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칸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작품들을 파리 곳곳에서 틀어주는데요
그중에서 저는 <칼리굴라 - 얼티밋 컷>을 보고 왔어요
이 영화는 워낙 다양한 편집 버전이 있지만
이번에는 원 각본가의 각본에 충실한 재편집 버전으로 칸 영화에 클래식 섹션에서 상영되었죠
이미 제작과정이나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많이 들었어서
좋게 말하면 독특한, 나쁘게 말하면 괴상한 컬트영화라는 건 잘 알고 있었는데요
사실 볼 기회가 잘 없어서 이전의 다양한 편집 버전들은 한번도 못봤고
이번에 새로 나온 버전을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처음 본 눈이에요
런닝타임이 2시간 55분 되는데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떤 걸 각오하고 상영관에 들어와도 반드시 충격먹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작품이랄까요
수위 높은 포르노 씬은 제 추측상 이번 버전에서 많이 잘려나간 것 같은데
그래도 퇴폐와 폭력과 광기와 금기가 싸그리 합쳐진 웅장한 서사를
계속 보고 있으면 정말 다른 의미로 압도적이긴 합니다
"제작진들이 정말 변태적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시적인 초호화 미술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합니다
저는 변태적이라는 표현을 두 가지의 의미로 같이 쓰고 싶은데요
일단 성적인 의미를 말하고 싶었고
다른 의미는 장엄함이 느껴질 정도로 이미지를 꽉 채워내려는 집착을 말하고 싶어요
색감부터도 되게 강렬한데 세트의 치장이나 공간의 무드를 이미지에 담아내는 연출이
마치 초현실주의적인 느낌까지 들게 만듭니다
거기다가 말콤 맥도웰의 광기와 공포를 담아낸 놀랍고도 과시적인 연기마저도
기괴하게 뒤틀린 에너지를 쉴 새 없이 쏟아냅니다.
이 영화는 제작진들의 의견이 모두 엇갈리면서 겨우 만들어졌죠
그런데 오히려 그런 엇갈림이 거부감이 들면서도 기이한 마성을 뿜어내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할까요
말씀드리듯이 다른 버전은 제가 안 봐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이번 얼티밋 컷에서 보이는
광기와 퇴폐의 포르노그라피적 스펙터클에서 정확히 누구의 것인지 모를 작가적 야심이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그 점을 높게 치고 싶네요
다만 단점이라면 워낙 쉴 새 없이 과시적이고 장면마다 힘을 줘서 2시간 55분을 감내하기에는 좀 피로해집니다
광기와 폭력의 극단적 전시만으로 보이거나 동어반복으로 보이는 장면으로 보이는 장면들은 좀 덜어냈으면 했습니다
별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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