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로 나뉜 구성을 따로 놓고 보면 1부의 경우 대놓고 구로사와 기요시 풍 스릴러 영화의 문법으로 진행됩니다.
호리 선생님의 사정과 억울함을 드러내는 2부에선 다소 건조한 사회고발물로, 3부 아이들의 시점에 이르러서는 비교적 현실적이고 따뜻한 드라마로 톤 전환이 되는데...
각각 나름의 재미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특히 1부의 흡인력은 대단했죠. 고레에다 감독 작품에서 거의 찾을 수 없던 기괴함, 섬뜩함도 제대로 느꼈고.
그런데 3부의 결말에 다가갈수록 내가 앞서 봤던 1-2부는 뭐였나? 싶은 거죠.
주제를 극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지어는 다소 작위적으로 관객들을 틀린 길로 유도한 느낌이거든요.
영락없는 스릴러물의 전반부를 봤는데 '괴물 찾기'를 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는게 쉬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제 의견에는 1-2부의 연출이 극의 후반부와 자연스럽게 섞이기엔 좀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각각 어머니, 서툰 교사의 눈으로 왜곡된 시선이라 해도 주변 인물들을 그렇게 감정 없고 판단력 없는 껍데기처럼 묘사한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비슷한 구조의 <라스트 듀얼>처럼 몇가지 중요 장면을 달리 연출해서 각각 보여주는 식으로 어느 정도 판단 기준을 제시할 필요도 있었을 것 같구요.
교장이 사이코인가? 싶었던 마트에서 넘어뜨리는 장면을, 교장 시점에서는 그냥 어쩌다 부딪힌 걸로 한번 더 보여준다던가...
호리 선생이 사이코인가? 싶었던 여러 문제의 장면들을, 선생 본인의 입장에선 너무 당황스럽고 허둥대는 거였다는 걸 보여준다던가...
전반적으로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하고 특히 아이들 장면의 연출과 연기는 너무나 좋았지만, 국내외를 가리지 않은 평단의 극찬에 비해서는 딴지를 걸고 싶은 구석이 꽤 있는 영화였네요 ㅋㅋㅋ
1부에서 교장과 호리선생님을 굳이 저렇게 싸패처럼 묘사한게 의아했고 3부로 나눠놓았는데 각각의 스토리가 잘 조응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