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220215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I drink your milkshake! I drink it up!"

 


 

# 욕망

  한 손에 은괴를 들고 부러진 다리를 끌며 황야의 돌밭을 힘겹게 기어가는 남자, 적어도 다니엘 플레인뷰에겐 건강보다 돈이 우선입니다. 의미심장하고 장엄한 음악으로 열리는 영화의 첫 장은 의도적으로 대사를 배제함으로써 그가 '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드러내며 단지 보이는 것 외에도 그가 살았을 삶을 어느정도 짐작 가능하게 합니다.

# 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일라이 선데이는 제3계시교 목사로서 사이비스러운 종교적 가치를 내세워 다니엘과 정면으로 대항합니다. 일라이 또한 다니엘 못지않게 탐욕적이며 어쩌면 가족적인 가치는 더욱 바닥에 내다버린 인물입니다. 야욕으로 가득찬 두 사람이 함께 밟고 있는 노른자위 땅에서 주인공은 결코 둘일 수 없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둘의 이야기는 영화 속 가장 매력적인 갈등입니다.

# 피에 대한 갈망, 돌아오는 절망

  누구에게나 그렇듯, 고독한 야심가 다니엘에게도 한 줄기 빛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난 '헨리 플레인뷰'는 자신이 다니엘의 동생임을 밝힙니다. 여태껏 누구도 마음깊이 신뢰하지 않았던 다니엘은 만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헨리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냉혈한같던 그에게도 혈육의 정은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요. 만약 헨리가 정말로 다니엘의 형제였더라면 다니엘의 여생이 행복해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을 것입니다.

# 뒤틀린 부성애

  농아가 된 그의 양아들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석유 사업을 하기 위해 멀리 떠나고자 합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다니엘은 그 말을 결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들의 미래를 응원해 주리라고는 더더욱 바랄 수 없죠. 비록 정을 나누고 아꼈던 양아들이지만 그의 곁을 떠나 새로운 석유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동정의 가치도 없는 경쟁자가 되겠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Bastard from a basket!" 잘못된 신념은 드디어 마지막 남은 인간미마저 그에게서 떨쳐냅니다.

# 불협화음

  다니엘의 속은 원유처럼 검게 타들어가고 최후에는 자식을 잃은 슬픔까지 더해져 붉게 타오릅니다. 일말의 희망도, 의미도 남아있지 않은 순간에 문득 찾아온 일라이의 제안은 그의 온 몸을 휘감은 심지에 불을 붙였고, 결국 그 자리에는 피만이 흥건하게 남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은 다니엘이 내뱉은 "I'm finished."로 마무리됩니다. 바닥을 붉게 물들이는 피의 주인은 표면적으론 야욕의 대가를 치른 일라이지만 다니엘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둘의 싸움에서 승리자는 없었습니다. 이 때 귓가를 울리는 경쾌한 음악은 비극적인 상황과 전혀 조화롭지 못합니다. 누구와도 진정으로 어울리지 못했던 다니엘의 인생처럼.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버린 잘못된 희망은 누군가의 평생을 비참하게 만들고 의미를 앗아갑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국내 개봉일. 2008.03.06

장르. 드라마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주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폴 다노

3.145.70.209

3.145.70.209


profile 금요시네마

영화 리뷰

# compact

 

R # 1. 조커

https://muko.kr/movietalk/55660

R # 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https://muko.kr/movietalk/177219

R # 3. 데어 윌 비 블러드

https://muko.kr/movietalk/220215

R # 4. 괴물

https://muko.kr/movietalk/256667

/////

 

 

 

 

 

 

 

 

 

 

 

Atachment
첨부 '1'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profile
    카시모프 2022.08.23 15:38
    진짜 명작이죠. 개인적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가장 빛난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ㅠ ㅠ
    글 잘 읽었습니다~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23 15:42
    마지막 롱테이크에서 보여준 연기는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죠! 연기의 신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 Maetel 2022.08.23 16:06
    안 본 영화입니다. 보게 체크해놔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Maetel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23 16:22
    ㅎㅎ 얼른 보세요 강추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profile
    성피랑 2022.08.23 17:06
    연출, 각본, 촬영, 음악, 연기 등등 어느 부분에서도 모자람 없는 걸작이죠!
  • @성피랑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금요시네마 2022.08.23 17:1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겹치지만 않았어도 수상도 더 많았을텐데 ㅠㅠ 아쉽습니다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이벤트AD 무코 x 무비오어데스 영화관 향수 20,000원 [23] file
image
무비오어데스 파트너 2024.03.06 43963 35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59982 94
공지 굿즈 소진 현황판 정리글 [156] update 무비이즈프리 2022.08.15 990624 174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8] file Bob 2022.09.18 362894 133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693637 201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2] admin 2022.08.17 443071 147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3] admin 2022.08.16 1075455 140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33081 168
더보기
칼럼 <퓨리오사와 실제역사-Ⅱ> 치유의 천사 나이팅게일➕ (반복되는 크림전쟁과 라파엘 / 스포) [2] updatefile Nashira 2024.06.01 595 3
칼럼 <퓨리오사와 실제역사-Ⅰ>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시온의 딸과 가스관 / 스포) updatefile Nashira 2024.05.31 1026 4
현황판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아 다이 굿즈 소진 현황판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2 405 2
현황판 <CGV 아트하우스> 상시 굿즈 소진 현황판 [288]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3.01.14 179698 127
불판 6월 4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new 으랏차차 10:12 2119 8
불판 6월 3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44] update 아맞다 2024.05.31 13726 44
영화잡담 푸바오 다큐 개봉예정 newfile
image
14:04 141 0
영화관잡담 퓨리오사 월드타워 마스킹을 하면 9관 스크린은 [1] new
13:59 67 1
영화관정보 롯데시네마 쓰리엑스라지 팝콘 판매안내 [1] newfile
image
13:54 149 0
영화잡담 CGV 무비클로버는 참여의 의미가 없을거 같아요. [3] new
13:50 464 3
영화정보 [더 워처스] 국내 6월 -> 7월 개봉으로 연기 [3] newfile
image
13:29 427 5
영화정보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일본서 천만 관객 돌파 [2] newfile
image
13:23 317 6
영화잡담 원더랜드 티티티 하루는 가겠죠? [8] new
13:18 594 0
영화잡담 이런건 직원 시사회겠죠?? newfile
image
profile HG
12:54 675 0
영화잡담 천만 배우 반가운 얼굴 이도현 [2] newfile
image
11:28 676 5
영화잡담 괴물나무꾼 간단평 [3] new
profile HG
11:10 291 1
영화관잡담 CGV대구범어점?! new
11:09 294 3
영화정보 알리체 로르바케르 [더 원더스], [천상의 육체] 엠엔엠 수입 [2] newfile
image
11:08 275 2
영화잡담 이번달엔 비행기 소재로 한 영화가 2편 나오는군요 [2] new
11:06 413 1
영화정보 [밤낚시] 신규 포스터 공개 [1] newfile
image
JHP
10:14 590 5
영화잡담 (대스포!) 설계자 비하인드 관련 new
10:12 238 1
영화잡담 정욕 - Normal desire new
10:10 116 1
영화정보 [원더랜드] 개봉 D-2 수지 배우님 사진 newfile
image
JHP
10:09 324 2
영화정보 [일초 앞, 일초 뒤] 오카다 마사키X키요하라 카야 개봉 축하 인사 영상 new
JHP
10:06 245 0
영화정보 칸 남우주연상 [퍼펙트 데이즈] 메인 포스터 new
10:00 336 3
영화잡담 너는 달밤에 빛나고 재개봉 6.12 newfile
image
profile HG
09:44 206 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3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