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234677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 나온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라는 문구. 월드컵의 결과에 걸맞게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과 함께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꺾이지 않는다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걸까? 꺾인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 꺾인 것일까? 영화 ‘리바운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명쾌하지는 않아도 답을 주는 영화였다.

 

 

541382b0a4105163dc37e4aba7d44e8c115b72d6.jpeg

 

리바운드는 2012년 부산중앙고등학교의 농구 전국대회 진출을 다룬 작품으로, 전체 선수 6명으로 준우승이라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존재한다. 이렇게 실화를 소재로 사용한 많은 작품은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이야기를 다뤄야 하는 만큼 대부분 약간은 과장된 각색을 거치거나 연출로 뻔함을 없앤다. 리바운드도 이미 실제 이야기가 많이 알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680ed91fe04f8569d36dd52bfd50422d34eabc0b.jpeg.jpg

  1. 생생한 경기 장면의 연출

 

리바운드 또한 스토리의 뻔함을 화려한 연출로 상쇄시켰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은 농구 경기 장면이다. 드라마 장면들은 다양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화려했던 음악들이 사라지고 선수들의 숨소리, 코치들의 코칭, 그로 인해 울려 퍼지는 경기장의 공명들까지 생생하게 관객들의 귀로 들어온다. 특히 컷 편집이 드라마 장면보다 훨씬 화려해지며 관객들의 시선까지 빼앗는다.

 

이러한 연출을 보며 많은 인기를 얻은 농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자연스레 비교되었다. 슬램덩크에서 가장 호평 받았던 요소 중 하나가 생생한 경기 장면의 연출이었는데, 리바운드는 그보다 훨씬 압도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슬램덩크는 리바운드와 비슷하게 화려한 컷 편집으로 시선을 빼앗았다. 하지만 청각적인 면에서 슬램덩크가 리바운드와는 반대로 밴드 음악을 적극 사용하며 청각적으로 생생함보다 장면에 대한 쾌감을 주로 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극명한 차이가 났다.

 

각설하고, 리바운드의 경기 연출만큼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정말 이상적인 스포츠 연출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두고두고 회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c9bfa4dea650d672870928f4d04e4cad535a231.jpeg.jpg

  1. 각색이라는 양날의 검

 

작품은 6명의 전국 대회 4강 진출이라는 결과 뒤에 어떠한 스토리들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선수들 사이에 갈등 요소를 넣거나 용산고등학교라는 압도적인 상대, 농구부를 없애려는 교장의 압박 등등 여러 각색 요소를 넣으며 더욱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화의 뻔함을 지우기 위해 넣은 각색이 정작 수많은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와 겹치게 되면서 스포츠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더 뻔하게 느껴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거기에 각색 요소의 설명이 부족했다. 두 선수의 갈등이 생긴 이유, 초반부 코치의 행동 등등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넘어가는 내용이 많아 팀을 다시 구성하는 중반부 이전까지는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83359b6c50f5b14dd3770d902ba25bd7973f4c98.jpeg.jpg

  1. 인상적인 결말부

 

앞서 말했듯 클리셰가 가득한 작품임에도 한 가지 달랐던 점이 있었다. 우승컵의 달콤함과 승리의 짜릿함이 아닌 선수들의 부상과 패배로 끝난다는 것. 실화가 선수 6명으로 4강까지 간 스토리인 만큼 우승컵을 들지는 못해도 결말 부에서 짜릿함을 느끼도록 연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바운드는 점차 체력을 잃어가는 선수들과 반대로 압도적인 상대 팀의 전력을 보여주며 팀의 패배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반전이란 없다. 그렇게 그들의 비상은 끝났고, 화려한 최후의 날갯짓을 보여주며 작품은 마무리 짓는다.

 

앞선 장면들의 수많은 단점이 결말을 보는 순간 모두 잊혔다. 제목의 뜻을 그제야 완벽하게 이해했다. 리바운드의 꽃은 결말부 장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특히 이러한 연출이 작품의 메시지와 어우러지며 작품에 대한 여운을 더욱 길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줬다. 실존 인물과 배우들을 교차하고, 화려한 음악대신 ‘We Are Young’이 울리며 올라오는 자막들을 보면 마음 한편에서 용기와 함께 전율이 올라온다.

 

 

c80c4b892337323fa49f184efcd915deee36d401.jpeg.jpg

  1. 꺾여도 좋다

 

작품 내내 중요하게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링에 맞고 튕겨 나온 공을 다시 잡아 기회를 만든다는 뜻의 농구 용어인 ‘리바운드‘. 많은 사람이 작품을 보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일명 중꺾마라는 문구를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리바운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중꺾마와 아주 다르다고 생각한다.

 

리바운드는 실패로부터 비롯된다. 실패가 없다면 리바운드 또한 있을 수 없고, 추락이 없다면 비상 또한 없다. 바로 리바운드가 던지는 메시지다. 실패해도 좋고 꺾여도 좋다. 다시 뛰어오를 힘만 있다면, 공을 잡기 위한 의지만 있다면 된다.

 

 

리바운드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들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나도 저들처럼 화려한 비상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리바운드를 다 보고 나면 이러한 생각들은 전부 쓸데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의, 나의, 우리 모두의 리바운드는 끝나지 않았다. 공은 아직 공중에 떠 있고, 우리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러니 주저 말고 뛰어보자. 놓쳐도, 뺏겨도, 또 다른 리바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profile 박재난

세미는 뽀미에게 물린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손을 높게 들어 올리고는 샤워를 한다. 엄마는 예의도 없이 불쑥 들어와 다 큰 딸의 상처에 주방용 랩을 대충 감아주었다. 세미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세미는 조이와 단둘이 마주보고는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친다. 세미는 그 말을 또렷이, 아주 정확하게 반복했다. 눈치 없는 아빠는 세미의 방으로 쳐들어와 조이에게 아빠 해봐, 아빠 잘생겼다! 같은 말들을 던지며 장난을 쳤다. 세미는 아빠를 내쫓고는 조이에게 다시 속삭인다. '사랑해."

 

우리는 세미가 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금씩 아주 서서히 주변의 소리도 시야도 사라지는 그 모습을. 오늘 하루 세미에게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평화가 드디어 찾아오고 있음을. 설레는 마음도, 슬픔도, 사랑도, 모두 뒤로 한 채로,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잠이 든다. 

 

🦜🐕🦕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profile
    월드타워죽돌이 2023.05.08 01:41
    직접쓰신건가요?
    오류가 있어서요.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처음사용된건 카타르 월드컵이 아닙니다
  • @월드타워죽돌이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3.05.08 07:02
    헉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해 다시 올리겠습니다...
  • @월드타워죽돌이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유코 2023.05.08 10:09
    e 스포츠 모르는 일반인 분들이 보기에는 가장 처음 접한 게 카타르 월드컵이긴 하겠네요 ㅋㅋ
  • profile
    수리진 2023.05.08 12:30
    많은 부분 공감되는 글이고 영화의 좋은 점, 아쉬운 점 등이 잘 정리됐네요. 좋은 평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리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3.05.08 14:23
    아쉬운 부분보다 좋았던 부분들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았던 작품이였습니다.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73354 94
공지 굿즈 소진 현황판 정리글 [158] 무비이즈프리 2022.08.15 1017369 175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8] file Bob 2022.09.18 378617 133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09899 202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3] admin 2022.08.17 458582 147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091729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45120 169
더보기
칼럼 [오펜하이머] 프로메테우스가 던진 돌의 연쇄반응-2 (양자역학 vs 고전역학, 그리고 상대성이론) [4] file Nashira 2023.08.22 3898 11
칼럼 <플래시> 이제 제발 죽여줘 [16] file 카시모프 2023.06.23 3774 41
현황판 존 오브 인터레스트 굿즈 소진 현황판 [15]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9 10592 18
현황판 인사이드 아웃2 굿즈 소진 현황판 [15]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2 8182 22
불판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 예매권 이벤트 [10] updatefile friend93 22:18 1964 18
불판 6월 17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14] 무코할결심 2024.06.14 5219 43
이벤트 🎉블라인드 시사회에 무코 회원님들을 초대합니다!🎉 [64] file songforyou 파트너 2024.06.05 10263 57
영화잡담 아맥 양끝단 위쪽 VS 중앙 ABC 열 [2] file
image
2022.08.14 622 0
영화잡담 올해 최고의 외화 속편 [2] file
image
2022.08.14 625 0
영화잡담 소신발언)
2022.08.14 481 0
영화잡담 놉은 진짜 재밌을거같다
2022.08.14 427 0
영화잡담 아아 file
image
2022.08.14 472 0
영화잡담 근데 이거 언제 올라오나요 file
image
2022.08.15 488 0
영화잡담 무코가 무비코리아임? [1]
2022.08.15 668 0
영화잡담 구경왔습니다! [1]
2022.08.15 523 0
영화잡담 영수다가 끄적보다 앞에 나와야지 [3]
2022.08.15 406 0
영화잡담 차라리 이럴거면 네이버 카페에 만드는게 어때요.. [7]
2022.08.15 868 0
영화잡담 초반에는 전체적 컬러가 빨간색 계열 이였는데 파랑색 계열로 바뀌였네요. [5] file
image
2022.08.15 553 0
영화잡담 노스맨은 배급이 어딘가요? [9]
2022.08.15 651 0
영화잡담 이제는 여기서 선착순 쿠폰 일정 글만 있으면 완벽하겠네요
2022.08.15 495 0
영화잡담 인사와 함께 첫 질문 [2]
2022.08.15 350 0
영화잡담 놉 = 스티븐 연 사망 [1]
2022.08.15 540 0
영화잡담 용아맥도 전날에 취소표가 나오긴하나요? [12]
2022.08.15 481 0
영화잡담 놉 스포당했네요..ㅠ [8]
2022.08.15 480 0
영화잡담 놉 용아맥 목요일 조조 [6]
2022.08.15 479 0
영화잡담 상영관 글은 영화 수다 게시판에 올리면 되겠죠? [2]
2022.08.15 403 0
영화잡담 개봉일이 늦어지든 말든 잘되는 영화는 언제 개봉해도 잘 되더군요. [5]
2022.08.15 413 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3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