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몰라도 이번 영화는 특히 기대를 했었다. 페이즈 5의 장대한 시작이기도 하고 어쩌면 '정복자 캉'이라는 빌런이 앞으로 나올 <어벤져스 5>에서 보여줄 존재감의 시작점이기도 하니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극도의 하락세를 겪던 MCU의 기세는 상승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고로 영화는 작품 하나로의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나 <아이언맨> 시리즈처럼 말이다. 동시에 MCU처럼 10년의 역사와 어마어마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는 그래도 어느 정도 참작해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그 순환이 계속 되면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피로도만 높아지고 영화는 매력을 잃게 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MCU는 끊임없는 대물림만 이어오고 있고 캐릭터는 점점 평면적으로 변해간다.
이처럼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지금까지 나왔던 페이즈 4의 여느 영화와 같이 '다음 영화에서 만나요~'를 시전하고 있으며 이 영화가 <앤트맨>이라는 영화의 후속이 아닌 MCU 타임라인에서의 하나일뿐이라는 감상을 짙게 남긴다. 다시 말해 '앤트맨'만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MCU를 책임질 빌런 '캉'의 모습은 어떤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아니, 유일하게 좋았던 것은 '캉'의 서사이다. '인피니티 사가'에서 '타노스'가 완벽했듯 '멀티버스 사가'에서의 '캉' 또한 너무나도 잘 맞는 스토리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는 어떻게 보면 그런 '캉'의 압도감을 선보일 기회였다.
그러나 다시 마블이 고질적으로 보여주던 이야기로 '캉'의 파워는 맥을 못 추고 전작에서 보여준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만다. 그나마 전작은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이 늘 있었던 반면, 이번 영화는 그 조차도 없다. 개연성도 문제가 있지만 그 얘긴 안해도 충분하다.
마블영화는 이제 남의 평가로 추천을 받거나 내 평가로 누군가에 추천해줄 작품에 반열을 벗어났다. 모든 이들이 열광하던 서사의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사실상 끝났으며 '페이즈 4', '페이즈 5'로 지칭할 것이 아니라 'MCU 시즌2'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혹자는 재미있게 봤을 수도 있다. 또한 '페이즈 5'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늘어났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제 마블영화에 대한 남의 평을 믿지도, 내 평을 누군가에게 주입하고 싶지도 않다.
MCU의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이 평은 나의 MCU 마지막 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