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분의 글에 조금은 반대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어 댓글로 남길까 하다가 글이 길어져 따로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엔딩크레딧을 촬영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잘못되었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많이 흔해졌고, 또 잘못되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댓글이 남긴 적이 있습니다만, 저 엔딩크레딧 촬영 기준 자체가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저 기준을 풀이해 보면 "엔딩크레딧도 저작물로써 인정되니 촬영하면 저작권법 위반이다"라는 맥락인데, 당장 인스타그램이나 SNS에서 '#엔딩크레딧'이라고 검색만 해도 엔딩크레딧을 촬영한 사진들이 수두룩하죠. 이게 바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애매한 부분도 있긴 마련입니다. 사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엔딩크레딧을 촬영한 것과 영화 본편이 상영되는 도중에 촬영한 것을 과연 동일시할 수 있는가 싶기도 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둘은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영화가 한창 상영되는 중간에 누군가가 나서서 뜬금없이 촬영을 했다면 주변에 있던 관객들은 그야말로 어리둥절할 수 있겠죠. 충분히 타인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 심지어는 '관크'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가 다 끝나고 난 후 조명이 켜지고 퇴출로가 개방되는 시점에서 엔딩크레딧을 촬영하는 것은 앞에서와 다르게 맥락이 많이 다릅니다. 나갈 관객들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상황이고 나의 촬영으로 인해 타인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등의 상황이 연출되기는 어렵겠죠. 심지어 직원 분들이 들어오시는 경우도 많은데 직원 분이 엔딩크레딧을 촬영한다고 해서 제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겁니다. 물론 엔딩크레딧 자체를 아주 집중하면서 관람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영화가 다 끝나면 대부분 휴대폰을 만지거나 같이 온 지인이나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퇴장하는 등 엔딩크레딧 자체에 크게 집중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엔딩크레딧을 촬영한 것으로 법정에 간 사례가 없어서 법적인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법적인 기준이나 규정이 자체는 많이 엄격하고 경직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네요. 물론 엔딩크레딧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를 한다던가 쿠키 영상을 촬영하는 등 저작권법을 심각하게 위반할 정도의 행위는 제재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소장 용도 혹은 기념이나 사적인 목적으로 관람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한 일회성 촬영, 흔히 SNS에 올라오는 정도는 우리 사회에서도 법적으로 크게 비난받을만한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용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도 인증하거나 개인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잠깐 엔딩크레딧을 촬영하는 정도이니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도 크지 않을 것이고, 엔딩크레딧을 촬영해서 불편하다고 여기는 부분들도 없을 뿐더러 엔딩크레딧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퇴장하는 관객도 많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영화 본편이 상영될 때랑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도 있을 것 같네요.
문화가 바뀌려면 많은 부분에 있어서 합의도 필요하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차차 바뀌어가야 하는 과정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아예 전면적인 규제보다는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를 일부 허용하는 일종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풀어가다 보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도 좀 더 편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가뜩이나 영화값이 많이 오른 요즘에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기념하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엔딩크레딧 정도는 괜찮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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