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382477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라이트 하우스는 문제작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봐야지, 하고 몇 년 전 체크를 해놓고 잊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노스맨에 이어 더 위치를 보고 나서 다음으로 바로 이어보았습니다. 

 

img.jpg

 

이 영화는 풀 랭스 필름을 오직 두 배우의 연기에 기대 진행합니다. 영화로 표현한 연극무대와도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연출기법 역시 그러한 두 인물의 연기를 있는 그대로 흡입할 수 있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일단 영화는 흑백입니다. 한없이 어두운 느낌과, 후에 나타나는 빛의 이미지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필름의 포맷도 독특한데요, 이건 아주 옛날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느낌과 고딕 호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두 인물 외에 다른 것은 모두 배제해버리는 효과를 보입니다. 더불어 영화의 시작부터 반복적으로 들리는 독특한 리듬 역시 이야깃속에서 미쳐가는 두 인물의 광기에 저도 모르게 동조하게 됩니다.

 

또, 두 인물에게 집중해야 하기에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한 남자가 등대로 옵니다. 그곳을 본래 지키고 있었던 등대지기와 함께 살면서 그는 서서히 미쳐갑니다. 그는 언젠가부터 자꾸만 등대의 빛을 봐야만 한다는 강한 집념을 보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성경에 등장하는 성궤를 떠올립니다. 성경에 따르면, 성궤 안을 허락없이 들여다본 자는 그대로 멸한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등대의 빛 역시 그러합니다. 등대가 인정하는 자, 즉 등대지기를 제외하고는 그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빛을 마주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떻게든 등대의 빛을 스스로 마주보고자 하였고, 갖은 금기를 저지른 끝에 등대지기를 죽이고 그 열쇠를 빼앗아 빛을 마주봅니다. 그 결과, 결국 주인공은 죽음보다 못한 삶에 빠집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선악과를 따서 에덴에서 추방된 인간의 모습, 또 프로메테우스의 모습을 연상하게도 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흔히 지식으로 일컬어지는)을 나눠주었다가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신세가 됩니다. 주인공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두 눈이 먼 채 바닥에 널브러져 갈매기에게 몸을 쪼아먹힙니다. 프로메테우스처럼 처참한 그의 몰골 뒤로 등대가 무너져 있습니다. 이는 곧 에덴에서의 추방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영화는 이동진 씨를 비롯한 여러 평론가들이 극찬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공포의 의미를 전혀 다른 각도로 해석하는 것과 동시에, 고전 필름의 느낌을 잘 살려냈더라고요.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곱씹는 맛이 있을 것 같아, 내일 더 위치와 함께 한 번 더 보려고 합니다. 

 

이상 영화를 보고 난 후 조금 길게 읊조려본 라이트 하우스 후기였습니다. 

 

 

아래는 라이트하우스 공식 예고편입니다. 

 

 


Atachment
첨부 '1'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글을못써서슬퍼요 2022.09.13 01:12
    서사가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확실한건 같이 덩달아 미쳐가는 기분.. 이 연출력은 어디 빙의한 느낌이었어요
  • @글을못써서슬퍼요님에게 보내는 답글
    Maetel 2022.09.13 10:14
    ㅎㅎ 화면을 작게 잡고 등장인물을 강조한 게 크다고 봅니다
  • 리뷰 멋있는것 같아요 저도 좋아하는 영화여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에거스 감독 디테일이 강한데 더 위치도 그렇고 라이트하우스도 그런거 같아요   그리고 여기도 광기넘치는 동물이 ㅎㅎ


  • @언더덧님에게 보내는 답글
    Maetel 2022.09.13 10:15
    갈매기 소름끼쳤죠... 글고보니 이감독은 노스맨에서도 ......
  • 미화부장 2022.09.13 08:15
    처음에 로버트 패틴슨 못알아봤어요 ㅋㅋ 좋은 리뷰 감사해요 :)
  • @미화부장님에게 보내는 답글
    Maetel 2022.09.13 10:15
    ㅎㅎ 저는 로버트 패틴슨 테넷서 너무 인상적으로 보고 나서 이 영화 본다고 해놓고 이제 봤네요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92665 95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9] file Bob 2022.09.18 406494 137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37532 202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3] admin 2022.08.17 485826 148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121773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62888 169
더보기
칼럼 <노스맨> 리뷰 - 인간은 왜 신화를 만드는가 (스포일러) [17] file 아스탄 2022.09.02 2345 17
칼럼 <웅남이> 웃음 뒤 감춰진 비극 [12] file 카시모프 2023.03.23 3069 25
현황판 <CGV 아트하우스> 상시 굿즈 소진 현황판 [305]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3.01.14 196223 131
현황판 퍼펙트데이즈 굿즈 소진 현황판 [3]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6.27 4820 4
불판 7월 8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6] new 조쉬하트넷 14:45 2621 21
불판 7월 5일(금) 선착순 이벤트 불판 [11] update 아맞다 2024.07.04 9548 25
후기/리뷰 토요일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유레카를 보았습니다 (스포 O) file
image
2022.08.15 337 3
후기/리뷰 프리미어 상영으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선관람 했습니다 (약스포 0) [10] file
image
2022.08.15 462 7
후기/리뷰 <스타 이즈 본> 짧은 후기 [10] file
image
2022.08.15 369 3
후기/리뷰 썸머 필름을 타고! 3회차 후기 (약스포 O) [14] file
image
2022.08.15 368 5
후기/리뷰 헌트 보고 왔습니다!! [5]
2022.08.15 314 3
후기/리뷰 러빙빈센트 후기 [14] file
image
2022.08.15 362 6
후기/리뷰 <프레이> 후기 [6]
2022.08.15 258 4
후기/리뷰 (스포 O) 놉 개봉 전 간단한 리뷰와 시네마톡 리뷰 file
image
2022.08.15 587 3
<큐어> 리뷰(스포 주의) 프로이트 이론적 관점 해석 [14]
2022.08.16 1093 15
후기/리뷰 헌트 2회차 후기 (스포 有) [10]
2022.08.16 289 6
(스포) 영화<조커> 리뷰 [6]
2022.08.16 407 12
쏘핫 불릿 트레인 시사 후기 [50]
2022.08.16 1376 36
후기/리뷰 ‘시바 베이비’ 간단 후기 (약스포) [3] file
image
2022.08.16 462 2
<그래비티> 짧은 후기 [11] file
image
2022.08.16 413 12
후기/리뷰 . [6]
2022.08.16 580 7
후기/리뷰 (스포) 헌트 N차 관람 후기 [12] file
image
2022.08.16 325 6
후기/리뷰 블랙폰 시사회 후기 [9]
2022.08.16 418 5
<헌트> 노스포 리뷰입니다! [8] file
image
profile Bob
2022.08.16 344 16
후기/리뷰 오늘 본 영화 <라이트 아웃> [3] file
image
2022.08.16 272 3
후기/리뷰 <육사오> 간단 후기 (노스포) - 여름 시즌 의외의 복병 [11]
2022.08.16 511 8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