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는 개인적으로 꼽는 90년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자 제가 본 가장 무서운 영화입니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들은 점프 스케어를 통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 반해 이 영화는 그런 장면들이 일절 담겨있지 않습니다.
귀신 같은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하지도 않고 롱테이크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공포 영화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네이버 영화 등에서는 이 작품의 장르를 공포가 아닌 범죄 스릴러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큐어>는 확실한 공포 영화, 그것도 우리와 가장 내밀하게 맞닿은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큐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일상 속에 스며들어있는 공포입니다.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사회의 규범에 맞춰 그 안에 소속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살아갑니다.
본인조차 잊어버렸을 아주 사소한 사건들로부터 생겨난 스트레스가 내면에 서서히 쌓여가게 됩니다.
영화 속 최면이라는 행위는 무의식 속의 이러한 스트레스, 다르게 말하자면 살의를 표출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가 살인 장면을 묘사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사람들은 마치 별 거 아닌 행동를 하는 것처럼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카메라는 이 참혹한 현장을 무덤덤한 롱테이크로 촬영합니다.
살인의 모습을 일상의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너무나도 소름끼치는 풍경입니다.
이 영화 <큐어>가 공포스러운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스스로도 모르게 가지고 있을 내면의 폭력성을 건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저는 이 영화만큼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영화를 거의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큐어 #구로사와기요시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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