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티비의 파친코를 어제 오늘 보았습니다. 디아스포라,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을 넘나드는 이야기라는 어렴풋한 정보만 갖고 있었는데요, 과연 저 이야기 그대로네요. 

 

우리의 것이 소중한 것이여~ 라는 유행어가 떠오르는 드라마 8부작이더라고요. 특히 제가 눈여겨 본 것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시계'라는 물건이었습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피노키오'에서도 제페토 할아버지가 시계를 모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 이야깃속에서 제페토 할아버지의 시계는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과거의 시간을 뜻합니다. 후에 제페토 할아버지는 이 시계를 몽땅 팔아서 현재의 아들, 피노키오를 구하기 위해 떠납니다. 과거를 벗고 미래를 구하려는 능동적인 서사의 시작이죠. '파친코'의 시계에는 이런 제페토 할아버지의 시계와 같은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처음 선자가 한수에게 시계를 받았을 때, 그것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자가 배신을 당하고 이삭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을 때에 그것은 과거와 절망의 상징이 되었고, 그를 팔고 난 후에는 털어버린 과거가 됩니다. 하지만 후에 시계의 역사가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7화에 등장하면서 시계의 의미는 전혀 다르게 재해석됩니다. 

 

한수에게 시계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습니다. 그의 꿈, 말 그대로 어메리칸 드림을 해낼 수 있을 그런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런 한수의 꿈은 관동대지진-대학살과 함께 무참히 깨지고 맙니다. 한수는 과거의 꿈으로만 남은 시계를 품에 소중히 간직합니다. 그것은 언젠간 이루고 싶었으나, 결코 이루지 못한 꿈이 됩니다. 

 

이제 다시 앞의 에피소드로 돌아가 봅니다. 한수는 선자를 두고 말없이 오사카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돌아오면서 바로 저 시계를 갖고와 선자에게 줍니다. 그것은 한수가 이루지 못한 꿈을 선자와 이루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뜻합니다. 하지만 한수가 꿈꾼 미래와 선자가 미룬 미래는 전혀 달랐기에 이는 이루어지지 못하죠. 

 

그런데 이 시계가 다시 8화에 등장합니다. 선자는 분명 이 시계를 팔았는데, 8화에서 선자는 다시 이 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선자는 아들 노아의 일로 이 시계를 주고받는 일이 생겼을 것 같습니다. 그 에피소드는 시즌 2에서 일본의 버블경제와 거품이 꺼지는 에피소드로 이어지지 않을까. 

 

파친코는 이런 시계 하나에 담긴 삶이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엔 '뭔가 싱거운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보면 볼수록 묘하게 자꾸 좍좍 잡아당기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뭐랄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평양냉면 같달까요. 처음 먹었을 때엔 '이게 대체 뭔 맛이야?' 싶어 식초며 겨자를 촥촥 뿌려 먹다가 나중에는 그저 냉면의 맛 그대로 먹게 되는, 자꾸만 찾게 되는 그런 맛. 

 

파친코 시즌 2는 그렇게 기다려 또 찾게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즌 2 나오는 거 맞나... ...? 🤔

 

 

짤은 이날치 버전 파친코 오프닝. 넘나 좋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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