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영화 전반부는 블랙코미디 스러운 맛이 나다가 중반부를 거치며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찝찝해지고 불쾌해지는 구석이 많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조되는 와중에서 과잉되는게 전혀 없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이 지점에서 감정 과잉을 못버려 작품을 망치게 되죠.
콘유는 다릅니다 오히려 극도로 차갑게 다루는쪽에 가깝다고 봐야죠. 이런면에선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이랑도 비슷한 면이 존재합니다.
우선 예상하고 가긴 했지만 재난 블록버스터물이 아닌 그속에서 벌어지는 아주 더럽고 이기적이고 치졸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되게 흥미로웠네요.
결국 모든 게 파멸되고 텁텁한 잿가루에 묻힌듯한 마무리도 굉장히 인상깊게 봤습니다.
영화 보면서 하나 아쉬웠던게 박보영의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인거 아닌가? 좀 뻔한데? 싶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근데 그걸 그래도 중후반부~엔딩 사이에 어느정도 해소해줍니다.
대표적으로 몸이 편찮은 할머니를 억지로 부등켜 세워서 마치 취조하듯이 몰아붙이는 장면이라든가, 마지막 엔딩씬에서 새로운 거처를 구했을때 그쪽 사람들이 아파트 사람들에 대해 물었을때 본인에게 날아올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기 위하여 그저 평범하고 좋은사람들이였다고 애둘러 거짓말을 하는 장면까지, 결국 박보영도 그 인간 군상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면이 존재하는 캐릭터라는 걸 확인시켜준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감탄한건 영화 막바지의 미장센.
박찬욱 감독 밑에서 배운 박찬욱 키드라 그런가 막바지 장면 연출은 그냥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특히 박보영이 새로운 거처를 찾아 입주할때 카메라가 좌우에서 상하로 반전되는씬이 압권입니다.
정말 간만에 나온 한국영화 웰메이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히 예상해보자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한국형 재난물로서의 위치를 고려하면 더더욱 고평가될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라고 생각드네요.
간만에 돈 안아까운 한국영화였습니다. 이런 퀄리티라면 만오천원이 아깝지가 않죠.
동시에 엄태화 감독님의 차기작도 매우 기대되게 만들었습니다. 신예감독들이 이렇게 하나 둘 터져줘야 볼맛이 나죠
한줄평 : 거장 밑에서 배운 사람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
감상 잘 봤습니다
그래서 저번에 찍어둔 사진도 올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