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본 영화 <신칸센 대폭파>입니다.
아오모리에서 도쿄로 가는 신칸센 ‘하야부사 60호’ 열차에 지정 속도 이하로 내려가면 터지는 폭탄이 실려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오고, 기차 내의 승객과 승무원들 그리고 기차 밖의 관제센터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사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일본 침몰> <신 고질라> 등 걸출한 흥행작을 만든 히구치 신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소재 자체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기차 안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극한 상황을 마주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부산행>을 연상케 합니다. 거두절미하고 시작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데, 신칸센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이 시작되면서 긴박감이 생기고 점점 가속페달을 밟습니다.
각자의 위치에 맞게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승무원들과 관제센터를 비추는 부분도 좋습니다. 마치 기계같이 일사불란하게 매뉴얼대로 착착 행동하는 모습은 우리나라나 할리우드 재난영화는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차 내외부에서 다양한 상황도 벌어지는데, 이것도 뭔가 넷플릭스로 보는게 아쉬울 정도의 밀도를 자랑합니다. 극장 개봉 했더라면 4DX나 스크린X가 잘 어울릴법한 장면들이 꽤 됩니다.
이렇게 나름 괜찮게 달리긴 하지만 중후반부 분기점을 지나면 속도가 느려지고 긴박감이 느슨해져버립니다. 마치 KTX 타고 가다가 중간에 무궁화호로 갈아타서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요. 참고로 이 영화는 1975년 개봉한 동명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보면서 뭔가 아리송한 느낌이 들었는데, 리메이크이면서 원작 영화의 속편을 자처하는 방식으로 전개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오마주와 작품의 분기점을 결부시키려 합니다.
다만 이게 좀 단점으로 다가옵니다. 1975년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간결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찔끔 보여주는 형식에 그쳐서, 몰입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이걸 알아서인지 보충도 하지만 대사 몇마디로만 넘어가서 아쉬웠습니다.
또 쿠사나기 츠요시가 맡은 차장을 중심으로 한 승무원들과 관제센터 직원들에 비해 다양한 군상을 보여주는 나머지 승객 캐릭터들은 매력이 떨어집니다. 좀 튀는 행동들을 해서 인상도 그렇게 좋진 않은데, 그나마 으레 이런 장르에서 보여주는 발암 캐릭터까진 아니라는게 한편으론 다행이랄까요.
아 그리고 이 작품... 자막량이 상당합니다. 이것까지 자막으로 내보낼 필요 있나 싶을 정도로 자막량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넷플릭스 한글 자막이 이걸 못 따라가서 놓치는 부분도 좀 있지만 관람에 지장이 될 정도까진 아닙니다. 이건 히구치 신지 감독의 전작 <일본 침몰> <신 고질라>에서도 마찬가지였어서 감독 나름의 트레이드마크인가 싶네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킬링타임으로 볼만한 일본 영화였습니다.
3.5/5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