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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에 나온 시사회 후기(worldofreel.com에 올라온 기사)를 기반으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레타 거윅이 연출한 <바비>의 정식 포스터와 2차 예고편이 공개된 후, 웹상에서는 여전히 줄거리 예측이 어려운 기묘하면서도 흥미로운 예고편에 대한 여러 분석들도 올라오고 있다. 특히 영화 <바비>가 바비랜드라는 가상의 살아있는 인형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여주인공을 다루는 하나의 거대한 블랙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온라인에서는 이번 영화를 비슷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트루먼 쇼>와 같이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작품들과 비교하거나, 예고편 속에 등장한 <오즈의 마법사> 떡밥에도 주목하고 있다.

 

 

2차 예고편 직후 언론과 IMDb를 통해 공개된 <바비>의  공식 시놉시스는 아래와 같이 전하고 있다. 

 

 

"바비 랜드에 산다는 건 완벽한 곳에서 완벽한 존재가 되는 일이다. 당신이 전면적인 실존적 위기에 빠지지 않는 한... 아니면 당신이 켄이던가."

 

 

 

여기서 실존적 위기에 빠지는 인물은 주인공인 마고 로비의 바비를 가리키는 것으로, 올해 초에 나온 시사회 후기에 따르면 여성들이 대통령을 포함해 사회를 다스리는 '완벽한' 바비랜드에서 어느날 주인공 바비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며 그녀가 지금껏 바비랜드 속에서 누리던 완벽함이 깨지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바비랜드 사회에서는 불건전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한편 그녀만 바라보는 남자친구 인형인 켄 역시 시사회 후기에 따르면 바비를 숭배하는 자신의 위치를 수용하지 못하고 회의감을 품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각자 은유적으로 남녀의 위치에 대한 다른 고민을 대변하게 되는 상황에서 바비랜드에서 인간세상으로 떠나는 모험을 같이 떠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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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에 대한 또다른 시놉시스는 아래와 같이 전하고 있다.

 

 

"한 바비 인형이 그녀가 살고 있는 가짜 꿈 세상 너머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서며, 그녀는 '완벽함'이 내면에서 나오는 것임을, 그리고 행복은 스스로를 믿는 데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she has realized that Perfection comes from inside, and that Happiness in believing in oneself.)"

 

 

다시 말해 <바비>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비랜드 사회에서 요구되는 완벽함이, 그리고 실제 현실 속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바비 인형에게 부여되었던 여러가지 종류의 완벽함이 자신의 존재 가치이자 아이덴티티였던 바비가, 이번 영화의 결말에서는 자신의 새로운 진짜 정체성을 일깨우고 이전의 대중적인 바비의 이미지나 정의로부터 일종의 해방을 얻는다는 뜻이 된다. 이는 올 초 시사회를 본 이의 후기에서 그레타 거윅이 <바비>를 통해 "바비의 전통적인 페미니스트적 도상학을 해체하고, 새로운 세대를 위해 그녀를 새로운 맥락으로 재구성한다(It deconstructs the feminist iconography of Barbie and recontextualizes her for a new generation.)"라고 표현한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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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의 티저 예고편에서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모노리스 씬을 오마주하여 묘사한 대로, 원래 아기 인형만 가지고 놀던 여아들에게 마텔의 모델같은 바비 인형의 등장은 현대적 여성상을 일깨운 혁신적인 아이콘과 같았다. 그러나 바비는 그 이후로 금발머리와 핑크색 패션, 비현실적인 비율의 몸매, 비현실적 기준의 아름다움의 표상이 되었고, 소위 여아들의 롤모델이자 페미니스트 아이콘이라는 바비의 정체성과 진정한 여성상 사이에는 늘 간극과 아이러니가 따라붙었으며 지금도 논쟁의 대상이다. 또한 이번 영화에 다양한 직업군의 여러 바비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듯이 실제 마텔에서도 다양한 커리어, 인종, 체형, 성향의 여성을 묘사한 바비 인형을 지난 수십 년 간 계속 내놨지만 바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정체성에는 큰 변화나 의미가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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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2023년의 시점에서 거윅과 바움백이 이른바 현재의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맥락'의 바비 인형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인가? 올 초에 시사회를 보았던 이들이 영화에 대해 내린 전반적 평가를 보면, "전체적으로 까칠하고 과장된 코미디지만 ( = "성적 농담과 욕설이 있다", "가부장제에 대한 바비와 켄 간의 언쟁이 있다", "맹렬하게 페미니스트적이고 화산이 폭발하듯 히스테리컬하다") , 영화는 강압적으로 흐르는 대신 놀라우리만큼 매우 감정적이고 장난스럽고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정치적인 면모를 유지하며, 빠르게 진행되지만 내러티브의 리듬을 정확히 잘 맞추고 있다", "강도 높은 사회비판과 대조를 자아내고 있으나, 거윅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 중심부에는 따뜻함과 관대함이 자리잡고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그레타 거윅의 <바비> 영화는 전혀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며, 다시 말해서 인형들인 바비와 켄이 현실의 인간 세상을 방문하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적응하거나 교훈을 얻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바비>의 경우 "그레타가 자신이 펼치는 게임의 강도를 한 단계 높였다"는 후기가 나올 정도로 꽤 직설적인 블랙 코미디를 담고는 있지만, 이것이 강한 훈계적 메세지로 기울어 관객을 불편하게 하기보다는 바비랜드라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도 코미디 장르 그 자체의 포용과 유쾌함을 영화 내내 적절하게 유지했을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레타 거윅만의 재해석에 대해서는 앞으로 개봉 전후 다양한 평가를 지켜봐야겠으나, 적어도 시사회 평만 놓고 보면 영화 <바비>가 비록 비주얼은 파격적이지만 영화 자체는 그레타 거윅의 작품답게 바비의 현대적인 '진짜 자기 찾기'를 나름 설득력있게 선보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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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사람들이 바비 하면 바로 떠올리고 좋아하는 인기곡인 덴마크 밴드 아쿠아의 노래 'Barbie Girl'이 이번 <바비>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아예 의도적으로 배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그 대신 'Hi Barbie'라는 노래 가사는 대사로 살아남아 예고편에도 등장했다.) 실제로 가사에서 바비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켄에게 "날 입혀줘, 난 너의 인형", "넌 날 만지고 갖고 놀 수 있어", "플라스틱 가짜 세상에서의 삶은 환상적이야!", "오, 사랑해 켄!"과 같이 말하는 것 때문에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고 제조사 마텔 또한 이 노래를 나중에 홍보에 적극적으로 쓰기 전까지는 그 선정성에 소송까지 걸었던 전적이 있다. 그러므로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로 자신의 입지를 세운 그레타 거윅이 기존의 바비의 이미지를 깨고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상학을 선보이겠다는 자신의 <바비> 영화에서 이 음악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된다.

 

 

그런 면에서 주목할 인물이 바로 이번 영화에 인어 바비 역할로 참여한 가수 두아 리파로, 예고편에서 'Barbie Sounds'라는 타이틀의 LP판이 잠시 등장한 것을 두고 이것이 두아 리파가 이번 <바비>를 위해 부른 사운드트랙을 담은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아 리파는 이번 캐릭터 포스터 발표에서 푸른색 가발을 쓰고 인어로 분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LP판 또한 같은 푸른색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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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2022년 11월에 두아 리파가 진행하는 애플 팟캐스트 'At Your Service' 프로그램에 그레타 거윅 감독이 게스트로 참석하여 영화 <바비>에 관해 같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칭찬하며 현대 여성들에 대한 주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적이 있다. (촬영은 그해 3월~7월 사이에 이뤄졌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최근 뉴트로 열풍을 이끌었던 페미니스트 가수인 두아 리파가 그레타 거윅의 <바비>에 맞는 새로운 가사의 곡을 써서 OST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이 영화를 위해 두아 리파가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다수의 곡을 작업했다는 후문이 보도로 나오고 있다. 따라서 두아 리파가 이번 <바비>에 깜짝 출연한 것에는 이러한 내막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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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주인공 바비의 현대적인 재해석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 켄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 역시 작년 7월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거윅과 바움백이 쓴 <바비>의 대본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지금껏 읽어 본 최고의 대본"이라고 밝힌 바 있었으며, "내가 당신의 켄이 되겠다. [그동안 저평가된] 그의 이야기는 반드시 들려져야 한다"라고 거윅에게 답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바비>의 올 초 시사회 후기에서 가장 일관된 호평이 바로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에 대한 것인데, "라이언 고슬링이 이 영화의 MVP이고, 이보다 더 나은 연기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의 이번 연기들은 평생 밈으로 남을 것이다", "라이언 고슬링의 켄 연기는 그의 인생 최고의 연기 중 하나로, 노래하고 춤추는 엄청난 씬 스틸러로써 오스카 후보에 오를 만 하다"와 같은 극찬들이 쏟아져나와 기대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그레타 거윅의 연출이 마고 로비의 바비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인 켄 역시 상당히 돋보이게 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저의 개인 블로그에 끄적거린 글이지만, 해외에서 나온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보니 좀 더 영화에 대한 전망이 수월해진 면이 있어서 글을 좀 더 다듬어 여기에 올려보았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profile joon3523

https://blog.naver.com/moviein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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