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이 지난 주말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개봉한 이후, 제가 팔로우하는 미국 영화 커뮤니티도 <미키 17>에 대한 평가와 흥행 성적에 대한 의견으로 떠들썩합니다. 며칠 전 커뮤니티에 "미키 17이 박스오피스 흥행에 실패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고 나서 해당 게시글에 3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기사의 내용에 공감한다' 혹은 '대중 흥행은 둘째치고 시네필인 내가 봐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등의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해당 기사 포함, 추가로 기사 두 건을 참고하여 현재 할리우드 업계에서 <미키 17>의 박스오피스 흥행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 공유드립니다. (세 건의 기사를 나름대로 섞어 보았습니다.)
+ 기사들에서 <미키 17>을 '오리지널'(원작 없는) 영화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원작 소설 <미키 7>의 대중적 인지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 영화 관객 입장에서는 사실상 원작이 없는 것과 같게 인지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미국 아마존 Goodreads(책 리뷰 사이트)에서 <미키 7>의 리뷰 수는 2만 7천건, 작년 개봉한 <우리가 끝이야>의 원작 소설은 리뷰 수 4백만건 정도입니다.
1. 영화의 제작비가 $5천만 달러(한화 약 700억원) 수준이었다면 아무도 흥행 실패라고 평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워너 브라더스가 <미키 17>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이다. 제작비만 해도 1억 1,8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달하며 마케팅에 약 8,000만 달러(약 1,100억원)을 투입했다고 알려졌으므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최소 2억 7,500만~3억 달러의 글로벌 수익을 거둬야 한다. 이는 물론 마블 영화보다는 훨씬 저렴한 수준이지만, 인지도 낮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치고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대성공을 거둔 거장이다. 하지만 <기생충>조차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이 5,000만 달러를 조금 넘긴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기 프랜차이즈 원작이 아닌 SF 영화, 그것도 다소 기묘한 설정을 가진 작품에 이렇게나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워너 브라더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제작비를 줄였어야 했다.
만약 <미키 17>의 제작비가 5,000만 달러 정도였다면 현재 박스오피스를 추이를 볼 때 안정적으로 흑자 달성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브루탈리스트>를 연출한 브래디 코벳(Brady Corbet)이 3시간 반짜리 영화를 1천만 달러 미만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모든 스튜디오들이 이런 식으로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2. 워너 브라더스는 <미키 17>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워너 브라더스가 <미키 17>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키 17>은 처음 2024년에서 여러 차례 개봉이 연기되어 1년이나 지난 2025년 1월 개봉으로 조정되었다. 일반적으로 1월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흔히 ‘버리는 달(dump month)’로 불리며, 흥행이 어려운 영화들이 밀려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3월로 개봉일이 조정되었지만, 잦은 일정 변경은 내부적인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워너 브라더스는 제 2의 <기생충>을 기대하며 봉준호 감독과의 협업을 원했지만 <미키 17>은 <기생충>과는 너무나도 다른 작품이었고, 최종적으로 영화가 완성되었을 때 워너 브라더스는 이 작품을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미키 17>은 첫 번째 예고편 공개 당시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후 두 번째 예고편에서는 방향을 수정해서 로버트 패틴슨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여성 및 젊은 남성 관객층을 공략하려 했으나, 이는 첫 번째 예고편 이후 다섯 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또한 샌디에이고 코믹콘이나 뉴욕 코믹콘과 같은 유명 영화 팬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3. 근본적으로 오리지널 SF 영화는 관객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사실 <미키 17>의 개봉 성적은 최근 몇 년간 개봉한 오리지널 SF 영화들의 성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20세기 스튜디오 <크리에이터>는 개봉 첫 주 매출이 1,400만 달러, 브래드 피트 주연의 <애드 아스트라>는 첫 주 매출 1,900만 달러로 <미키 17>의 1,910만 달러와 비슷하다. 또 워너 브라더스는 이미 과거에도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2억 달러가 투입된 워쇼스키 자매의 <주피터 어센딩>은 북미에서 1,830만 달러로 개봉하며 큰 손실을 냈다. 결국 오리지널 SF 영화는 감성과 재미를 갖춰야만 성공할 수 있으며, 제작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4. 영화평은 좋았지만, 대단한 정도는 아니었다. (Good but not great)
코로나 이후 오리지널 영화 흥행이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흥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봐야 하는'(must-see) 영화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미키 17>의 경우, 전반적인 평가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현재 로튼 토마토에서 비평가 점수 78%, 관객 점수 72%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냥 OTT로 볼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수치다. 일부 평론가들은 극찬을 하기도 했으나, 대다수의 평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지 않았기에 영화의 흥행은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기사 원문 :
https://www.slashfilm.com/1807986/mickey-17-flopped-box-office-reasons/
https://deadline.com/2025/03/box-office-mickey-17-1236313830/
https://variety.com/2025/film/box-office/mickey-17-international-box-office-stumbles-profit-struggle-123633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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