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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누최’는 주인공 ‘율리에’의 20대 후반부터 30초반까지의 연애사를 12개+프롤,에필로그의 챕터식 구성으로 보여줍니다. 이 설정을 영화 시작과 동시에 알려주기 때문에 관객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어디쯤 와있는지 알기 쉽게 되어있습니다. 이처럼 비교적 많아보이는 단락을 가진 영화들은 종종 시간순서도 꼬아놓는 경우가 있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자칫 흐름을 놓칠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여러 에피소드의 구분만 해두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배치해 두었기 때문에 러닝타임이 짧은 편은 아니지만 편하게는 볼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이나 감정의 변화를 전반적으로 함축해서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위에 언급한 것처럼 장면의 수가 많기 때문에 결국 영화가 두시간이 넘어가기는 하는데, 워낙 대사나 연기가 좋은 부분이 많아서 몇몇 에피는 더 길게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비교적 장황하게 연출된 5번과 10번 챕터는 영화를 전반과 후반의 둘로 나누었을때 각 부분의 클라이막스가 되는 에피인데, 여기서의 대사들은 구구절절 눈과 귀에 꽂힐 만큼 내용이나 연기가 특히 좋았습니다. 감정에 과하리만큼 솔직하게 살지만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때에 정작 그 감정을 단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이 저에게는 매우 와닿는 부분이었습니다.

 

극중에서 주인공의 인생 중 여러 해를 보여주지 않음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의도적으로 분장이 옅어지며 나이를 먹고 성숙해가는 느낌을 연출한 것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반부 클라이막스인 10번챕터로 시작하여 에필로그까지 부드럽게 흐르는 영화의 마지막은 상당히 긴 여운이 남게 해주는데, 특히 (스포)된 상황에서 어렴풋이 짓는 주인공의 미소는, 인생에서 ‘사랑’에 관해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을 짧은 순간에 담아내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율리에 역을 맡은 ‘레나테 레인스베’ 배우는 칸에서 근래 나온 어떤 영화와 붙었어도 충분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처음 봤는데, 신예 배우에게서 이렇게까지 신선하고 또 깊은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파리 13구>의 ‘루시 장’ 배우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물론 기깔나는 대본과 연출이 배우를 돋보이게 한 것도 분명하지만, 배우 자체로도 대단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다음 작품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주인공 뿐만아니라 함께 출연한 두 남자배우들도 한동안 잊혀지기 힘들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의 장르가 로맨틱코미디로 표기돼 있는데 이중 코미디로 기능하는 몇몇 부분은 불편하게 느껴질수 있다는 점도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든 타인이든, 영화 속 이야기가 겹쳐질 만한 장면들을 여러번 마주했던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볼수 있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연애와 가족에 대해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실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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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etel 2022.08.31 17:46
    오오 소설같은 영화군요. 😳 담주 상황봐서 노스맨과 함께 도전해야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Maetel님에게 보내는 답글
    미약해 2022.08.31 17:53
    네.. 딱 그런 느낌입니다^^ 노스맨과 사누최 둘다 취향에 잘 맞으셨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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