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비롯한 여성 복싱 영화에 대한 줄거리 및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언급된 작품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파이터’(2020), ‘백엔의 사랑‘(2014), 그리고 ’무한도전 -복싱특집‘(2020) 입니다.)
복싱영화가 그렇고 특히 여성 복서가 등장하는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싸워야 할 상대가 상대 복서만이 아니라 가난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시골 웨이트리스 출신 메기는 가난이 싫어 도시로 올라와 무작정 자신을 키워달라고 프랭키에게 얘기하지만 그런 그를 처음에는 무시하지요. 내팽게치듯 다른 매니저에게 메기를 연결시키지만 그의 열정에 다시 그를 돕기로 합니다.
윤재호 감독의 ‘파이터’의 진아는 새터민 출신으로 북에 남아 있는 아버지를 데려가기 위해 돈을 벌었고 복싱장도 그곳들 중 하나이죠. 같에 탈북한 어머니는 진아를 버린지 오래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복서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백엔의 사랑’에 이치코는 내놓은 자식이죠. 백수로 살아가던 그에게 억지로 떠밀리듯 편의점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이 중에 바나나 값만 지불하고 정작 가져가지 않는 카노란 남성을 만나죠. 복서였던 그는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이어지고 이치코는 복싱을 시작하게 되죠.
최근에 봤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케이코는 청각 장애를 지니고 있죠. 마지막 싸움에서 도전자와 대결 중 상대방 선수가 케이코의 발을 밟죠. 반칙이라 생각했던 그는 심판에게 이의를 제기하지만 그게 될리가 없죠. 패배 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조깅을 하던 강변에서 운동을 하는데 상대방 선수를 우연히 만나죠. 상대방 선수의 얼굴도 부어 있었고 안전모를 쓰고 있는 것을 봐서 근방에서 일을 했던 모양입니다. (경기에서 발을 밟은 것도 고의가 아닌 진짜 실수였던 것 같고요.) 호텔청소를 하던 케이코처럼 상대 선수도 가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죠. 빵빵한 스폰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똑같은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무한도전’의 복싱 특집이 떠올랐습니다. 탈북자 출신의 최현미 씨와 싸우는 상대는 일본의 츠바사 선수였는데요. 최현미 씨는 남한 생활의 정착을 위해 승리해야 했고 츠바사 선수도 가난을 이겨내고자 출사표를 던졌죠. 케이코의 모습에서 앞에 열거한 영화들이 떠올랐고 최현미 선수와 츠바사 선수의 대결이 떠올랐습니다.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불가피한 싸움들… 하지만 선수이기 이전에 똑같은 사람(소시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츠바사 선수는 이 경기가 있고나서 몇 년 후 은퇴했다고 합니다.)
복싱은 왜 가난한 자들의 스포츠의 대명사가 되었을까요? 하물며 록키도 스파링 상대가 없어 고기 덩어리를 샌드백 삼아 운동을 한 것은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넣은 장면만은 아닌 것 같아요. 가난에서 해방되는 그 날을 위해… 그리고 어디선가 꿈을 위해 샌드백을 두드릴 그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