼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이 주제를 설득력 있게 가져가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런던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님이 핸드폰에서 자신의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아기 크리퍼는 강아지의 행동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강아지 좋아 사람이라 그런지 영화 후반부에는 그냥 너무너무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감독님이랑 배우들이 안고다니셨던 인형들 꼭 풀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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