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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와이 순지 감독을 만난적이 있다. 

 

무지개여신 홍보 내한 때였는데 싸인을 받기도 했다. 

 

15년이 지나며 그의 영화는 감독의 나이처럼 점점 늙어가는 느낌이었다. 

(그 정점이 라스트레터였다.)

 

별 기대하지 않았던 키리에는 완전히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그간 철저히 개인이 느끼는 상념과 기억의 부스러기를 다뤘다면 이 영화는 현재의 일본 사회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루카는 동일본지진의 어린 생존자다. 

 

그녀는 방치되어 떠돌면서 아직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뜻있는 이들의 온정도 매뉴얼만 따르는 무관심한 관료들로 인해 차단되고 다시 격리된다. 

 

10년이 지나 20대의 그녀는 뛰어난 재능에도 길거리를 전전한다. 

 

버스킹 혹은 허락을 받지 못한 공연만이 주어진다.

 

바다가 무섭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지만 가족들이 그 안에 있을거 같다고 답한다.

 

영화는 끝까지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그녀를 관조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청춘영화로 기획하지 않았고 다큐멘터리처럼 보였으면 했다고 한다.

 

그건 루카의 문제가 단순히 일본 젊은이들만의 고뇌가 아닌 일본 현재의 얘기이기 때문이리라...

 

노래는 하지만 말은 여전히 어려운 루카는 단순한 재해 피해자가 아니라 반쪽짜리로 전락한 일본 언론에 대한 우회적 상징일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가장 일본적인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 키리에의 노래였다.

 

동일본지진을 소재로한 영화중 가장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철저히 개인에 촛점을 맞췄던 감독이 그만의 방식으로 가장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일탈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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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미도 2023.11.04 19:55
    좋은 후기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마늘은못참지 2023.11.05 20:58

    저도 GV에서 토크 답변 들으면서 비슷한 생각했는데 글을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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