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쓰자면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걸작인 살인의 추억과 괴물, 기생충에 비하면 아쉬운 편 입니다.
세편의 영화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관객들이 원하는 오락을 둘 다 잡은 것에 비해 미키 17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성공했을지라도 관객들이 원하는 오락은 잡지 못한다고 전 생각하기 때문 입니다.
인류의 진화나 생존... 이란 거창한 목표를 위해 매번 희생되는 남자의 해학을 이야기로 영화의 배경은 분명 SF물다운 우주와 색다른 행성이나 영화의 본론은 거기서 나오는 볼거리가 아닌 몇번 죽어도 되살아나게되는 남자의 희비극(그렇다고 기생충처럼 어둡지는 않는 블랙코미디)으로 다룹니다. 물론 1억 달러 이상 투자된 영화답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스케일이 커지긴 하나 괜히 미키 17의 스토리북에서 '화려하지 않는 SF'라 쓰여진 만큼 같은 장르인 가오갤이나 스타트렉, 듄 시리즈 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미키 17를 보면서 떠올린 영화가 다름아니게도 몇년전에 개봉하다 폭망했던 국내 영화 '더 문'이었습니다. 더 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영화이겠는데, 더 문은 메시지는 커녕 다른 명작들을 커닝하고도 오답이 난 답안지면서도 관객들이 원하는 오락만큼은 잡았습니다.(단지 단점이 오락을 잡아먹을 정도로 심각한 게 흠이었죠.) 미키 17의 클라이막스를 보면서 '더 문의 절반이라도 따라했다면 완벽하게 만족했을거다'란 씁쓸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보고서 행복했다 하는 것은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또 SF 장르에 자신의 개성을 잘 섞어내서였습니다. 우주로 떠나야 희망이 생기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에서도 봉준호 특유의 블랙코미디로 오히려 유쾌함, 혹은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세계관, 옥자와 설국열차가 그러했듯, 누구 하나 완벽하지 않지만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으로 주연부터 단역도 애정이 생겨나는 인간(+크리퍼) 군상까지 전 SF물이란 이름을 단 CG로 떡칠된 놀이공원이 아닌 진정 SF물에서 진행될 법한 이야기와 인물들에 만족하게 된 것 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면 재미는 부족한 건 분명하나, 전 여전히 이 영화를 좋아하고 추천합니다. 이렇게 인간애가 느껴지는 SF물은 희귀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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