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귀멸의 칼날> 시리즈를 처음 접한게 2년 전 <무한열차 편> 아이맥스 개봉 때 였습니다. 이전에 오직 디즈니&픽사만 선호했을 뿐 일본 애니는 본 경험이 전무할 정도로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보러 간 이유는 하나, 당시 증정하던 렌고쿠 아이맥스 포스터가 웬지 모르게 탐이 났기 때문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보러 와. 네 심장을 뜨겁게 만들어줄게.'라고 자신있게 외치는 느낌이랄까.

common.jpeg-42.jpg

아니나다를까 영화를 보며 끓어오르는 벅찬 가슴과 함께 마스크가 흠뻑 젖을 정도로 눈물, 콧물이 멈추지 않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이 시리즈를 애정하게 되었습니다. N차 관람에다 나중에는 당시 사귄지 얼마 안된 애인까지 데려가서 보여주며 강추할 정도로. 일본 애니를 불호하는 쪽에 가깝던 제 영혼을 제대로 저격했을만큼 이 시리즈는 스토리, 메세지, 캐릭터, 비주얼, 액션, 음악 등 모든 면에서 엄청난 매력이 있죠.

 

그렇다고 OTT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이 시리즈의 TV 에피소드를 꼬박꼬박 챙겨본건 아닙니다. 시즌1은 물론이고 시즌2 <환락의 거리>도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TV 에피소드를 편집해서 극장에서 상영했던 작품들은 꼬박꼬박 챙겨서 보러 갔었죠. 특히 <나타구모산 편>은 별 네개 반을 주었을 정도로(개인적으로 픽사 애니메이션 중 "인사이드 아웃"과 맞먹는 평가) 감동하고 경탄했으며 TV 에피소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관람하더라도 서사를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만큼, 또한 단순한 TV 에피소드 편집본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기승전결이 잘 갖추어진 한 편의 수작 장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 외의 다른 편집본들 역시 극장에서 <귀멸의 칼날>이 가진 불멸의 매력에 흠뻑 젖기엔 손색이 없었죠.

 

그래서 이번 편집본에 기대가 컸습니다. 비록 TV 에피소드 시즌2를 보지 못했지만 그 감동을 이전과 같이 극장에서 오롯이 선사해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죠. 결론은 살짝 당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시즌을 위한 쇼케이스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 문제는 무성의한 편집입니다. 어떻게 TV 에피소드를 그냥 몇 화 쭉 늘어놓듯이 보여줄 생각을 했는지. '다음 시즌 궁금하지? 돈 내고 극장에 오면 미리 보여줄게' 이렇게 대놓고 얘기하는 것 처럼 느껴지더군요. 팬 장사라는게 이런건가? 회의감도 들었구요. 이번에도 극장 버전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묶어서 상영할거면 최소한 이전 시즌1 때 처럼 나름의 기승전결이 잘 갖춰진 매끄러운 편집과 구성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그게 이 시리즈 팬들을 위한 진짜 성의이자 배려일텐데. 더군다나 이번에는 아이맥스 포맷까지 있습니다. 아이맥스 초명당에서 다음 시즌 쇼케이스를 굳이 관람하고 있는 제 자신에 현타가 슬쩍 오더라구요.

 

그럼에도 이것도 "귀멸의 칼날"인지라 뜨겁게 감탄하고 소소하게 웃은 장면들도 꽤 있었습니다. 특히 초반 혈투신은 그 전 상황을 모르고 보더라도 입을 쩍 벌리고 압도될만큼 극장에서 특히 아이맥스로 볼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탄지로와 더불어 애정하는 캐릭터인 네즈코도 너무 귀엽게 나오구요.

common.jpeg-41.jpg

결론은 다소 얄팍한 상술과 기획으로 내용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나 많은 미덕을 갖춘 시리즈의 퀄리티를 스스로 깎아먹은 느낌이 들어서 씁쓸했습니다. 작품 자체보다는 다른 요인 때문에 작품을 마냥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안타까운 케이스였습니다.

 

#귀멸의칼날 #후기 #리뷰


발없는새

 

♡My Favorite Artists♡

찰리 채플린, 왕가위, 장이머우, 마틴 스콜세지,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로버트 드니로, 양조위...

Atachment
첨부 '2'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profile
    프랜시아 2023.03.03 11:00

    이번거 동일하게 느낀 평들이 많네요.
    오늘 보러가는데 궁금증이 커지네요.
    시즌 1때도 tv판 쭉 이어서 상영하는 것으로 봤었는데, 차이가 큰가보군요.

  • @프랜시아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3 11:10
    성의의 문제인것 같아요 같은 내용물도 어떻게 박스에 담고 포장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듯이..
  • profile
    카카오 2023.03.03 11:02
    제가 느끼기에는 우즈이가 렌고쿠에 비하면 임펙트가 약하긴 했었어요.. 렌고쿠는 귀칼 문외환 시절에 겪었음에도 크게 와닿았는데 우즈이는 이후 tv판 극장 상영 때 볼 때 본 적이 있음에도 렌고쿠 만큼의 마음 속의 불도 없었고 큰 와닿음이 없었달까요.. ^^;
    네즈코 이번에 분량도 늘어나고 귀엽게 나와서 좋더라고요 ㅎㅎ
  • @카카오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3 11:11
    네즈코팬으로서 흐뭇하긴 했습니다ㅎㅎ
  • profile
    유코 2023.03.03 11:05
    총집편이 원래 에피소드 이어 붙이기로 나오긴 했었는데
    이번 건 오프닝 엔딩 관련 편집 없이 그냥 이어 붙이기만 한 느낌이여서 별로였죠.
    이전 총집편들은 그래도 그런 부분들 편집해서 이어 붙여줬었는데
  • @유코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3 11:16
    그쵸 사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법이니.. 그리고 차라리 남매 혈귀와의 결전 에피소드만 깔끔하게 편집해서 상영하는게 완성도는 훨씬 컸을거란 생각도 들더군요
  • profile
    하빈 2023.03.03 11:38
    2기 후반과 3기 1화를 보여주는 거라고 알고간 입장에서도 정말 그 세 에피소드를 그대로 나열하고 엔딩크레딧만 몇번을 보여주는 편집이 황당하긴 했어요.
    그래도 극장의 큰 스크린과 빵빵한 아맥 사운드로 액션씬들을 보고 상현집결하는 공간인 무한성 연출에 빨려들듯 보는 즐거움이 있어 좀 상쇄됐지만요.ㅎㅎ
    1기 극장상영은 편집 잘해놓고 왜...;;; 정말 편집이 이게 최선이었냐 싶습니다.
  • @하빈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3 11:51
    맞아요 상현집결 시퀀스도 그로스테크하고 현란한 연출이 돋보이더군요ㅎㅎ
  • 탑건덕후 2023.03.03 11:44
    렌고쿠형이 진짜 쩔었죠..
  • @탑건덕후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3 11:52
    국내 귀칼 흥행의 일등공신!
  • profile
    STORY 2023.03.03 13:01
    이미 일본 애니계의 핵심으로 떠올라서... 뭘 해도 보러오겠지라는 마인드로 장사했다간 마블처럼 방만하게 관리하다 무너질 가능성도 있어보여요.
  • @STORY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3 18:28
    무한열차급의 극장 버전을 만들지 않는 이상 굳이 돈을 주고 극장 관람할 이유가 더이상 없어보이긴 해요
  • profile
    마석도 2023.03.03 14:46
    <무한열차편>의 경우에는 전작을 보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상업영화라는 점이 정말 좋았고 <나타구모산편>의 경우에는 짜집기 상영임에도 웬만한 장편 애니메이션 급의 훌륭한 기승전결을 보여준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면에 이번 <도공마을편>의 구성은… 아무래도 한 시즌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동시에 보여주다 보니 전편들만큼의 깔끔함을 찾기는 힘든 것 같아요 ㅠㅠ
    여러모로 찐팬들을 위한 상영회라는 느낌이 들고 엔딩크레딧 편집 여부는 좀 아쉽군요
  • @마석도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3 18:30
    맞아요 짜집기 자체가 문제가 아닌데 ㅎㅎ
  • 그냥 2023.03.03 16:02

    안 그래도 너희를 위해 준비했어~ 라고 하지만 뭔가 너희 이렇게 해도 와서 볼 거지? 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무대인사 진행하는 것을 보면 팬장사라는 느낌이 좀 더 들더라고요. 무대인사는 촬영금지. 관객들 모습은 공식 촬영팀이 촬영해서 사용할 예정.. 개인적으론 무대인사 촬영금지는 처음 당해보는 조치 같습니다. ㅎㅎ;;

  • @그냥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3 18:31
    헐 그런 일도 있었군요 하긴 결과물만 봐도 의도가 드러나니까요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52530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42] file Bob 2022.09.18 460833 141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4] file admin 2022.08.18 793458 203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5] admin 2022.08.17 542041 150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5] admin 2022.08.16 1199967 142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410152 173
더보기
칼럼 (영재방)내가 겪은 '에이리언:로물루스'의 어색한 부분들과 1편과의 사이에 있었던 사건(약스포) Maverick 2024.08.30 1415 4
칼럼 <킬> 살인과 광기의 경계 [11] updatefile 카시모프 2024.08.29 2212 16
불판 9월 2일(월요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23] update 은은 2024.08.30 6550 27
불판 8월 30일 (금) 선착순 이벤트 불판 [51] 합법 2024.08.29 12143 43
이벤트 영화 <트랜스포머 ONE> 시사회 초대 이벤트 [55] updatefile 두마리토끼 파트너 2024.08.30 2576 47
영화잡담 새벽의 모든 메인 예고편
KG
2024.08.28 103 0
후기/리뷰 [유로파]를 보고(약스포) newfile
image
09:18 111 0
후기/리뷰 [만덜레이]를 보고(약스포) file
image
2024.08.27 115 1
후기/리뷰 [공적명령]을 보고(약스포) file
image
2024.08.27 117 1
후기/리뷰 [그녀의 남자]를 보고(약스포) file
image
2024.08.28 119 1
후기/리뷰 [범죄의 요소]를 보고(약스포) [1] file
image
09:08 121 1
영화잡담 청담씨네시티 시네마 프리미엄관 어떤가요? [2] new
20:04 125 1
후기/리뷰 [엄마의 왕국]을 보고(약스포) file
image
2024.08.28 126 0
후기/리뷰 블루록 에피소드 나기(의외로 재밌내요,약스포) new
18:05 132 1
후기/리뷰 킬 약스포 간단후기 [2] newfile
image
20:04 136 1
영화잡담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 [1] newfile
image
20:46 138 2
영화잡담 해적 도라의 모티브(라퓨타) file
image
KG
2024.08.30 139 0
후기/리뷰 [쥐잡이]를 보고(약스포) [1] file
image
2024.08.27 147 2
영화잡담 무코님 나눔 탄산과 함께 에이리언 3주차 N차 뛰러왔습니다 file
image
2024.08.29 155 2
영화잡담 무코님 나눔) 디즈니플러스 프리미엄 이용권 file
image
2024.08.15 170 0
후기/리뷰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보고(약스포) [1] file
image
2024.08.22 170 2
후기/리뷰 [에피데믹]을 보고(약스포) file
image
2024.08.30 172 1
영화잡담 파일럿 후기
2024.08.14 175 0
후기/리뷰 [진주의 진주]를 보고(약스포) [4] file
image
2024.08.29 176 4
후기/리뷰 트위스터스 용포프 2회차 후기 new
14:18 178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