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jpg감격하여 눈물이 고였다. 20초만 더 지속되었어도 흘러내렸을걸.

-솔직히 BGM은 You're My World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너무도 그 스토리가 유사한 노래를 알고 있었기에 첨부한다. 3년 전 즈음, 노래 리뷰를 위해 올렸던 해석 영상인데 너무 구리다. 지금 쓰면 더 해석 잘 될텐데 ㅎㅎ...

 일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것은 극장만한 것이 없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시 목요일에 예매한 이 영화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제발 똥만 아니어라,라는 심정이었다. 포스터를 보아하니 사이버펑크 느낌이 나 조금은 쎄했다.

 애인도, 나도, 사이버펑크 등의 디스토피아와 같은 미래를 그린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에 말이다.

-대체 그런데 왜 예매했는지 모르겠다. 트레일러라도 보고 갈걸.

 

 이 영화는 단언컨대, 작년 극장 관람한 영화 중 가장 최고이다. 그 무엇도 비견될 수 없었다.


02.jpg

무섭게 생기셨다.

 영화의 스토리는 잔혹하며, 흥미진진하다. 대강 홍대병 걸린 주인공은 패셔니스타를 꿈꾸며 낯선 곳, 런던으로 향하고,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찾아나선 월세방에서 잠을 통해 60년대 런던을 경험하는 것이 전개이다. 그 당시를 열망하던 청년이었으니, 얼마나 황홀했을지.

 자신과 비슷하게, 스타라는 꿈을 안고 가수로 데뷔하려는 샌디를 보며 그녀는 함께 열망한다.


03.jpg

따라쟁이.

 사실, 이 영화를 보며 조금은 불쾌했던 것이 있었다. 허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20대 한국 남자로서의 비약적인 확대해석이 충분히 가미되어 있었기에 빠르게 떨쳐낼 수 있었다. 관람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서 애인과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꽤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하였다. 용기를 내어 여기 몇 자 적어본다.

 

 굳이 비약해보자면, 엘리가 느끼는 귀신에 대한 공포는, 언제나 남자들에게 강간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영리하게 묘사한 셈이다. 물론, 엘리의 그 육감은 이전부터 발휘되어 왔었지만, 그는 이것의 불쾌함을 깎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추측한다.

 샌디는 실제로 강간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엘리는 이를 알게 되고는 강간마들의 형태를 한 귀신들에게 시달리며 일상생활을 잃어가는데, 이는 직접 겪어보지도 않고 과몰입하여 다른 이들을 깨부수는 몇몇 젊은 층의 사람들을 비추는 것과도 같다 느꼈다. 블로그에만 올렸다면 가감없이 썼을 테지만, 무코분들을 위하여 글자를 아낀다.

 여성을 압도적 피해자로 묘사하는 것에서 60년대의 이야기는 모두가 이를 역하다 여기며 샌디를 응원할 테다. 현대의 장면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는 것 같았으나 무례한 남경과 모든 걸 이해하려 노력하는 여경의 대비에서도 무언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랬기에 오히려, 오히려, 존까지도 난 그러한 양상을 띠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차라리 주제의식을 그렇게 잡을 것이라면, 끝까지 그렇게 가야 한다고. 존의 비열한 속마음 따위를 비춰준다던가. -예를 들면, '아 씨발년 함 어케 해보려는데 비위 맞추기 존나 힘드네', 와 같이-

 

 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은 그것과 맥은 같이 하건만, 그것과 같은 것은 아녔다.

 당시 여성에 대해 당연하게 깔려있던 차별의식과 함께, 화려한 네온에 감춰진 그 지독하고도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04.jpg

너 역시 늦어가고 있어.

 윗 단락에서 주저리주저리 읊어봤다만, 사실 이것은 잠시 생각해보던 것을 글에 옮긴 것에 불과하다. 20대 한국 남자로서의 불쾌감으로 이 영화를 욕할 것도 없이, 이 영화는 정말로 훌륭하며 완벽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나의 자아에는 그것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것이 더욱이 강한가 보다.

 

 영화학 같은 것을 심도 있게 파본 적이 없는 필자라, 전문 용어들을 동반하여 장황히 써내려가지 못하겠다만 확실히, 아 이게 미장센이라는 건가,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연출들이 참으로 많았다.

 샌디의 춤사위에서 엘리와 번갈아가던 그 씬.

 동경했던 샌디의 모습으로, 그 노래를 부르며 무의 공간에서 계단을 오르는 그 씬.

 영화의 슬픈 스토리 따위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전율하여 눈물이 고인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 고동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참지 못하고 영화가 막을 내리자마자 황급히 걸어 나왔다. 애인의 손을 꼭 잡으며 난 쉴 새 없이, 본작에 대해 예찬하였다.


05.jpg

정말 떠나고 싶지 않은 거니.

 점점 잠식되어가는 샌디와, 항상 바뀌는 남자들의 같은 말. 조금씩 달라지는 샌디의 말.

 창녀와 배우는 동일시된다고 했었나. 그들은 모두 가명을 통하여,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닌 것을 연기한다며.

 샌디는 자신의 이름에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덧 이것이 자신이 되었음을, 이제는 빠져나가지 못함을 느꼈던 것인지. 체념한 채, 또 다른 남자와 침대로 향한다.

 잭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걸 원했던 사람은 바로 너야!'

 

 캐릭터들의 대사 또한 남는 것이 많다. 흔한 클리셰였다면, 누군가 제 방에서 죽지 않았나요, 라 물어볼 때 주인은 사색이 되며 황급히 자리를 뜰 테지만, 많은 이들이 죽었을 거라 담담히, 유연하게 받아치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꼈다.

 이곳은 런던이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잭 니콜슨의 씁쓸한 표정이 연상되었다.

 딸이자 손녀를 취하려다 자식을 죽였음에도 처벌 받지 않았을, 분노하는 주인공에게 하는 말. 이곳은 차이나타운이야.

-런던이 그렇게 우범지대였던가? 조금 신기하긴 했다.


06.jpg

피해자, 그리고 가해자.

 결말에서 드러난 진상은 마치 타란티노 식과 같았다. 최악의 인물들을 장시간에 걸쳐 보여주고는, 그런 캐릭터들을 무참히 죽이는 것을 보이는 것과 같지 않은가. 이를 통해 샌디가 죽임당할 때는 분명 안타까움을, 허리띠를 풀던 남자들이 죽임당할 때는 형용 못할 통쾌함이 밀려온다. 카타르시스.

 나 역시 그리 느꼈다. 죽어 마땅한 개자식들. 그것이 맞다. 허나 그녀가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미 그녀는 자신을 죽였다.

난 그저 스타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내 노래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박수 갈채.

열심히 할 자신도, 준비도 되어 있었어. 그것이 죄가 되는 건가?

만일, 내 죗값을 따지게 하겠다면,

그 젊을 적 순수한 열정이 죄가 되는 거야?

네온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감내했어야만 한 거야?

영화를 보고 홀린 듯 써본 글귀.

 

ps. BGM으로 첨부했던 노래의 가사를 여기 적는다. 샌디뿐만 아니라, 엘리에게도 적용되나 했건만, 다행히 그건 아녔다. 떠난 이의 기특하다는 듯, 미소.

 

Lost In Hollywood

헐리웃에서 길 잃은

 

I'll wait here

여기서 기다릴게

You're crazy

넌 미쳤어

Those vicious streets are filled with strays

부랑자들만이 가득한 저 거지 같은 거리들

You should have never gone to Hollywood

넌 절대 할리우드(런던)로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They find you

그들이 네 재능을 알아보고

Two-time you

널 속였지

Say you're the best they've ever seen

네가 지금껏 봤던 이들 중 가장 최고라고 말했지

You should have never trusted Hollywood

넌 진짜 할리우드(런던)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I wrote you

네게 편지를 썼어

And told you

그리고 직접 이야기까지 해줬어

You were the biggest fish out here

넌 이곳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었어 (가장 큰 물고기)

You should have never gone to Hollywood.

넌 절대 할리우드(런던)로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They take you

그들이 널 데려가고

And make you

일하게 만들었어

They look at you in disgusting ways

그들은 역겹다는 듯이 널 쳐다봤어

You should have never trusted Hollywood

넌 진짜 할리우드(런던)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I was standing on the wall

난 담장 위에 서 있었어

Feeling ten feet tall

키가 3미터는 된 기분이었지

All you maggots smoking fags on Santa Monica Boulevard

산타 모니카 대로변에서 너희 구더기들이 마약을 빨아대는 모습이 보여

 

This is my front page

이게 나의 앞모습이야

This is my new age

이게 나의 새 시대야

All you bitches put your hands in the air and wave them like you just don't care

너희 씨발년들 모두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손이나 뻗어 흔들어봐

 

All you maggots smoking fags out there on Sunset Boulevard

선셋 대로변에서 너희 구더기들이 마약을 빨아대는 모습이 보여

 

All you bitches put your hands in the air and wave them like you just don't care

너희 씨발년들 모두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손을 뻗어 흔들어봐

 

Phony people come to pray

어리석은 사람들이 와서 빌고 있어

 

Look at all of them beg to stay

여기 머무르게 해달라 구걸하는 꼴을 봐

Phony people come to pray

바보 같은 이들이 애원하러 오고 있어

 

The lines in the letter said, "We have gone to Hackensack"

편지 속 글은 이렇게 쓰여져 있어, "우리는 해컨색으로 떠날 것이다"

 

Look at all of them beg to stay

여기 머무르게 해달라 구걸하는 꼴을 봐

Phony people come to pray

바보 같은 이들이 애원하러 오고 있어

 

All you maggots smoking fags on Santa Monica Boulevard

산타 모니카 대로변에서 너희 구더기들이 마약을 빨아대는 모습이 보여

 

All you maggots smoking fags out there on Sunset Boulevard

선셋 대로변에서 너희 구더기들이 마약을 빨아대는 모습이 보여

 

All you maggots smoking fags out there on Hollywood Boulevard

할리우드 대로변에서 너희 구더기들이 마약을 빨아대는 모습이 보여

 

You should have never trusted Hollywood

넌 진짜 할리우드(런던)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You should have never gone to Hollywood

넌 절대 할리우드(런던)로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All you bitches put your hands in the air and wave them like you just don't care

너희 씨발년들 모두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손을 뻗어 흔들어봐

 

You should have never trusted Hollywood

넌 진짜 할리우드(런던)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pps. 엽서를 받아왔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영화 '차이나타운' 정도의 시절을 보여주는 것 같아 느낌이 아름답다. 과거 포스터들은 저런 것이 그 매력인데.

씨네큐는 방문하지 못해 번개장터를 이용해 돈을 보냈다.

07.jpg


ppps. 인스타에 쓴 짤막 리뷰다. 

08.jpg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 

18.191.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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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네모바보

영화가 최고의 낙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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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카시모프 2022.09.13 22:43
    익무에 올리셨던 글인가요? 그럼 글 내용에서 익무흘 무코로 바꿔서 올리심은 어떨런지요 ㅎㅎ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네모바보 2022.09.13 22:50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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