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큐어> 보고 왔습니다. 

 이동진 평론가 유튜브 영상을 잠깐 보고 호기심이 들어서 보게 되었는데 왜 <큐어>를 명작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일단 90년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오래된 영화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은유나 상징들을 영화에 잘 녹여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정신학적 심리학적 내용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다보니 예전 대학에서 프로이트 읽기 수업을 들었던 저는 Unheimlich(uncanny)라고 하는 단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단어는 친숙하면서도 낯설다는 감정을 지칭합니다. 이 느낌이 우리를 불편 하게 만들고 때로는 공포스럽게 만든다고 하더군요. 불편한 골짜기가 바로 이 Unheimlich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이 Unheimlich처럼 두 가지가 동시에 충돌하는 신경학적 면모들에 집중을 해서 그의 이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길 우리에게는 언제나 무의식 중에 항상 욕구를 억압하면서 살아가는데 이 욕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이성이 억압이 불가능한 상태에 다다를 때 조현병과 같은 증세등이 나타난다 합니다. 또한 우리의 감정은 양가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는 그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미움도 동시에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인간은 5가지 단계를 거치며 성장하고 이 5단계를 거치는 동안 부모에 대한 감정이 바로 이런 양가적 심리성을 가지는데 이 때 심리발달이 잘못 될 경우 나중에 성인이 된 후 신경학적 증상들이 발현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프로이트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영화를 한 번 곱씹어 봤습니다.

 영화로 돌아가면 마미야가 최면술로 살인을 시킨 사람들을 보면 첫번째로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마미야는 그 교사가 자신의 아내를 X자로 죽이게 합니다. 타카베 형사와 병원에서 면담을 할 때 그는 "저는 분명히 제 아내를 죽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게 마치 당연한 일 인것 같았어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는 실제로 아내와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했다고 했고,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귀찮아 하긴 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마미야를 집에 데려와 도와주는 등 선량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경찰입니다. 마미야의 최면 암시에 당한 후, 그는 순찰을 다녀오겠다는 동료 경찰을 망설임 없이 총으로 쏘고 담담하다는 듯 뒤처리를 합니다. 그리고 타카베 형사와의 면담에서 왜 동료를 살해했냐는 물음에 3년간 같이 일해오며 꾹 참아왔고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열이 받아서 그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충동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세 번째로는 여의사입니다. 그녀는 감기에 걸린 남성 환자를 망설임 없이 골반 부근의 임파선을 촉진을 하는 등 남성에 대한 거부감과 같은 감정이 멀어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미야는 그녀에게 "여자주제에", "여성은 남성보다 하등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거라고 하며 원래는 외과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내과의사가 됐으며 의과대학에서 남성을 해부하며 메스를 그을 때 해방감을 느꼈을거고 남자를 칼로 가르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후에 암시에 걸린 그녀 역시 남자 화장실에서 한 남성을 X자로 목을 가르며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세 사람에게 모두 마미야는 이들에게 그들에게 계속 질문합니다. 이름이나 직업, 지위같은 것이 아니라 본인 자신에 대해서 말입니다. 교사에게는 부인, 경찰에게는 담배, 의사에겐 남성에 관한 본인들의 이야기를 말하도록 유도합니다. 저는 마미야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을 그들의 무의식 속에 잠겨있는 그 양가적 감정들을 끌어올리기 위해라고 봤습니다. 그가 최면과 X자 암시를 통해서 그들에게 무의식에 잠든 욕구와 충동들을 억압하는 걸 없애는 일종의 행위로 보았고요.

 그런데 마미야는 끝내 타카베만은 최면을 완전히 걸 수 없었습니다. 타카베는 자기 방어 기제가 강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미야는 타카베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아내에 대해 얘기하며 최면을 거려고 시도합니다만 타카베는 조현병이 있는 아내를 자기의 짐이라며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거라며 진짜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그는 아내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억압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내를 남편으로서 지키고 돌보려고 하면서도 그것이 매우 힘들다고 스스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타카베는 폭력에 대한 충동을 억압하기 보다 꽤나 영화에서 많이 분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의 아내 얘기를 마미야에게 알려준 경찰에게도 분노를 표출하는 동시에 폭력을 가하며 마미야에게도 분노와 함께 폭력을 가하고 결국엔 총으로 쏴버리기까지 합니다. 아내의 경우에도 그동안 참고 참았지만 빈 세탁기를 돌리는 아내와, 식탁에 덩그러니 놓인 생고기를 보고 결국 폭발해 생고기를 집어 던집니다.

 이와 반대적인 인물은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쿠마입니다. 사쿠마는 타카베가 피의자들에게 질문할 때 계속 타카베가 몰아세우려 할 때마다 억압을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타카베가 마미야를 만나는 것을 계속 말립니다. 작 후반부에 정신과 전문의인 사쿠마도 마미야의 최면 암시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살을 함으로써 타인을 죽이지 않게 됩니다. 사쿠마는 억압과 통제를 상징하는 인물로 최면에 걸려 본인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하자 억압의 극한이라 할 수 있는 자기파괴를 통해 자신을 막습니다. 

 이후 마미야가 도주하게 되는데 이 때 타카베는 마미야가 도망치도록 놔둡니다. 이후 마미야가 도주한 건물에 타카베가 도달하자, 마미야는 타카베에게 "혼자서만 나의 비밀에 대해 캐내려고 나를 도망치게 해준거지? 어차피 진정한 자신을 찾는 자는 여기로 오게 될 운명인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마미야는 일말의 여지 없이 총을 꺼내 마미야에게 사정없이 총알을 쏟아냅니다. 저는 여기서 의문점이 계속 남았습니다. 왜 마미야가 몇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를 죽였을까?라는 의문입니다.

 마미야는 타카베 형사와 인상착의가 굉장히 비슷합니다. 기장이 긴 코트에 단발정도 되는 헤어스타일. 그래서 마미야는 타카베와 동등한 존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미야는 텅빈 존재 즉, 무의식적 존재로 마미야가 타카베 형사의 무의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해 마미야를 풀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내 마미야를 총으로 일말의 여지도 없이 처단합니다. 마미야가 도주한 후 사쿠마가 수갑을 찬 채로 자살해버린 것이 그 이유라 생각합니다. 그 수갑은 타카베 형사가 채웠던거겠지요. 수갑이라는 억압을 걸었는데다가 정신과 전문의인 사쿠마 까지도 최면 암시를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것을 보고 마미야라는 존재는 논리나 지식과 같은 이성적인 형태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걸 깨닫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중 사쿠마가 "범인인 본인도 동기를 모르는 거야 결국 아무도 모른다는거지" , "책을 너무 믿지 마"라는 말처럼 마미야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결국 타카베가 자신이 마미야라는 이해못할 일종의 자신의 무의식을 자각하며 억압을 스스로 깨뜨리면서 전도자로서 자격이 완성되게 됐고, 녹음을 들으며 전도자로 계승을 완료했다는 생각입니다. 이후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암시를 거는데 타카베는 담배불로만으로도 최면암시를 걸 수 있게 되는 마미야라는 존재를 뛰어넘는 최면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 이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실 마미야라는 존재가 워낙 미스터리한 존재인데다가 설명하기 힘든 존재이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이해를 해봤습니다만 <큐어>란 작품이 워낙 입체적이고 많은 상징과 설정들이 있어 이 작품을 완전히 해석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대학에서 들었던 프로이트 강의를 떠올리며 연관지어 생각해보니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추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영화를 다시 보면서 1회차 때 놓친 점은 없지 않은지, 해석을 한 부분들에 대해 오류가 없는지 다시 확인해봐야 겠습니다. 워낙 두서 없이 적어서 이 내용도 생각이 완전히 정리가 되지 않아서 글이 많이 지저분하다는 느낌도 많이 드네요 ^^


profile 디카프리오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3)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 ㅇㅇ 2022.08.16 00:41
    마침 저도 예매했는데 스포감안해도 글 정말 잘작성하시네요
  • @ㅇㅇ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6 00:45

    오랜만에 영화를 해석하는 재미를 느끼기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흥미롭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profile
    따릉이 2022.08.16 00:49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큐어는 정말 좋은 영화죠!!
  • @따릉이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6 00:52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관에서 안봤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네요
  • @디카프리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따릉이 2022.08.16 00:55
    맞습니다!! 저도 한 번 더 보고 오려구요
  • profile
    아서모건 2022.08.16 00:52
    큐어 정말 세련되긴 하더라구요. 리뷰 잘 읽고갑니다!
  • @아서모건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6 00:54
    97년도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였습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올드보이 2022.08.16 00:58
    시간에 퇴색되지 않은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 @올드보이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6 01:17
    맞습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movin 2022.08.16 03:38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100여 년 전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미 과학이나 학문적으로는 근거도 의미도 없는 얘기인데 희한하게 일부 인문학 쪽에서는 아직도 붙잡고 놓지를 못하고 있죠.
    정신분석 이론을 기준으로 뭔가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마치 그리스 신화나 창조론을 가지고 세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거창한 이론적 뒷받침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가 되기 쉽죠.
  • @movin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6 06:17
    저도 프로이트 이론을 과학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 해석한 것은 아닙니다. ^^
    무빈님이 말씀하신 내용 그대로 프로이트 이론이 문학에서 살아남는 이유가 태생적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론이 현대과학적 방식보다는 임상을 통한 경험적 가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해석적 방식을 최초로 하게 된 것 때문에 문학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프로이트를 곧대로 믿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지만 그런 사유 방식은 예술을 바라보거나 인문학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생각해볼 점 들이 많이 남아있고,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그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라캉철학 역시 햄릿과 같은 문학 작품에 나타난 신경적증상을 해석하는 등의 모습 때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프로이트 이론은 문화 비평적인 방식으로 많이 사용되어 온게 아닐까 합니다.
  • @디카프리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6 06:20
    신화나 창조론를 우리가 객관적인 잣대로 바라보지 않더라도 거기서 인문학적인 가치를 찾을 수 있고, 현대 예술 작품에서도 다양한 신화 설화 등을 기반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상당한 것이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합니다.
  • 크앙크앙 2022.08.16 04:54
    와. 사쿠마와 마미야를 의식과 무의식으로 풀어내시다니 신선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 @크앙크앙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디카프리오 2022.08.16 06:25
    흥미롭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이벤트AD 무코 x 무비오어데스 영화관 향수 20,000원 [22] file
image
무비오어데스 파트너 2024.03.06 39976 31
이벤트AD 아가씨, 올드보이 티셔츠 (레디 포 썸머) [5] file
image
무비오어데스 파트너 2024.04.02 28973 14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51465 94
공지 굿즈 소진 현황판 정리글 [156] 무비이즈프리 2022.08.15 972370 174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7] file Bob 2022.09.18 353920 132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684516 199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2] admin 2022.08.17 434767 146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3] admin 2022.08.16 1066804 140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8.5 admin 2022.08.15 325026 168
더보기
칼럼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강을 건너간 목소리+힘의 선택-2 (독수리 그리고 창 / 스포) [4] file Nashira 2024.05.11 2483 12
칼럼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美 대선을 앞두고 정치를 담다-1 (이름 어원 / 스포 / 제목수정) [34] updatefile Nashira 2024.05.09 4519 38
현황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굿즈 소진 현황판 [56] update 2024.05.13 12724 27
현황판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굿즈 소진 현황판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08 1453 10
불판 5월 23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5] new 아맞다 17:09 2349 7
불판 5월 21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7] update 아맞다 2024.05.18 7342 29
후기/리뷰 토요일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유레카를 보았습니다 (스포 O) file
image
2022.08.15 274 3
후기/리뷰 프리미어 상영으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선관람 했습니다 (약스포 0) [10] file
image
2022.08.15 377 7
후기/리뷰 <스타 이즈 본> 짧은 후기 [10] file
image
2022.08.15 292 3
후기/리뷰 썸머 필름을 타고! 3회차 후기 (약스포 O) [14] file
image
2022.08.15 296 5
후기/리뷰 헌트 보고 왔습니다!! [5]
2022.08.15 220 3
후기/리뷰 러빙빈센트 후기 [14] file
image
2022.08.15 291 6
후기/리뷰 <프레이> 후기 [6]
2022.08.15 187 4
후기/리뷰 (스포 O) 놉 개봉 전 간단한 리뷰와 시네마톡 리뷰 file
image
2022.08.15 528 3
<큐어> 리뷰(스포 주의) 프로이트 이론적 관점 해석 [14]
2022.08.16 923 15
후기/리뷰 헌트 2회차 후기 (스포 有) [10]
2022.08.16 222 6
(스포) 영화<조커> 리뷰 [6]
2022.08.16 344 12
쏘핫 불릿 트레인 시사 후기 [50]
2022.08.16 1321 36
후기/리뷰 ‘시바 베이비’ 간단 후기 (약스포) [3] file
image
2022.08.16 368 2
<그래비티> 짧은 후기 [11] file
image
2022.08.16 350 12
후기/리뷰 . [6]
2022.08.16 430 7
후기/리뷰 (스포) 헌트 N차 관람 후기 [12] file
image
2022.08.16 273 6
후기/리뷰 블랙폰 시사회 후기 [9]
2022.08.16 357 5
<헌트> 노스포 리뷰입니다! [8] file
image
profile Bob
2022.08.16 298 16
후기/리뷰 오늘 본 영화 <라이트 아웃> [3] file
image
2022.08.16 231 3
후기/리뷰 <육사오> 간단 후기 (노스포) - 여름 시즌 의외의 복병 [11]
2022.08.16 456 8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