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때 친구집에서 VHS 비디오로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을 처음 봤어요.
당시 비디오테입이 우리나라에 출시된 것도 아니었고, 어디선가 불법복제 한 걸 빌려온 거였는데...
옹기종기 모여앉아 함께 보던 친구들은 무척이나 재미있어 했지만
저는 부두교 의식에서 심장을 꺼내는 장면에서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어요.
그 뒤로 며칠 또는 몇주간 혼자 자는게 너무 무서워 벌벌 떨었고
그 이후로 종교에서들 말하는 '지옥'의 이미지가 머리에 명징하게 각인되어
제 그림이나 글에 자주 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집의 보물창고를 뒤져보니 85년 당시 극장에서 개봉했던 인디아나존스 영화의 팜플렛이 있는데...
겁쟁이 쫄보였던 저는 비디오의 트라우마때문에 극장까지 달려가서 보진 않았을 것 같고,
아마 저희 형이 보고 사왔던 모양이네요.
저는 이번에 개봉한 인디아나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10번 이상 보려고 해요.
단지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서, 이 시리즈에 흠뻑 빠져 행복을 맛봤던
제 유년시절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될 거라서요.
제 부모님은 지금은 개발로 사라져버린 당신들의 어린 시절 고향집을 사무치게 그리워하시지만
저는 티비와 극장에서 인디아나존스의 모험을 보며 너무나 좋아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이 스며있어요.
지나가버려 다시는 못찾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순간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어떻게 한번으로 족하겠어요.
우리 모두는 결국엔 어른의 몸을 입은 어린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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