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이번주말 개봉한 <아일린(Eileen)>을 관람했습니다. 2015년에 오테사 모쉬페그라는 여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올해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사실 지난달에 이곳 런던 영화제에서 첫 상영했던 작품이기에 왜 이렇게 빨리 일반 개봉을 하나 싶었는데 극 중 배경이 크리스마스더군요.
주연은 영국 여배우 토마신 맥킨지인데 2년 전에 안야 테일러 조이와 함께 나왔던 60년대 런던 배경 <라스트 나잇 인 소호>와 비슷하게 이번 <아일린>에서도 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평범해 보이지만 어느 기묘한 사건을 겪게 되는 젊은 촌동네 출신 여성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토마신 맥킨지는 <올드>와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 이어서 <아일린>까지 이렇게 스릴러가 약간 섞인 심리물 장르 영화를 찍는 걸 이제 자신의 시그니처로 삼는 듯 하네요.
금발머리 여인 레베카 역의 앤 해서웨이도 이런 심리 미스터리 영화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고, 같은 금발머리로 3년 전쯤에 나왔던 HBO 영화 <마녀를 잡아라>에서보다는 분위기나 연기가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 토마신 맥켄지-안야 테일러 조이 보다 <아일린>의 토마신 맥켄지-앤 해서웨이 조합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으로는 좀 더 잘 어울렸습니다.
예고편에서 토마신 맥켄지와 앤 헤서웨이 간의 로맨틱한 장면들이 나와서 루니 마라-케이트 블란쳇의 <캐롤>과 비슷한 퀴어영화가 아닌가 하는 예측들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캐롤>과 많이 다른 영화였지만 두 여주인공들의 대비되는 머리 색깔이나 분위기 등이 확실히 <캐롤> 영화를 의식한 측면은 있어 보였습니다. 어떤 때는 토마신 맥켄지의 옆모습이 흡사 루니 마라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영화 내용 적으로는 오히려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두 여주인공의 관계와 더 비슷한 측면이 많아보였습니다.
<캐롤>과 비슷한 느낌을 주려던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주인공의 심리에 대해 해석할 여지가 다양한 원작에 비해 영화의 스토리는 주인공의 성적 욕망을 약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단순해진 면이 있고, 따라서 원작의 미묘한 뉘앙스나 암시들을 다소 뻔하게 또는 편하게 처리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물론 원작을 준수하기 위해서 반전도 있고 중간에 살짝 충격요법도 있긴 합니다.
두 여배우의 기본 재능과 둘의 신선한 케미 덕분에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는 높게 평가하긴 어려웠네요. 그래도 두 여배우를 좋아하시는 영화팬들에게는 나쁘지는 않은 신작이라 생각합니다.
평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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